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선수가 설날이었던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1인승 주행에서 최종합계 3분20초55를 기록하며 한국 썰매종목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윤성빈 선수는 스켈레톤을 시작한지 불과 6년 만에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는 가속을 위한 최적의 몸을 만든 이후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습니다. ‘우상’이었던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도 넘어서면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리스트 후보에 올랐습니다. 때문에 스켈레톤의 ‘새 황제’ 탄생을 예고한 경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습니다.
예상대로 그는 큰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네 차례 주행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금메달을 확정한 후 윤성빈 선수는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 IOC 위원과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문제는 국회에서 익숙한 얼굴의 한 여성 정치인이 윤성빈 선수를 축하하는 현장에 깜짝 등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결승선 라인에서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과 함께 윤 선수를 응원하고 금메달이 확정된 후 윤 선수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윤 선수는 박 의원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듯 그를 지나쳐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습니다.
윤성빈 선수의 노력이 보상받는 현장에서 아낌없이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박영선 의원은 소위 ‘낄끼빠빠’(낄 때 낄 줄 알고 빠질 때 빠질 줄 알아야 한다는 뜻)를 하지 못한 불청객이 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박 의원이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뻔히 보이는 행동을 하다가 굴욕을 당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박 의원은 윤성빈 선수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걸 의식한 듯 페이스북을 통해 윤성빈 선수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올렸지만 논란을 더 키우고 말았습니다. 박 의원은 “설날이라 다른날보다 응원오는 사람이 적을 것 같아서 응원왔는데 와! 금메달을 땄다”며 “윤성빈선수. 운동 시작한지 6년 만에 거머쥔 금메달. 정말 대단하다”고 썼습니다. 박 의원은 윤성빈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이 적을 수 있어 현장을 찾았다고 했지만 굳이 금메달이 유력했던 윤성빈 선수를 접촉한 것은 인증샷을 찍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의 행위는 어떻게든 계산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물론 퍼포먼스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박 의원의 행보는 노회한 정치인이 써먹는 뻔한 구태 정치의 전략으로 보여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 큰 상황입니다. 현재 일반 여론이 그렇습니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박영선 의원은 평소 윤성빈 선수와 개인적인 인연이 없었습니다. 인증샷을 본 트위터리안들은 박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무런 연도 없는 선수들과 사진을 찍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해당 인증샷 게시물에 “윤성빈 선수 금메달에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라”, “관중석에서 마스크를 쓰고 조용히 응원한 김연아와 너무 비교된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이렇게 하면 역효과 난다는 걸 모르느냐”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후 박 의원이 부정적인 댓글을 계속 지웠는지 “댓글 싹 날리셨네”라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민들이 윤성빈 보고 응원하러 TV 켰지, 박 의원을 보려고 킨 것은 아니지 않느냐,” “다른 날보다 응원하는 사람이 적을 것 같으면 메달권 아닌 비인기 종목이나 응원하러 가지 왜 하필 금메달 최유력 종목에만 응원하러 갔느냐”고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박 의원의 응원을 특권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팀코리아’라고 새겨진 점퍼를 입고 윤성빈 선수가 있는 현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국회의원의 특권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박 의원의 ‘인증샷’이 곱게 보이지 않은 이유는 오는 그가 6. 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집권 여당의 유력 후보 중 한명이기 때문입니다. 선거를 의식해 인지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평창올림픽, 그리고 윤성빈 선수의 메달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한 누리꾼은 “국민들 정서도 못 읽으면서 서울시장을 출마한다니…뭐 노이즈 마케팅이면 성공한 듯하네요”라고 박 의원을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당일 논란이 인후 SBS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좀 뒤에 있었거든요. 막 누가 등을 떠밀더라고요. 근데 내가 안 나갔어요. 누가 그랬는지는 저는 몰라요. 제가 일부러 안 나가고 일부러 장관님 뒤에 있었어요. 오히려 거기 있던 누군가가 우리한테 금메달 따면 나가서 칭찬해 줘라, 그랬다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행동을 아니라는 것입니다. 박 의원은 또한 “오라 그래서 가서 응원한 건 많이 있어요. 이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뭘 활용을 하겠어요”며 “너무 이걸 나쁘게 (평가)하면 좀 그런거 같아요. 선의를 갖고 그 사람들이 다 같이 응원해주고 그러는 마음으로 그래서 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박 의원은 1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어제(1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발행하는 고위인사초청(Distinguished Guest Pass)으로 경기장에 가게 됐고 올림픽 패밀리 라운지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그곳으로 안내받아 이동했다”라고 다시 한 번 해명했습니다. 또 “응원을 가게 된 경위는 이미 제가 밝힌 것처럼 설날 아침이라 다른 날보다 응원 오시는 분들이 적을 수도 있고 스켈레톤 경기가 잘 안 알려져 있으니 응원해주면 어떻겠느냐는 권유에 의해 간 것”이라며 “본의 아니게 특혜로 비쳐 우리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런 마음이고 저도 참 속상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평창올림픽조직위는 “박 의원이 소지한 출인승인(AD)카드는 피니시 구역의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IBSF) 게스트존 출입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16일의 경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의 이보 페리아니 회장이 윤성빈의 금메달 획득을 감안해 피니시 구역 게스트존에 있던 박 의원 등 일행을 통제구역인 피니시 구역의 썰매 픽업 존으로 안내한 것”이라며 “앞으로 경기장은 물론 대회 시설에 대한 출입 통제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박 의원의 특혜응원 논란에서 문제가 된 해당 구역은 ‘피니시 하우스’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이곳은 출전 선수들이 경기직전과 직후 오가는 지역이기 때문에 AD카드를 소지한 감독 등 특정인만 출입할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피니시 라인(썰매 픽업 존)은 출입이 엄격합니다. 이날 윤성빈의 어머니와 여동생조차 멀리 스탠드 위에서 일반 관람객들과 함께 감동을 나눠야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동계 스포츠 최고의 스타인 김연아 역시 일반인들 속에서 윤 선수를 응원했습니다. 그러나 게스트존에 있던 박 의원 일행은 그 들이 소지한 고위인사 초청(distinguished guest pass)카드로는 출입이 불가한 피니시 구역의 썰매 픽업 존으로 IBSF의 이보 페리아니 회장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습니다. 말 그대로 특혜를 받은 것입니다. 물론 박 의원 자신의 말대로 순수하게 윤 선수 응원을 위해 현장에 갔고 그저 페리아니 회장의 제의를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 상황을 TV화면으로 접하자마자 ‘어 저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면 역시 부자연스런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을 고쳐 쓰지 마라’는 옛말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도 이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는 것입니다. 나경원 의원은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입니다. 또한 그는 얼마 전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 한바탕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 의원은 박 의원과는 달리 일반 관중석에서 경기를 응원했습니다. 나 의원 역시 자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중 한사람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 차이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나 의원이 그나마 처신을 잘한 것 같기도 하고...(물론 나 의원도 인지도 높이려 응원 같다는 말을 듣긴 합니다) 혹은 소속이 집권 여당과 야당인 차이 같기도 하고... 어찌 되었든 박영선 의원과 관련한 이번 특혜응원 논란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를 따라 다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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