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대하드라마’는 아침드라마인 ‘연속 TV 소설(아사도라)’과 함께 일본 공영 방송국 NHK를 대표하는 드라마 시리즈라 할 수 있습니다. 일드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딱히 즐겨보시지는 않더라도 시리즈 존재자체는 알고 계실 텐데요! 사실 ‘대하드라마’가 주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사극이고 보면 사극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보통 45회에서 50회 정도로 편성되는 분량에 질려 꺼리는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워낙 어릴 때부터 자칭 사극 매니아였고 일드 입문 자체를 ‘대하드라마’로 한 저 인지라 가장 즐겨보는 일드 시리즈입니다.
NHK 대하드라마는 1963년 ‘꽃의 생애’를 시작으로 2017년 현재의 ‘여자성주 나오토라’까지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시리즈입니다. 특히나 분기제로 10회 가량의 분량으로 편성되는 일반 드라마와는 달리 약 45회에서 50회 정도의 분량으로 1년 단위로 제작 방송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물론 같은 NHK의 아사도라는 6개월 단위이고 TV 아사히의 인기 수사물 ’파트너‘ 시리즈는 두 분기(6개월)에 걸쳐 편성되는 등 일부 예외는 있습니다만...
’대하드라마‘는 80년대의 ’사자의 시대‘ ’산하 타오르다‘ ’생명‘ 그리고 90년대의 ’류큐의 바람‘ 등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실제 일본 역사 속 실존 인물들과 역사적 사실을 기본으로 스토리가 짜여 집니다. 특히나 갈수록 판타지화 되고 있는 국내 사극들과는 달리 역사 고증이 비교적 철저하기로 사극 매니아들 사이에선 유명하기도 하구요! 물론 주인공의 지나친 미화나 주인공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역사적 이벤트들 그리고 최근 들어 심해지고 있는 일본 우익정부의 입맛에 맞는 주인공과 스토리 편성 등 조금씩 문제점들이 부각되고 있기도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 했듯이 제가 일드 입문을 ‘대하드라마’ 시리즈로 했는데요... 실제 제가 본격적으로 일드를 사극 외에 현대물까지 폭넓게 감상하기 시작한 계기가 2008년 방송된 ‘아츠히메’입니다. 그 이전엔 ‘대하드라마’ 시리즈만 거의 감상했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는 가라사와 토시아키와 마츠시마 나나코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2002년작 ‘토시이에와 마츠’부터이구요.
물론 ‘대하드라마’를 처음 접했던 건 조금 더 위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90년대 초부터 약 10여 년간 학업과 직장생활 관계로 미국 뉴욕과 보스턴에서 생활했었는데요... 당시 영어와 스페인어권 이외의 언어권 문화를 소개하는 ‘인터내셔널 채널’ 이란 TV 케이블 채널에서 1995년작 ‘8대 쇼군 요시무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도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원로배우 니시타 토시유기가 주인공 요시무네역을 맡았었습니다.
1963년 첫 방송이후 70년대 말까지 20%대 중·후반의 준수한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던 ‘대하드라마’ 시리즈는 전성기였던 80년대 들어선 시청률이 30%대 이상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특히 87년 방송된 ‘독안룡 마사무네’ 편에선 39.7%라는 지금으로선 넘사벽급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 다음해인 88년의 ‘다케다 신겐’에선 평균 시청률은 39.2%로 전년작에 비해 소폭 낮았으나 역대 회당 최고 시청률인 49.2%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때 주인공 신겐역으로 나카이 키이치가 열연했는데, 아마 일드 팬들은 ‘최후로부터 두 번째 사랑’으로 많이들 기억 하실 것입니다. 덧붙여 시리즈 최고의 평균 시청률에 빛나는 ‘독안룡 마사무네’의 주인공은 일본의 국민배우라 칭해지는 와다나베 켄이었습니다(요즘 일본에서 불륜 스캔들로 세간의 엄청난 욕을 먹고 있어 안습입니다만...).
80년대의 전성기를 지나 90년대 들어 큰 폭으로 시청률이 떨어지긴 했으나 ‘대하드라마’ 시리즈는 2000년대 까지만 해도 두 세 번의 예외를 빼곤 20%대의 시청률은 지켰습니다. 특히나 2008년 당시 최연소 주인공이었던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아츠히메’는 24.5%(최고 29.2%)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시리즈 팬들의 기대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감과는 반대로 이후 계속해서 최저 시청률 기록갱신을 하다 급기야 2012년 ‘타이라노 키요모리’에 이르러선 역대 최저치인 12%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고야 맙니다. 특히나 ‘타이라노 키요모리’는 ‘대하드라마’ 시리즈 최초로 회당 한 자릿수 시청률 기록의 불명예까지 안기에 이릅니다.
그 이후로도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던 ‘대하드라마’는 2013년 전 일본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공전의 히트를 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히어로 사카이 마사토를 주인공으로 내새워 지난해인 2016년 사나다마루‘로 회생을 꾀하게 됩니다. 특히나 ’대하드라마‘ 제작진은 주인공 사카이 마사토와 연기호흡이 좋은 배우들을 주요배역에 캐스팅하고, 새로운 방식의 CG구현 등 여러모로 안간힘을 섰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사카이 마사토의 ‘사나다마루’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코믹코드의 잔재미는 좋았으나 ‘대하드라마’ 본연의 서사성은 다소 약한 듯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더더구나 드라마의 역사적 주인공 캐릭터인 사나다 유키무라가 다테 마사무네와 함께 최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역사 인물이란 점에서도 그러합니다. 2013년 NHK의 상반기 아사도라였던 ‘아마짱’의 선풍적 인기를 발판으로 최근까지 계속해서 평균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인기리에 방송중인 ‘연속 TV 소설’처럼 뭔가 결정적 한방이 필요했던 ‘대하드라마’로서 아쉬운 지난해의 ‘사나다마루’였다 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재 NHK ‘대하드라마’는 도쿠가와 막부 최고의 후다이 다이묘 가문이었던 이이가를 반석위에 올린 이이 나오토라를 주인공으로 한 ‘여자 성주 나오토라’를 방송중입니다. 이 드라마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드인 ‘아츠히메’사이에는 한 가지 연관성이 있습니다. 딱히 주요한건 아닙니다만, 바로 ‘여자 성주 나오토라’의 해설을 맡고 있는 배우 나카무라 바이쟈쿠가 ‘아츠히메’에선 주인공 미야자키 아오이(아츠히메)와 정치적 대척점에 섰던 막부 대로 이이 나오스케를 연기한 것입니다. 바로 이 인물 이이 나오스케가 ‘여자 성주 나오토라’의 주인공 이이 나오토라가 여성의 몸으로 혼란의 일본 전국시대에서 지켜낸 자신의 가문 이이가 히코네번의 15대 번주인 것입니다. 또한 이이 나오스케는 ‘대하드라마’ 첫 번째 작이었던 ‘꽃의 생애’의 주인공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제 일 년이라는 긴 여정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2017년 대하드라마 ‘여자 성주 나오토라’입니다만, 시리즈 애청자로서 방송 전부터 다소의 우려감을 떨치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지난해 ‘사나다마루’의 경우 주인공 캐스팅과 드라마 크랭크인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사카이 마사토라는 배우를 앞세워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속 인물인 사나다 유키무라의 스토리를 드라마화 했음에도 소폭의 시청률 상승에 그친 점을 고려할 때 배우 시바사키 코우가 연기하는 이이 나오토라라는 역사 속 인물이 과연 어느 정도 시청자들에게 어필할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든 ‘대하드라마’ 시리즈는 내년 2018년엔 배우 스즈키 료헤이가 연기하는 사이고 다카모리의 이야기 ‘세고돈’을 준비 중입니다. 사이고 다카모리라 하면 오쿠보 도시미치 그리고 기도 다카요시와 함께 이른바 ‘메이지 유신 3인방’ 가운데 한 사람으로 ‘대하드라마’에서 막부말기이야기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원래 배우 츠츠미 신이치가 주인공 물망에 올랐으나 신이치 자신이 막바지에 고사했다고 하는군요(츠츠미 신이치자 배역에 더 어울릴텐데...). 사실 사이고 다카모리가 메이지 신정부에서 대표적인 정한파(조선을 정벌하자는 주장)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입장에선 다소 불편한 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갖춘 인물이기도 합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우리 한국의 KBS 만큼은 아니더라도 NHK가 일본의 공영방송인 관계로 어느 정도 정부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지난 2015년 대하드라마 ‘꽃 타오르다’ 방송 시에도 개인적으론 다소의 우려감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꽃 타오르다’의 역사속 인물들과 지역적 배경이 현 일본 우익정권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야마구치현 (옛 조슈번)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내년의 ‘세고돈’에는 사스마번(현 카고시마현) 지역과 인물들이 주로 등장하지만 필연적으로 조슈번 인물들도 함께 등장할 것이기에 이들 인물들의 성격을 어떻게 드라마상에서 표현할지 주목됩니다. 또한 NHK가 근대시기의 ‘대하드라마’ 제작시 어느 정도 우리 한국을 의식한다는 점에서 사이고 다카모리와 ‘정한론’이 하나의 주류여론으로 형성된 조슈번 인사들의 ‘정한론’을 어찌 다룰지도 함께 말입니다.
여기서 주제를 돌려 다시 한번 ‘아츠히메’ 이야기를 하자면, 배우 오자와 유키요시가 ‘아츠히메’에선 사이고 다카모리역을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고가 주인공인 ‘세고돈’에도 아츠히메가 등장하는데 배우 키타가와 케이코가 아츠히메 역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아츠히메와 사이고 사이에 러브라인이 있다는 것인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네요! 실제 드라마 상에선 어떻게 표현될지 모르기에 나중에 두고 봐야겠죠!
또한 내후년인 2019년엔 2020년 도쿄 올림픽 홍보도 겸할 겸 일본의 올림픽 최초 참가와 1964년 도쿄 올림픽 이야기인 ‘이다텐~도쿄 올림픽 이야기~’가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아사도라 ‘아마짱’의 작가 쿠도 칸쿠로가 극본을 맡은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대하드라마’가 참으로 오랜만에 시대적 배경으로 근대이야기가 나오는 군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KBS도 제작비 없다는 소리 좀 하지 말고(방송국내에서 여기저기 줄줄 세는 돈 관리만 잘해도 문제없음) 제발 정신을 차려서 잠정적으로 폐지된 ‘대하드라마’ 시리즈를 하루 빨리 부활해 NHK ‘대하드라마’처럼 흔들림 없이 역사 드라마 제작을 해주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특히 지난번 제작 확정단계에서 갑자기 취소된 ‘다산 정약용’은 반드시 다시 제작 방송했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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