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자신의 비서로부터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되자 잘못을 시인하고 ‘잠정적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입니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인물입니다. 당시 그는 젊고 깨끗한 이미지로 차기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충남지사로서 도 행정도 무리 없이 이끌어 유능한 행정가로서의 이미지도 구축했습니다. 그런 안 지사가 자신의 비서로부터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됐습니다. 이로 인해 안 지사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는 물론 그동안 보수진영에 비해 우월하다고 자부해온 진보진영의 도덕성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난 5일 안 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4차례 안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김씨는 "안 지사가 지난달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참 사회적인 이슈가 된 상황에서도 그에 대해 '상처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미안하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날까지도 성폭행이 이뤄졌고,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폭로 이유를 밝혔습니다. 특히 자신 외에도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서 "국민이 저를 지켜준다면, 그분들도 (피해 사실을 밝히며)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안 지사의 성폭행은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 이후 지난해 9월 스위스 출장 등 대부분 수행 일정 이후에 사람들의 시선이 없을 때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스위스 출장 이후 김씨의 직책이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바뀐 뒤에도 성폭력은 계속됐다고도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안 지사 측은 당초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폭행 여부와 관계없이 도덕성에 치명타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게다가 의혹이 제기된 날은 공교롭게도 안 지사가 충남도청 직원들에게 ‘미투’ 운동을 장려한 날이어서 안 지사를 향한 비판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안 지사는 6일 새벽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했습니다. 안 지사는 또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모두 다 제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오늘 부로 도지사직을 내려놓는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며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민주당도 보도 직후 곧바로 긴급최고회의를 열어 안 지사에 대한 출당과 제명조치에 착수했습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긴급 기자화견을 갖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안희정 지사에 대한 뉴스보도에 대해, 당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추대표는 "우리당은 이에 대해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했다"면서 "그 결과 안희정 도지사에 대해서는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6일 곧바로 중앙당 윤리심판원을 열어 안 지사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민주당은 관련 보도를 접하고서 안 지사에 대한 의혹을 처음 알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내면서 안 지사의 사죄와 지사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피해자 수행비서의 눈물의 폭로를 듣고 있자니 안 지사는 참 나쁜 사람"이라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변명도 무척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최대한 빨리 모든 사실을 정직하게 고백하고 국민께 사죄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면서 "정의롭고 상식 있는 정치인 안희정의 본 모습이 '이미지'였고 '가면'이었다고 생각하니 슬프기까지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안 지사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며 용감한 폭로로 살아있는 권력에 맞선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없도록 주무기관의 적극적 대처를 바란다"며 "성범죄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역시도 안 지사의 즉각적인 사퇴와 진상규명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 지사의 처벌과 관련된 청원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안 지사에 대한 비난과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 지사의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도 비난글이 쏟아지는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됐던 안 지사의 향후 행보가 극히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 지사를 둘러싼 성폭행 의혹은 “보수보다 깨끗하다”고 자부해 온 진보 진영에도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습니다. 또한 안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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