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기본 방향으로 한 선거제 개편에 합의하면서 치열했던 대치국면이 가까스로 풀리는 분위기입니다. 내년 1월에 임시국회를 열어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두고 각 당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려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5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6가지 조항을 담은 선거제도 개편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합니. 이에따라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며 지난 6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투쟁을 벌였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열흘 만에 농성을 풀었습니다. 하지만 선거제 개편을 요구하며 투쟁했던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이번 합의에 대해 ‘일보진전’이라고 환영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합의가 지연될 경우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이정미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면서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우리 정치가 다시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언제든 다시 농성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 만인 16일 곧바로 딴소리가 나왔습니다. 1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4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요청으로 성사된 긴급 면담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을 기본으로 해 여야 합의를 본다면 얼마든지 대통령으로서 함께 의지를 실어서 지지할 뜻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2015년 선관위 안은 현재의 의석 수(300석)를 유지하는 전제 아래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을 기준으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입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뜻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에는 “연동형으로 개혁한다”로 해석됐지만 자유한국당은 달랐습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한 언론사과의 통화에서 “검토한다는 말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한다는 뜻이지 연동형을 도입한다는 뜻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합의문 2항의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습니다. 단식을 끝내고 입원 중인 손 대표는 “의원정수 확대를 확인하지 않으면 절대 단식을 못 끝낸다고 버텼고 결국 이 내용이 합의문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개특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제출된 법안 중에는 370명까지 정수를 확대하는 것도 있다”며 10% 이상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하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합의문 그대로 ‘확대 여부 등을 포함해 검토한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당의 요구로 6항에 담긴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는 ‘동시에’와 ‘곧바로’라는 시점도 충돌합니다. 특히 한국당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반대하는 국회 총리추천제 도입을 반드시 관철한다는 입장이라 극심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선거제 개편 논의과정에서 의원정수 확대 규모·지역구 선거제도 결정·비례대표 비율 등의 세부쟁점이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원숫자를 늘리는 문제는 국민반감을 넘는 것이 쟁점이고, 지역구 선거제도 결정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강하게 대립하는 부분입니다. 순수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할시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어려워 질 수 있는 민주당·한국당이 야3당에 조정을 요구할 경우 논의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또 선거제도 개정 직후 논의키로 한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역시 세부쟁점 논의과정에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서 이번 정치권의 선거 제도 개편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화두였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면 이는 한마디로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총 의석수는 정당득표율로 정해지고, 지역구에서 몇 명이 당선됐느냐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던지는 ‘1인 2표’ 투표방식이지만, 소선거구에서의 당선 숫자와 무관하게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합니다. 그리고 정당득표율로 각 정당들이 의석수를 나눈 뒤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할 경우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우게 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혼합형 비례대표'로도 불리는데, 이를 택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로는 독일, 뉴질랜드 등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한 지역구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비례대표제가 함께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 두 선거 방식은 서로 연동되지 않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따로 계산됩니다. 즉, 비례대표는 정당이 미리 정한 명부의 순서에 따라 배분하고 정당 득표율이 지역구 의석수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병립식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 선거 방식은 최다득표자만 선출되기 때문에 당선자 이외의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뜻은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물론 거대정당의 독식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소선거구에서의 당선 숫자와 무관하게 정당득표율에 의해 의석수가 결정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정당이 받은 표에 비례해 의석수가 결정되므로, 사표(死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소수 야당들의 경우 유권자들의 사표 심리에 의해 거대 정당으로 표가 치우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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