세상속 이야기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3 유선 전미라 제시, 긴 여정을 마치다

Chris7 2015. 11. 2. 08:30

MBC 일요 예능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세 번째 이야기가 25일 막을 내렸습니다. 유선, 전미라, 김현숙, 박규리, 한채아 그리고 한그루등 여군 3기 멤버들은 수방사 독거미 대대에서 마지막 훈련을 마치고 수료식을 가졌습니다. 전미라가 최우수 표창을 받은 데 이어 선임 간부가 축하 편지를 낭독했고 멤버들은 결국 감동의 눈물을 보이며 긴(?) 여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하지만 ‘여군특집3’ 는 시작부터 예기치 않은 암초를 만났습니다. 불과 방송2회 만에 성희롱, 외모 비하, 출연자의 불성실한 태도로 입방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6일 방송에서는 김현숙과 사유리 등이 일명 '터미네이터 조교'로 불렸던 곽지수 소대장의 몸매에 감탄하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방송 후 일부 시청자들은 문제를 제기했고 곽 하사의 누나와 약혼자가 시청자 게시판에 "보는 내내 언짢았다"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결국 방송이 나간 후에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곧바로 매체를 통해 입장을 해명하고 사과했습니다. 빠른 대처와 사과로 사태는 일단락 돼긴 했습니다.

 

 

사실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을 둘러싼 논란이 처음은 아닙니다.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수직적이고 폭력적인 군대문화를 미화한다는 지적은 방영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였지만 유독 ‘여군특집’ 때마다 “보기 불편하다” “여군특집 폐지하라”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습니다. 방송마다 주목을 받고 시청률이 상승한 ‘여군특집’이지만 왜 이런 현상이 있는 것일까요?

 

 

먼저, ‘여군특집’은 훈련 그 자체보다 지나칠 정도로 외적 요소에 집중합니다. 기존 남자병사 편이 해당 부대 별 특징을 소개하거나 에이스의 활약, 전우애를 강조하는 반면 ‘여군특집’은 몸무게 공개나 여자 연예인들의 생얼 공개가 방송의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번 3기에도 출연진의 몸무게를 인터넷 상의 프로필과 일일이 비교해 개그우먼 김현숙이 몸무게가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며 재측정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웃음을 만들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6일 방송분에서는 김현숙과 걸그룹 CLC 멤버 유진이나 한그루의 외모를 노골적으로 비교하는 자막과 영상이 거듭 반복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화생방 훈련 때 머리가 작아 방독면이 컸던 유진에게는 '방독면조차 큰 소두 인형'이란 자막을, 김현숙은 '큰 얼굴 탓에 방독면 진입불가'란 자막을 내보내는 식입니다. 다음날 기상 직후에도 외모 비교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머리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며 김현숙은 '추노 소환', 최유진은 '귀여움 뽐내는 햄토리 후보생'이란 자막이 나갔습니다.

 


 

 

두 번째로 극적 요소를 주는 출연자의 캐릭터가 오히려 불편함을 준다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과거 헨리, 엠버 등 '군대 무식자'가 군대에 적응하는 과정을 단순히 프로그램의 인기 요소로 여기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번 기수에는 한국말과 문화에 서툰 제시와 사유리가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제시는 “부사관 후보생”으로 시작하는 관등성명의 발음을 못해 퇴소까지 결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화생방 훈련 때 정화통 분리를 늦게 해 동료들과 갈등도 빚었습니다. 방송 내내 제시의 ‘기쎈 언니’ 캐릭터를 살리려다 보니 동료를 배려하지 않거나 낙오되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이는 과거 ‘여군특집 1기’에서 맹승지, 2기 에이핑크 윤보미에게 과도하게 쏟아진 비난과 정확하게 오버랩되는 대목입니다. 맹승지는 불성실한 태도로, 윤보미는 훈련 중 눈물을 보여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결국 네티즌의 악성 댓글과 이미지 타격은 해당 출연자가 고스란히 혼자 떠안아야했습니다. 기획·섭외 단계에서 제작진의 신중한 접근과 고민이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문제였습니다. 한국말과 군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제시가 촬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는 이미 섭외 단계에서 제기되던 누구든 예상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시의 경우 인위적인 케릭터 설정도 의심되지만...)

 


제시 진짜사나이

 

 

그렇다면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스토리텔링 방식이나 포맷이 반복되거나 단조로울수록 캐릭터의 중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매번 똑같은 형식과 스토리텔링이 반복되는 점이 ‘진짜 사나이’의 고질적 한계라는 지적은 계속 돼왔습니다. ‘여군특집’ 역시 여자 연예인의 군대 생활 적응기라는 큰 틀 안에 고정된 순서와 구성 속 출연진만 바뀔 뿐입니다.

 

 

외모를 가지고 비교하는 방식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유발하기 가장 손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군대라는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기에 전 시즌과 차별화하기 위해 출연자들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하고 이를 강조하려다 과도한 외모 비교나 억지 감동 등 점점 더 ‘세게 먹히는’ 자극적 요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시크뉴스 포토

 

 

‘여군특집’은 군대란 특수한 공간에 여자 연예인이 훈련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쇼킹하고 파격적이라 시청자들의 주목을 끄는 것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여군특집이 두터운 시청자 층을 확보하는 요인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출연자들에게 웃음보다는 훈련에 임하는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를 기대한다는 점이 여타 예능과 다른 ‘여군특집’만이 가진 특징이자 한계이기도 합니다. 또한 ‘여군특집’은 여자 연예인이 그동안 고수해온 모습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감동 덕분에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향후에 또 다른 ‘여군특집'이 나올지 알 순 없지만 (’진짜 사나이‘가 폐지되지 않는 한 ’여군특집‘도 계속 이어지겠죠) 제작진은 시청자를 웃겨야한다는 강박에서 벋어나 새로운 환경에 놓인 여성 출연진의 변화하는 모습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군대라는 색다른 환경에 속하게 된 각양각색 여자 스타들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바로 이런 그들의 심리적인 변화를 잘 잡아내기만 해도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