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를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 중 하나인 2년과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으로 중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 경제가 흔들리면서 ‘R의 공포’ 즉 ‘침체(Recession)’ 공포가 글로벌 채권·주식시장을 뒤덮었습니다. 14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1.623%까지 떨어지면서 2년물 금리(1.634%)를 밑돌았습니다. 올 들어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가 뒤집힌 적은 있지만 단기물을 대표하는 2년물 금리가 10년물을 앞지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6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날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2% 아래로 떨어진 1.9689%를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벤치마크’인 장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되자 증시는 경기침체 우려로 폭락했습니다. 과거 2년과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전은 다섯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경기침체가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14일(현지시간)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800.49포인트(3.05%) 급락해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을 보였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3% 안팎씩 주저앉았습니다. 독일 DAX지수도 2.19% 하락 마감했으며, 15일 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증시에서도 주가지수가 개장과 함께 2% 가까이 빠지며 휘청거렸습니다. 신흥국의 위기감은 더 큰 상황입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자 10년여 만에 달러화를 풀어 환율방어에 나섰습니다. 대선 예비선거 이후 시장 혼란이 극심한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이날도 7% 이상 추가 상승(페소 가치 하락)해 달러당 60페소를 돌파했습니다. 경기후퇴 우려 속에 국제유가도 폭락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3% 내린 배럴당 55.23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불황의 전조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10년 만에 발생하면서 세계경제에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지만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장기 안전자산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납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국채에서도 동일한 역전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정상적 경제 상황에선 국채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높은 금리를 받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경기침체의 신호탄으로 인식됩니다. 위험을 피하려는 투자 자금이 안전자산인 장기채로 쏠리면서 채권값은 오르고, 수익률(금리)은 가파르게 낮아지는 것입니다. 특히 채권시장의 수익률 곡선 움직임은 경기변동을 미리 알려주는 선행 지표로 인식됩니다. 그동안 유럽과 중국 등에서는 경기침체 징조가 나타났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경제가 견고한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하지만 미국마저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채권시장에서 흘러나오자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더욱 커졌습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1978년부터 40년 동안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 역전이 발생한 것은 다섯 차례에 불과합니다.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평균적으로 22개월 뒤에는 여지없이 경기침체로 이어졌습니다. 통상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나는 현상을 리세션으로 정의합니다. 독일이 올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이 1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졌는데, 이것이 이날 미국시장에서 금리 역전 현상을 일으킨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이 이 같은 글로벌 경제의 움직임을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는 확실한 신호로 받아들인 셈입니다. 끝을 가늠하기 힘든 미·중 간 무역분쟁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타격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채권시장의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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