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리얼 아닌 리얼, '우리 결혼했어요'의 치명적 결함과 한계

Chris7 2015. 11. 1. 09:07

MBC 토요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는 한동안 방송만 나가면 '욕'을 먹는 프로그램 이었습니다. 간판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날리던 과거에 비해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와 게시물에는 시청자들의 악플과 비난이 가득한 상황이 계속 되었습니다.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있지만, '리얼'하지 못하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점점 탄력을 잃어가는 프로그램을 두고 '합을 미리 맞춘 프로레슬링이 점점 인기를 잃은채 결국 시시한 '쇼'로 전락해버린 상황'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으며 그 처방전은 무엇일까요?

 

 

 

2008년부터 설특집 파일럿으로 방송을 시작한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결혼생활 체험기라는 유일무이한 포맷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전진·이시영, 서인영·크라운제이, 조권·손가인 등 수많은 커플이 사랑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일밤'의 구세주이자 MBC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시즌이 반복되며 커플들이 점점 늘어가는 동안 소재는 고갈됐고, 패턴이 낱낱이 공개되며 탄력을 잃었다는 평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과 첫 스킨십, 데이트와 웨딩사진 촬영, 첫날밤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뻔한 이야기가 됐습니다. 또한 실제 커플이 아닌 두 사람의 설정이 더 이상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치명적 한계로 분석됩니다.

 

 

설정과 실제 사이를 오가며 혼동을 일으키던 과거에 비해 '공감'을 잃고 있는 이유 중에는 출연자의 방송외 열애설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시즌 4에 출연했던 김소은은 송재림과의 가상결혼 생활중이었던 지난 1월 손호준과의 열애설에 휩싸이면서 시청자의 '환상'을 깼습니다. 또한 걸스데이 유라의 '가상남편'이었던 홍종현은 나나와 열애설이 돌면서 역시 프로그램의 몰입을 스스로 저해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때 제작진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새 커플 투입입니다. 위기가 위기인 만큼 캐스팅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입니다. 육성재·조이는 결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긴 하나 대세로 떠오른 아이돌 그룹 멤버와 사랑스러운 매력의 신인 걸그룹 멤버라는 점에서 상큼한 '케미'가 기대됐습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여군특집에서 기존의 강한 이미지와 다른 4차원 매력을 발산한 강예원과 예능 프로그램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오민석의 조합도 신선했다는 평입니다. 36세 동갑내기이자 결혼 적령기에 놓인 만큼 기획의도에 가장 걸맞은 커플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뉴 커플'이 출연하는 것만으로 ‘우리 결혼했어요’가 갖는 한계가 쉽사리 변하진 않을 것입니다. 예원 논란은 제쳐두고라도, 아무리 리얼리티를 강조해도 결국 ‘가짜’라는 사실을 대중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 연예인 부부에게 진정성을 요구하는 그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지만, 잠잠하다 싶으면 터지는 열애설 때문에 시청자의 ‘환상’은 이미 깨지고도 남았던 것입니다. 가상 결혼 후 실제로 이어지는 커플이 없다는 점도 판타지를 깨뜨리는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남궁민이 인터뷰에서 홍진영과 연애할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어 ‘우결’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뽀뽀까지 하는 달달한 모습을 보여줘도 방송이 끝나면 그뿐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포맷 역시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진 상태입니다. 커플만 바뀔 뿐 신혼집을 꾸미고 결혼식을 올리고 웨딩화보를 찍고 함께 여행을 가는 등의 콘셉트는 항상 그대로인 상태입니다. 멤버교체라는 묘수도 좋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이는 이유 입니다.

 

 

일단 새로운 커플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호의적입니다. 잘 어울린다는 평이 대체적입니다. 시청률 면에서도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3월7일 방송분 이후 오랜만에 5%대를 찍었습니다. 커플 교체 카드가 어느 정도는 통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멤버교체만 내세워 똑같은 포맷으로 나아간다면 오래 지나지 않아 또다시 지루함을 줄 것입니다. 새 커플 수혈로 신선함을 주는 것은 잠시이기 때문입니다.

 

 

 

'가상결혼'이라는 컨셉트는 리얼리티가 주를 이루는 현재의 트렌드에서 벗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시즌이 거듭되며 차별성을 잃은 나머지, '선수 교체'로만 차별을 추구 하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시즌까지가 마지노선이 아닐까 생각되는 이유입니다. 고유의 브랜드를 가진 '우결'이 다시 한 번 부활할 수 있는 해법은 결국 ‘커플의 진정성’이고 그 길만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커플을 투입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실제 커플의 일상에 지나치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윤리적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제작진도 매번 큰 고민을 하겠지만, 획기적인 해결책이 등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기획의도처럼 단순한 '결혼놀이'에서 벗어나 연애와 결혼에 관한 고민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