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주연 송강호/감독 장훈)가 올해 첫 번째 '천만 영화'가 됐습니다. 개봉 19일 만의 일입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택시운전사'는 전날 1033개관에서 4405회 상영, 37만1514명을 추가, 누적 관객수 996만3519명을 기록 중입니다. 영화는 20일 오전 6시30분 현재 예매 관객수 10만4905명을 확보해 이날 오전 중 천만 관객 고지를 밟게 됩니다. 역대 19번째 천만 영화이며, 한국영화로는 15번째입니다. 이로써 한국영화는 2012년 이후 6년 연속 천만 영화를 배출하게 됐습니다.
‘택시운전사’의 흥행 성공으로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은 명실상부 흥행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장 감독은 장편극영화 데뷔작이자 독립영화였던 '영화는 영화다'(2008·131만명)를 성공시킨 데 이어 '의형제'(2010·541만명) '고지전'(2011·294만명) 등 연출작 모두를 흥행시킨 바 있습니다. 천만 영화를 내놓은 한국 영화감독은 장 감독이 13번째입니다.
배우 송강호는 이번 영화로 세 번째 천만 영화를 갖게 됐습니다. 그는 앞서 '괴물'(2006)과 '변호인'(2013)으로 천만 배우가 된 바 있습니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 포함 최근 5년간 천만 영화 2편, 900만 영화 2편('설국열차' '관상'), 700만 영화 1편('밀정'), 600만 영화 1편('사도')를 내놓는 흥행 신화도 함께 쓰게 됐습니다.
송강호는 당초 이 영화에 출연하기를 꺼렸다고 합니다. 광주라는 현대사의 한 비극, 하지만 그 찬란한 항쟁의 의미가 지닌 무게에 짓눌린 탓이었습니다. 그러나 연출자 장훈 감독이 건넨 시나리오 속 이야기는 한동안 그의 뇌리를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카메라 앞에 나서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송강호는 올해 1월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한 제8회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에서 ‘밀정’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과 몇 명의 관객이 몇 시간에 그친다고 해도 그게 조금씩 세상을 변화할 것이라 믿는다. 그게 영화의 매력이다.” 1980년 5월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달려간 택시기사 만섭을 연기하면서 그는 이 같은 자신의 소신을 잊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신념의 연기로서 그는 현대사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냈을 것입니다.
1981년 부산 최대의 시국사건으로 꼽히는 부림사건의 실제 변호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기한 ‘변호인’,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단속하던 일제의 앞잡이에서 결국 조국에 대한 배신을 뉘우치며 그 자신 운동에 뛰어든 고뇌의 모습을 내보인 ‘밀정’ 등 그는 근현대사를 통과한 인물들에 대한 애정을 유난히 드러내왔습니다.
‘택시운전사’를 통해서는 작은 일상에도 행복해 하지만 엄청난 비극적 사건에 맞닥뜨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인간적 성찰과 변화로 나아가는 한 소시민의 이야기를 그려냄으로써 전작들과는 또 다른 성과를 일궈냈습니다. 오로지 그 신념과 소신의 힘이 아니고서는 배우로서 감당해내기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독일 공영방송 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로 간 택시기사 김사복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현대사의 아픔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으로 많은 관객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이 영화는, 담담한 시선으로 항쟁의 한 가운데서 한 소시민이 어떻게 성찰의 변화를 겪는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무참하게 짓밟히는 무고한 시민들의 모습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택시기사 만섭(송강호)이 엄청난 사건의 한 가운데서 인간적인 번민에 빠져들면서 관객은 부채의식을 감당해냅니다. 하지만 만섭이 그 진상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본분을 다하려는 독일 기자(토마스 크레취만)를 도우면서 관객은 항쟁의 의미와 그로부터 조금씩 완성해가는 인간애의 실체를 확인하며 뜨거운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이 부채의식과 눈물이야말로 관객이 영화에 더하는 공감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근현대사를 다룬 몇몇 영화의 흥행세 속에 ‘택시운전사’ 역시 자리하지만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담아내서가 아니라 택시기사 만섭이 찾아가는 인간적 성찰에 대한 관객의 공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상영 전부터 ‘광주민주화운동’ 사건 자체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를 애써 폄훼하려는 일부의 움직임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절대로 안보기 운동’을 ‘선동’하는 내용을 담은 SNS 메신저의 피해까지 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진실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올해 첫 ‘천만관객영화’의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물론 ‘택시운전사’도 ‘스크린독점’이라는 한국영화계의 고질적 문제에서 자유로울순 없으나 이런저런 논란들이 영화자체의 묵직함을 가릴순 없었습니다. 또 한편의 명품영화의 탄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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