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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 중국군 무력 투입 가능성 경고로 격화

Chris7 2019. 8. 16. 06:36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추진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의 시위가 세계의 조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홍콩과 이웃한 중국 광둥성 선전의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15일 수천 명 규모의 중국 병력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AFP 기자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이 스타디움 안에는 장갑차도 있었으며 밖에는 트럭과 병력수송 차량 수십 대가 늘어섰다고 합니다. 또 병력 가운데 일부는 위장복에 무장경찰 휘장을 달고 있었습니다. 무장경찰은 지난해부터 중앙군사위원회의 지휘를 받고 있습니다. 선전의 선전만에 있는 스타디움은 홍콩에서 7㎞ 떨어져 있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선전만은 다리로 홍콩 북쪽의 신계(新界) 지역과 연결됩니다. 전날 베이징청년보 산하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에 따르면 중국 동부 전구 육군은 자체 위챗 계정 '인민전선'을 통해 선전 춘젠 경기장 안에 군용 도색을 한 차량이 대거 있는 사진을 공개하고 이곳에서 홍콩까지 1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며 10주째 이어진 홍콩 시위 사태에 개입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앞서 중국 관영 언론인 인민일보와 환구시보는 지난 12일 동영상을 올리고 선전에 집결하고 있는 무장경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이 동영상은 홍콩 시위대에 대한 중국의 엄중한 경고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시위대가 벼랑 끝에서 물러서지 않고 임계점을 향한다면 국가의 역량은 언제든지 홍콩에 진입해 폭도를 제압할 것"이라면서 무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시위대의 홍콩 공항 점거 사태 이후 "테러리즘"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경고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습니다.


당초 홍콩 시위는 홍콩 정부가 지난 4월 3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추진하며 시작됐습니다. 법안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벌어진 홍콩인 살인사건입니다. 당시 한 홍콩인 남성이 여자친구와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를 살해하고 시신을 대만에 유기한 뒤 홍콩으로 귀국했습니다. 홍콩은 대만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홍콩 경찰은 그를 체포하고도 대만으로 송환할 수 없었습니다. 또 홍콩은 국가의 입법·사법·집행관할권을 자국의 영역 내에서만 행사하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어 그를 처벌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이에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 본토, 마카오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것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송환법 반대를 이유로 시작된 홍콩 시위는 점차 반(反)중국 성향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홍콩 시위를 통해 홍콩 시민들이 오랜 기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가졌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