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소녀시대’ 데뷔 10주년, 현역 최장수·최정상 걸그룹의 의미

Chris7 2017. 8. 17. 08:00

걸그룹 소녀시대가 컴백했습니다. 소녀시대는 지난 4일 ‘홀리데이(Holiday)’와 ‘올 나이트(All Night)’를 더블 타이틀 트랙으로 한 정규 6집 ‘홀리데이 나잇(Holiday Night’)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2015년 발매한 정규 5집 ‘라이언 하트(Lion Heart)’ 이후 2년여 만에 완전체 활동입니다. 태연·써니·티파니·효연·유리·수영·윤아·서현 여덟 소녀의 이번 컴백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올해가 그들의 데뷔 10주년이기 때문입니다. 소녀시대는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 가요계 걸그룹 중 최초로 10주년을 맞이한 팀입니다. 물론 2006년 데뷔한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있어 ‘최초’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은 아니나 말 그대로 ‘현역에서 활발히’라는 단서를 붙인다면 그리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현역 최장수 걸그룹’이란 말도 성립됩니다(팬심에 조금 무리한 표현을 합니다!). 걸그룹으로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한국 가요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남·녀 아이돌 그룹이지만, 그 수명은 보통 7년으로 ‘7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소녀시대와 함께 2세대, 3세대 아이돌 그룹의 명목을 이어온 인기 그룹 원더걸스, 씨스타, 2NE1, 포미닛 등이 ‘7년 차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해체 소식을 전했습니다. 팀의 성적과 관계없이 이들은 각자의 미래를 위해, 혹은 소속사와의 관계 때문에 새로운 행보를 택했습니다. 이 가운데 소녀시대는 7년 차 징크스를 깸은 물론 어느덧 10주년, 그리고 10주년 그 이상의 행보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소녀시대는 지난 2007년 8월 5일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 이후 7년간 9인조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한동안 아이돌그룹의 침체기가 있었던 시기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을 필두로 제2세대 아이돌 붐이 시작됐습니다. 소녀시대는 데뷔 앨범을 기점으로 ‘소녀시대’, ‘키싱 유(Kissing You’) 등 ‘깨끗한 소녀’ 이미지를 내세워 팬덤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Gee)’를 통해 ‘지 신드롬’을 일으키며 소녀시대로서 완벽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원을 말해봐’, ‘오!(Oh!)’, ‘런 데빌 런(Run Devil Run)’ 등을 연이어 히트시켰고, 곡의 콘셉트 또한 청순과 카리스마를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지난 2010년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오!’와 리패키지 앨범 ‘런 데빌 런’을 발표한 소녀시대는 일본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고, 오리콘 데일리 싱글 차트 2위에 오르는 등 아시아권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소녀시대의 인기는 아시아권에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SM 소속 가수들은 꾸준하게 미국과 유럽 등에도 진출을 시도해왔습니다. 소녀시대 역시 지난 2011년 ‘더 보이즈(The Boys)’를 발표,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나서며 적수 없는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소녀시대에게도 팀이 흔들리던 위기는 있었습니다. 지난 2014년에 원년 멤버 제시카가 소속사와 협의 끝에 독자적인 행보를 걷기로 한 것입니다. 제시카의 탈퇴로 팀 유지에 타격을 입는 듯 보였으나,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들 여덟 소녀들은 현재까지 건재함을 과시 중입니다. 소녀시대는 제시카가 빠진 후 9인 체제에서 8인조로 재정비해 활동에 나섰습니다. 지난 2015년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라이온 하트’ 등 더욱 성숙해진 음악으로 대중에게 돌아왔고, 각종 음원 순위를 휩쓸었습니다.





그들이 이처럼 10년 이상 장기간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요인으로는 ‘팀워크’가 1순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여러 명의 인원이 모여 하나의 합을 이룰 때 최상의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팀 활동입니다. 단 한 명의 인원만 흔들려도 팀워크는 무너지기 때문에 멤버 간의 합은 건강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소녀시대가 오랜 기간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그룹과 개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는 것이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오랜 기간 소속 멤버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그룹들의 특징 중 하나가 대부분 특정 멤버 1인이 타 멤버보다 유별나게 큰 시선을 끌거나,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10·20세대 팬층을 노리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 가수로서 생명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아이돌 그룹들이 연기, 솔로, 유닛, 협업, 공연 등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인기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 주력 멤버가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팀을 이탈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멤버들 중 한쪽으로 인기와 활동이 치우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개개인의 멤버들이 팀을 이뤄 유닛 활동을 함은 물론 댄스, 공연, 연기, CF, 예능, 솔로 활동 등 각각 오랫동안 1인으로서의 이름을 알리며 팀을 이어가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메인 보컬 태연은 탁월한 가창력으로 솔로 앨범은 물론 각종 드라마 OST에서 활약하며 음원강자로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써니는 발랄한 매력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끼를 뽐내고 있습니다. 또한 눈웃음이 매력적인 티파니는 언어 능력, 글로벌한 음악 감각으로 두루 활약 중입니다. 효연은 화끈한 춤 실력과 호탕한 성격이 매력적이며, 청순함과 발랄함을 고루 갖춘 유리는 남녀노소에게 호소력이 큽니다. 감각이 좋은 수영은 새로운 패셔니스타로 떠오르고 있으며, 걸그룹 센터의 표준이라고 할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는 윤아는 여러 드라마에서 ‘연기돌’로 맹활약 중입니다. 여기에 막내 서현은 뮤지컬 작품들에서 가창과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뮤지컬계 블루칩으로 떠올랐습니다.

 

소녀시대는 이와 함께 보컬라인인 태연, 티파니, 서현으로 구성된 유닛 '소녀시대 - 태티서'로 소녀시대의 댄스 음악과 다른 색깔의 음악으로 실험을 꾀하기도 했습니다. 소속사인 SM은 "소녀시대는 그룹 활동뿐만 아니라 개인 활동을 할 때도 멤버별 개성이 뚜렷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지속적으로 소녀시대의 모습을 비추고 어필해왔다"며 "소녀시대가 장수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봤습니다. 이처럼 소녀시대는 MC, DJ, 예능, 뮤지컬·드라마 연기 등을 통해 그룹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들의 매력을 대중에게 끊임없이 어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개개인의 역량이 합해져 팀을 오랜 기간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입니다.


소녀시대 멤버들 역시 “서로에게 많이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고 그 안에서 발전해 나가면서 서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부분인 것 같다. 소녀시대로서는 항상 자부심을 느끼는데, 특히 솔로 활동을 하면서, 단체로 소녀시대로 모였을 때 특별한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면서 1인 활동 시에도 팀을 가장 큰 베이스로 생각했음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태연과 서현은 소녀시대 10주년 컴백 관련 티저 사진을 통해 "앞으로도 소녀시대 안에서 더 다양하게 시도해보지 않을까요, 서로. 하나하나 뭔가 해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및 "저희가 이렇게 만난 것 자체가 운명인 것 같아요, 이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매 순간 함께 느끼고 함께 성장해온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에 정말 감사해요"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티파니는 소녀시대 10주년 컴백 인터뷰 영상에서 "(멤버들은) 서로가 너무 그냥 위로인 것 같아요, 뭔가 듣고 싶고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버 체인지', 그 순수함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소녀시대보다 먼저 데뷔해 가요계에 남아 있는 팀들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등 남자 아이돌 그룹과 성인돌 브라운아이드걸스(Brown Eyed Girls) 정도입니다. 2000년대 중반 2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비중 있는 주류세력이 되었지만 ‘냉엄한 생존의 법칙’이 존재하는 대중음악계에서 살아남아 있는 수는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입니다.


같은 시기 활동했던 선배·동료들은 어느새 거의 대부분 사라지고 후배 아이돌 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소녀시대이기에 ‘데뷔 10주년’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결 같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들이 컴백한 지금 여름가요시장은 물론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소녀시대에게는 경쟁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 세계 각국의 팬들은 인기란 굴레에서 어느 시점부턴가 벗어나 여덟 멤버가 한 무대에 서서 춤추고 노래하고, 그들이 꾸민 새로운 노래를 꾸준히 들을 수 있기를 원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머지않아 소녀시대 여덟 명이 30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게 되면 결혼을 포함한 각자의 미래를 재설계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날도 올 수 있습니다. 특히 언니(?)라인을 형성하는 89년생 동갑들인 태연 써니 티파니 효연 그리고 유리는 내년이면 30세(만 29세)가 됩니다. 예전 소녀시대 관련 글에서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듯이 여성에게 30이란 숫자가 주는 의미는 특히 크다고 짐작됩니다. 그러나 8월 5일 10주년 팬 미팅에서 피력했듯이 소녀시대의 구성원으로서 갖는 강한 자부심, K-Pop의 대표아이콘이란 존재감은 그들이 앞으로 맞닥뜨릴 수도 있는 여러 현안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중요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약 10년의 활동 기간을 거치면서 늘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온 소녀시대입니다. 10년 차 그룹을 유지해온 것만으로, 그 진가를 증명한 셈입니다. 소녀시대는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매니지먼트로 이어지는 SM의 기획력이 집합된 완성형 걸그룹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대형기획사(SM)의 기획 아래 데뷔한 소녀시대는 그 계획에 맞게 순차적으로 활동을 이어오며 최정상 걸그룹 명목을 이어왔습니다. 아이돌그룹으로서 생명력이 길지 않은 현재, 소녀시대는 그룹, 특히 걸그룹,들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줬습니다. 한국 가요계 걸그룹 역사상 보기 드물게 10년간 팀을 이어온 소녀시대. 추후 여성 그룹을 넘어 국내 최정상 그룹으로서 어떤 역사를 써 내려갈지 기대가 됩니다.


현재 소녀시대 여덟 멤버들은 소속사 SM과 재계약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소속사의 행태를 포함 이런저런 노이즈도 살짝 들리는 듯합니다. 부디 소녀시대와 SM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계약이 이뤄져 향후 소녀들의 활동에 걸림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