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을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직에서 파면시켜달라는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을 파면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오후 9시 30분 기준 21만9518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수석 비서관이나 각 부처 장관 등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내놔야 하는 기준인 '한 달 내 20만 명 참여'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지난 20일에 시작된 이 청원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이슈화되면서 단 사흘 만에 20만 명의 참여를 끌어냈습니다. 청와대가 ‘한 달 내 20만 명 참여 시 답변’이라는 원칙을 밝힌 후 가장 짧은 기간에 이 조건을 채운 청원이 된 것입니다.
청원자는 청원 글에서 “평창올림픽위원회 (위원을) 맡은 나 의원이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며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에 (남북) 단일팀 반대 서한을 보내고 한반도기 입장을 반대한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어처구니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원자는 “나 의원은 위원직을 이렇게 개인적, 독단적으로 사용해도 되는가”라며 “수많은 외교 관례와 그동안의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게 아니면 이게 뭔가 싶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회의원 한 명의 독단적 사고는 옳지 않다”며 나 의원을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직에서 파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앞서 나 의원은 지난 19일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에 있어 최종 엔트리를 확대하는 것은 올림픽 헌장의 취지인 공정한 경쟁에 배치되며 대한민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박탈되는 면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서한을 IOC와 IPC에 보낸 바 있습니다.
해당 청원에 대한 답은 올림픽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내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나 의원의 위원직 자격 박탈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조직위원회에 있어서 청와대가 내놓는 답변은 원론적 수준에 그칠 전망입니다. 이번 청원은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답해야 할 8번째 국민청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까지 ‘청소년 보호법 폐지’, ‘낙태죄 폐지’, ‘주취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반대’ 폐지 청원에 답변이 이뤄졌고 ‘권역외상센터 지원 강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폐지’,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은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 23일 나 의원의 이런 발언에 대해 “겉보기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치적 위기를 맞은 듯 하지만 평화올림픽을 반대하는 보수진영의 아이콘이 돼 그토록 바라던 서울시장 후보에 성큼 다가섰다”며 “올림픽으로 가장 득을 본 정치인”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올림픽을 이용하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엉뚱한 서신을 보냈다면 비난받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평창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올림픽을 반대하는 이가 조직위원으로 남아 있는 건 아주 어색하다“며 ”올림픽 팔이로 가장 득을 본 나 의원은 국민 청원에 답해야 할 차례“라며 나 의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또한 ”또 나경원 의원은 지난가을 본인의 강력한 간청으로 조직위가 어쩔 수 없이 위원으로 배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 본인의 해명도 필요하다“며 조직위원직 임명에 대한 의혹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나경원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인 정진석 의원은 24일 나경원 의원의 IOC 서한 논란과 관련 “대한민국 올림픽 조직위원으로서 충분히 지적 가능한 일”이라고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나 의원의 조직위원 자격 박탈요구 청원이 거세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흥분해 한 쪽을 지나치게 비난하고 뭇매를 가하는 조직적 여론몰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면서 20만 명이 넘어선 국민청원을 ‘조직적 여론몰이’로 비하했습니다. 그러면서 “IOC 헌장 44조 4항은 정치적 이유로 배제되는 선수가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나 의원의 항의서한은 이를 근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우리 선수와 한 마디 상의없이 정치적 이유로 합의된 것이며, 북한 선수가 1분, 1초라면 뛰면 그 시간만큼 대한민국 선수들의 기회와 권리는 침해받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친정부 인사인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조차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 단일팀 합의에 ‘이번엔 정부가 잘못했다’고 했다”면서 “단일팀 논란에 왜 문재인 정부 지지층인 20~30대 청년층이 제일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지 겸허히 자문해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진정한 소통 없이 정치쇼통만 계속할수록 장담컨대 아이스하키 경기 당일 링크 주변은 태극기 물결과 애국가 합창이 퍼져 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당사자인 나 의원 자신은 이번 국민청원과 관련해 지난 23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조직된 정권 지지자들의 청원이며, 위원직 임명은 올림픽조직위의 권한으로 정부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현직 보수진영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자 최다선 여성 중진 의원입니다.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제법학 박사 과정도 수료하였습니다. 사법고시 패스 후 부산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그리고 서울행정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했습니다. 그 뒤 2002년 이회창 대선캠프 참여를 시작으로 2004년의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정계에 진출하게 됩니다. 3년 후인 2007년의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그의 당선에 기여했고,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현재 나 의원은 국회의원 4선에 내리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현재 보수진영의 대표적 여성 중진 정치인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높은 대중적 인지도 못지않게 그동안 다수의 논란을 불러 일으켜 진영별로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는 정치인으로도 유명합니다. 진보 측에게는 주어는 없다 발언과 "노무현 아방궁" 발언으로 애초부터 별로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고, 보수 측에서는 본인의 미모와 함께 다른 여당 정치인들이 발언하기를 꺼리는 주제의 비판을 거리낌 없이 하는 등 가려운 곳을 시원시원하게 긁어주는 사이다 발언을 자주 한다며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같은 보수 정치인들이나 보수 지지층들 사이에서도 다소 줏대가 없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여담으로 남편은 서울고등법원 춘천부 부장판사인데, 1983년에 처음 만나 1988년에 결혼했다고 합니다. 고시생 시절에 결혼하고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왕왕 있었지만, 부부 양쪽 모두가 이에 해당하는 드문 예로 그쪽(법조계)에서는 유명 커플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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