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의 개막과 함께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개헌 드라이브가 본격화됐습니다.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지난 1일 개헌 논의를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방선거-개헌투표 동시 실시는) 지난해 대선 때 정치권이 선도해 국민들께 약속을 한 사회적 합의"라며 "촛불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 개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를 민주당의 정략이라고 하는 발언이 오히려 사회적 합의를 깨고 정치적 신의를 배반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직무 태만을 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2월 국회에서 각 당이 개헌안을 논의하고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시기상으로 2월 국회에서 여야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예정된 개헌 시간표를 지킬 수 없게 된다"며 "각 당은 늦어도 2월 중순까지 각자의 개헌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소속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헌 설문조사'를 언급하며 "국민들과 당원들이 생각하는 국민중심개헌의 방향과 해법에 일치하는 긍정적 결론을 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권력구조 등 핵심과제까지 논의를 모아서 당의 입장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한국당)은 2월 말까지 개헌안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이는 6월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 동시 실시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며 "시간을 앞당겨 2월 중순까지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개헌에 대한 민주당의 당론을 결정해) 2월에 여야 협상을 하고 3월에 조문해 6월에 개헌 투표를 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고도 했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학제개편과 결부시켜 추진키로 한 데 대해선 "선거연령 인하 문제를 더 어려운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실망스럽다"고 했습니다. 의총 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130개 헌법 조항을 검토하며 심층 토론을 했다"면서도 "권력구조 관련 논의가 길어지면서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2일 의총을 다시 열어 정부형태 관련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과 의원들 다수가 지지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2일 의총에서는 권력구조 문제와 관련해 4년 대통령 중임제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반 국민과 권리당원 대상에서도 4년 중임제에 대한 선호가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을 마치고 "여론조사기관 2곳에서 지난달 29~30일 전화면접으로 조사한 결과 4년 중임제 45%, 5년 단임제 25.3%, 혼합정부제 17.7%, 의원내각제 7.3%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권리당원이 응답한 조사에서도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는 답변이 68.6%로 가장 많았고 혼합정부제 10%, 5년 단임제 9.8%, 의원내각제 5.7% 순으로 나타났다고 강 원내대변인이 전했습니다. 민주당은 다만 향후 야당과의 협상 등을 감안해 당론에 '대통령 4년 중임제' 표현은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선거제도의 경우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를 놓고 소선거구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비례성 강화를 근간으로 협상한다"는 것을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강 원내대변인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소선거구제가 49%, 중대선거구가 26.3%, 정당명부 비례대표가 17%였고, 권리당원 조사에서는 소선거구제가 35%, 중대선거구제가 32.8%,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24%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또 "의원들 생각은 일반 국민 조사와 비슷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례성 강화가 당론이므로 소선거구제나 중대선거구제라는 관점보다는 비례성 강화 중심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렇듯 민주당은 1일에 이어 2일 연이어 의총을 열고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외에도 정부형태 등도 윤곽을 잡으면서 개헌안을 사실상 확정했습니다. 다만 국회 양원제 도입 여부, 감사원 소속 변경 문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대상 확대 문제 등은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개헌 당론화와 함께 민주당은 한국당을 상대로 본격적인 협상 착수를 종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당이 개헌 협상에 적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낮아 민주당은 국회 주도의 개헌안 마련을 우선하되, 불발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는 방안도 열어 두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전국의 시도지사들과 간담회 자리를 갖고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의 후보들이 지방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약속했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개헌이 어려울 수 있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지방 분권을 포함하는 개헌 국민투표가 함께 이뤄지기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대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개헌과 관련해 한국당은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한 4년 중임제 개헌보다 외치는 대통령이 담당하고 내치는 국무총리가 맡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안을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당은 아직 당론을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한국당은 사실상 4년 중임제와 기존 대통령제가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일 “국가 체제를 바꿔야 할 중차대한 개헌을 지방분권으로 덮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는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즐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인식은 김 원내대표의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그는 대표연설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가 나타난 대통령 중심제를 넘어 분권형 헌법 개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분히 대통령의 힘을 뺀 개헌을 선호한다는 얘기입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을 명시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촛불정신은 가치나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개념인데 이를 헌법 전문에 넣는 것은 특정 세력 위주로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명백한 의도”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이 자유권과 관련해 ‘국민’이란 표현 대신 ‘사람’이란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외국인 등의 국내 지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당은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뺐다가 정정한 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의 ‘브리핑 실수’에 대해서도 “실수인 척 여론을 떠본 것”이라고 성토했습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자유와 평등은 헌법에서 똑같이 존중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자유는 결코 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똑같은 이유로 평등도 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시장경제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를 헌법의 기본 정신으로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헌 문구를 수정해 맞불을 놓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합니다. 개헌안 통과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제왕적 대통령제 개편을 주장하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구제 개편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야 간 이견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던 지방분권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방분권은 지방재정권과 자치조직권을 묶어 놓은 대통령령 개정 문제만 풀어 주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단 코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영향으로 올림픽이 끝나는 2월말까지는 수면 아래로 내려가겠지만 다음 달부터는 지방선거 일정과 연계해 어떤 방식으로든 개헌 논의가 본격화 될 것입니다. 이번 개헌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대통령 임기 개정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입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단임제입니다. 이에 대한 개정이 핵심 논의 사항인 것입니다.
위에서도 설명되었듯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은 4년 중임제 선호로 분류됩니다. 문 대통령자신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한 바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한국당은 외치와 국방을 담당하는 대통령은 직접 선출하고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는 의회 내 의석분포에 따라 선출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집정부제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헌이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한국당도 자신들이 거대 여당이었던 시절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희망했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서 보수층 지지세가 무너지며 집권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지자 슬그머니 이원집정부제를 들고 나온 측면이 강하다 할 것입니다. 물론 청와대와 현 여당인 민주당이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도 자신들의 집권 자신감에 기인한 측면 역시 있습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든 이원집정부제 등 어떤 제도를 막론하고 장·단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운영하는 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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