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4일 공수처 신설, 국정원 대북·해외 전념, 자치경찰제 실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권력기관 구조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개혁안에 따르면 우선 검찰은 수사권을 조정해 고위 공직자 수사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이관하고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통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국가정보원은 대외안보정보원(가칭)으로 이름이 바뀌어 수사권을 없애고 대북 및 해외 정보 업무만 전담하게 됩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넘어가 산하에 신설되는 안보수사처(가칭)에 배속됩니다. 또한 경찰은 일반경찰과 수사경찰로 나뉘어 일반경찰이 수사에 개입하는 일을 차단합니다. 이와 함께 현재 제주에만 국한된 자치경찰제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됩니다.
조 수석은 발표에 앞서 "31년 전 오늘 22살 청년 박종철이 영장도 없이 불법 체포돼 남영동에 끌려가 물고문을 받고 죽었다. 당시 검·경, 안기부가 합심해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권력기관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독재 시대가 끝나고 민주화 시대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조직 이익과 권력 편의에 따라 국민 반대편에 서왔다"고 권력 기구 개편안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조수석은 이어 "그동안 각각의 권력기관이 개혁안을 발표했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에서 오랜 논의가 있었지만 전체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늘 권력 기구 개혁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개혁안을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검찰부분에서 ‘공수처’가 검사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해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공수처’에 고위공직자 수사권을 넘겨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축소합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통해서는 검찰권에 대한 통제와 견제를 하게 됩니다. 이미 법무부는 ‘탈검찰화’가 이루어져 인권국장 등 3명이 비검찰 인사로 채워져 있습니다. 또 평검사 보직 10개가 외부공모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검사들이 고용되면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가속화될 것입니다.
국정원의 개혁 방향은 대공수사에서 손을 떼고 대북 및 해외의 정보 업무에 전념토록 해 국민과 국가를 위한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겨 국정원의 권력 분산을 마무리할 예정인데,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국정원 통제의 또 다른 수단으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해 권력의 오남용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게 되면 담당 인력도 따라 넘어가게 되는데 이를 위해 국정원과 경찰이 별도로 협의를 갖게 됩니다.
경찰개혁 부분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아 ‘안보수사처’를 신설합니다. 또 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게 됩니다. 자치경찰제를 통해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경찰 비대화 우려를 없애 수사의 객관성, 청렴성, 신뢰성 등을 높입니다. 지난 2013년 지방행정특별법이 제정돼 자치경찰제를 위한 기반은 마련이 됐으나 현재는 제주에만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게 되는 대공수사권은 ‘안보수사처’에서 담당하게 되고 수사인력은 기존의 경찰인력과 국정원에서 이관될 요원들을 대상으로 구성됩니다.
또 일반경찰과 수사경찰로 분리해 일반경찰이 수사에 간섭하는 일을 차단하는 한편, 외부의 경찰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공공형사변호인제’를 도입해 경찰권 오남용을 통제하는 장치를 마련합니다. 수사권 조정은 1차 수사는 경찰, 2차 수사는 검찰이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경찰이 1차 수사를 하고 이를 검찰에 넘기면 검찰은 경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만 2차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이라도 검찰이 가져가 수사할 수 있는데, 이 점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야당은 '국회 패싱'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등 정책별 입장차도 드러냈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구조개혁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15일 당내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지난 연말 그렇게 어렵게 사개특위에 합의해 이제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하려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심복(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권력기관 개혁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대의기관인 국회의 논의 자체를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청와대 참모진의 꼴불견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개헌·정개특위)도 첫 회의를 시작하는 마당에 사법개혁이든 개헌이든 다 내 마음대로 결정하겠다는 이 태도는 어디에서 나온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국회 패싱'을 문제 삼았습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가봐도 청와대가 사법개혁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국회 사개특위가 만들어져서 여야 3당 모두가 당리당략을 버리고 오직 국가와 민족, 미래를 위해 이 문제에 접근하기로 지난 금요일 결의한 마당에 청와대가 이렇게 뒷북을 치면서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 국정을 이끌어 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여야 한다"며 "비대한 청와대가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을 하는 것은 역대 정부 실패에서 봤듯이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이관하는 것은 분명히 반대한다"며 "국정원이 권력 하수인 노릇을 했던 과거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엉뚱하게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이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기만 하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 되느냐고 문제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많은 국민은 경찰은 과연 깨끗한가, 유능한가는 의문을 가진다"며 "경찰이든 검찰이든 권력기관 개혁 핵심은 인사권으로 권력을 장악해 하수인하게 한 것이 핵심이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대표는 "청와대 안에는 이런게 전혀 없다"며 "국회에서 바른정당을 이를 집중 심의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의 비판에 대해 "이것을 '권력기관 힘빼기다'라고 잘못 지적하는 것은 촛불혁명이 준 시대적 과제를 잊어 버렸거나 엉뚱한 데 힘을 써온 권력기관의 잘못을 덮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반박했습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번 개혁안 핵심은 견제균형 대원칙 하에 각 기관의 작동 방식을 민주화해 권력남용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기반을 단단히 하는 첫걸음이자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시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국회도 개혁의 물결에 적극 동참해야할 것"이라며 "이번 개혁안의 본질은 국가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야당이 우려하는 것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렇듯 야권이 한 목소리로 정부의 권력기관 구조 개혁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놓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선 야권을 ‘어르고 때리는’ 투트랙 전략을 펴며 청와대를 위한 지원사격에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헌 문제와 더불어 계속 국회를 압박하는 식으로 나오는 청와대 측과 선을 그은 야권에서 별 다른 계기 없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데다 청와대의 권력기관 구조 개혁안이 관철되려면 경찰법과 국가정보원법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 감사원법 등 최소 6건의 법안을 고쳐야 하는 문제다 보니 다수 야당이 포진한 현 원내구도상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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