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상파는 물론 여러 종편·케이블 채널들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예능 아이템중 하나가 바로 음악 경연 프로그램입니다. 이중 아이돌 그룹 육성(데뷔)을 목적으로 한 ‘프로듀스 101’에 이어 ‘아이돌학교’ 같은 음악 예능들이 화제는 물론 논란 속에 근래 방송을 종료했거나 방송중입니다. 이들 방송들과 관련한 소식들을 접하다 보니 문뜩 떠오른 방송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이맘때쯤 방송되었던 ‘걸스피릿’이란 프로그램입니다.
‘걸스피릿’은 종편채널 JTBC에서 방송한 예능 프로그램이자 보컬 경연 프로그램으로 2016년 7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방송 당시 기준으로 1위를 해 본 적 없는 걸그룹 보컬 12명이 참가해 인지도와 꿈을 향한 뜨거운 보컬 전쟁을 펼친다는 취지하에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총 11회의 방송에서 12명의 걸그룹 메인 보컬들은 경연을 통해 순위를 정하고 우승자를 가렸습니다. 보형(스피카)부터 혜미(피에스타), 소정(레이디스코드), 유지(베스티), 소연(라붐), 진솔(에이프릴), 케이(러블리즈), 민재(소나무), 승희(CLC), 승희(오마이걸), 다원(우주소녀) 그리고 성연(플레디스걸즈)까지 각 팀 내에서 그리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보컬로서의 능력은 인정받았던 이들이기에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A조와 B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진행한 가운데 B조에는 비교적 걸출한 멤버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른바 '죽음의 B조'라 불린 B조에 맏언니격인 스피카 보형 역시 속해있었습니다. 보형은 소정, 유지, 진솔, 혜미, 소연 등과 엎치락뒤치락했던 경쟁에서 승리, 파이널 리그에 진출했고 결국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준우승은 케이, 민재, 매생승희, 다원, 성연과 함께 경연하며 매 라운드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돋보였던 A조 소속 오마이걸의 승희였습니다.
12명의 참자자들은 매 라운드 주제에 맞는 개성 넘치는 솔로 무대를 선보였으며, 그룹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려져 있던 진가를 스스로 입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우승을 차지하는 것보다, 그동안 갖지 못했던 솔로 무대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었습니다. 또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해본 적 없는 자신의 그룹을 대표해서 나온 것이었기에 본인의 활약이 그룹의 인지도 향상에도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걸스피릿’을 담당한 마건영 PD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방송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부족했던 부분들을 인지하고 개선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악역과 자극적 소재 없이 온전히 ‘12돌’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방송을 제작했던 게 시청자분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하더라.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서고 싶은 무대가 하나 생긴 것 같아 좋다”고 말했습니다.
‘걸스피릿’ 제작진은 경연 프로그램임에도 탈락자 없이 스피카 보형, 피에스타 혜미, 레이디스코드 소정, 베스티 유지, 라붐 소연, 러블리즈 케이, 소나무 민재, CLC 승희, 오마이걸 승희, 에이프릴 진솔, 우주소녀 다원, 플레디스걸즈 성연 총 12명의 걸그룹 보컬들과 함께 11주의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무대를 경연을 빌미삼아 빼앗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최종 우승이라는 결과보다 매 무대 성장해 나가는 ‘12돌’의 모습, 과정 그 자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악마의 편집도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첫회 부터 2·3회차 까진 살짝 경쟁을 부추기는 듯한 편집도 없진 않았지만 회차가 갈수록 그런 의도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착한 연출’은 양날의 칼로 ‘걸스피릿’에 돌아왔습니다. 탈락자 없이 진행되는 경연인데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열한 경쟁 구도 대신 훈훈한 모습 등이 주를 이뤄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에 프로그램 초반 화제성에 비해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기대만큼 탄력을 받지 못했습니다. 방송 내내 기록한 1%대의 낮은 시청률이 이를 반증한다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편안한 점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팬들도 있었습니다(저를 포함해서!). 이에 더해 구루(스승이나 지도자)란 이름으로 등장한 심사위원(멘토)들인 탁재훈 장우혁 천명훈 이지혜 그리고 서인영의 태도 역시 혹평을 받았습니다. 심사하러 나온 것인지 개그를 하러 나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다소 장난스러웠던 그들(특히 탁재훈)의 태도는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았습니다.
또 하나 방송당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것이 출연자들의 보컬 능력치 편차였습니다. 이는 활동경력과도 일면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즉 방송 시작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일컬어졌던 보형과 유지 등 이미 실력자로 알려진 고참(참가자들 중)들과 ‘걸스피릿’ 방송이 데뷔무대였던 승연 그리고 당시 16세로 최연소 참가자였던 진솔 등과는 눈에 띄는 실력차와 무대 완성도차가 있었던 것입니다. 언니라인의 참가자들이 자신의 장단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신에 최적화한 무대들을 꾸민데 반해 활동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동생라인들은 매 라운드 힘에 겨운 무대를 보여주는데 그쳤습니다. 이런 면에서 A조 상위권 경쟁을 한 재간승희와 케이의 활동이 눈에 띈다 하겠습니다. 다만 예선 최종라운드에서의 참가자들은 하위권 동생들마저도 상당히 인상적이고 발전된 모습이긴 했습니다. 결국 ‘걸스피릿’은 착한 경연 프로그램의 풀어야할 이런저런 숙제를 안은 채 시즌1을 마무리했습니다.
방송은 이미 한해 전 끝났지만 무대를 향한 ‘12돌’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할 것입니다. ‘걸스피릿’ 우승자는 스피카 보형이지만, 그를 비롯한 12명의 소녀(?) 모두 자신의 인생에서 하나의 우승을 거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송 종료 후 ‘걸스피릿’은 시즌2를 계획 중이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시기가 언제가 될지, 현재처럼 걸그룹을 대상으로 할지 보이그룹을 대상으로 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프로그램 타이틀이 ‘걸스피릿’이니 걸그룹이 될 확률이 높아보이긴 합니다만... 보이그룹 멤버들이 출연한다면 당연 ‘보이스피릿’이 되겠지요!
지난해 이어졌던 4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올해 또 다른 시작(만약 시즌2를 한다면...)을 앞둔 ‘걸스피릿’이 시즌1의 숙제들을 풀고 또 다른 숨은 원석들을 발굴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특히 최근 학교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Mnet에서 방송을 시작한 ‘아이돌학교’가 여러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을 보며 비록 시청률은 낮았지만 그 어떤 음악 경연 혹은 아이돌 관련 방송보다 개인적으로 즐겁게 시청했던 ‘걸스피릿’이 유독 그리워지곤 하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시즌1 우승자 보형의 소속 그룹인 스피카가 해체의 수순을 밝긴 했지만 ‘12돌’과 그들이 속한 그룹이 앞으로 가요계 전반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걸스피릿’ 시즌2에서는 또 어떤 걸그룹 멤버가 출연할지 기대감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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