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3일 오후 8시35분(한국시각)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중국에 0-1로 졌습니다. 전반 34분, 코너킥 상황에서 위다바오에게 내준 골을 끝내 만회하지 못한 것입니다. 가히 충격적인 패배라 아니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압도적인 역대전적도, 46계단이나 차이가 났던 FIFA(국제축구연맹)랭킹도 의미가 없었습니다. ‘창사 참사’라는 말이 과한 호들갑이 아닙니다.
충격이 적지 않았던 데에는, 상대가 늘 한 수 아래로 평가하던 중국이었기 때문입니다. 경기 전까지 18승12무1패, 이른바 공한증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한국은 중국에 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FIFA랭킹도 한국은 40위, 중국은 86위로 그 격차가 크게 났습니다. 선수구성 역시 중국은 자국리그 선수들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중국 주장인 펑샤오팅이 “한국이 중국보다 더 강팀”이라고 인정한 이유였습니다.
더구나 아쉬운 패배라기보다는, 경기력 자체가 ‘또 다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에서 더욱 진한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이미 지난 최종예선 5경기에서도 거듭 졸전을 펼쳐왔던 슈틸리케호는 이날 역시 무딘 공격과 불안한 수비 등을 보여주는데 그쳤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공격 전개 등 무색무취에 가까운 전술도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중국축구의 성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막대한 투자로 세계적인 선수들이 중국 슈퍼리그에 합류하면서,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부연을 더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날 패배는 중국축구의 성장이 맞물린 결과였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최종예선에서 1승2무3패(승점5)를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3골을 넣었고, 6골을 실점했습니다. 그런데 ‘유일한 1승’의 제물이 한국이었습니다. 최종예선에서 넣은 3골 역시도 모두 한국의 몫이었습니다.
결국 한국전을 빼면 중국은 2무2패, 0득점-3실점에 그치고 있는 팀이라는 말입니다. 최종예선이 지난해 9월 시작됐음을 돌아보면 ‘중국축구가 성장했다’는 표현은 어불성설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한국축구가 홀로 뒷걸음질치고 있을 뿐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의 기류를 돌아봐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슈틸리케호가 출범한지도 어느덧 2년 7개월이 흘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대표팀이 더 나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앞섭니다. 당장 최종예선에서조차 부침을 겪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좀처럼 긍정적인 기류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축구가 후퇴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이 처음 부임할 때만해도 그를 둘러싼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의 전임이었던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로 처참히 몰락했습니다. H조 1차전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긴 뒤 '승점 자판기'라 얕보던 알제리에 2-4 완패를 당했습니다. 3차전에서는 수적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도 벨기에에 0-1로 졌습니다. H조 꼴찌로 한국의 브라질월드컵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2002년 4강 신화 작성 뒤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따내지 못한 첫 대회였습니다. 당시 한국 축구가 월드컵 첫 승을 일궈내기 전 1998년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침몰한 한국 축구는 꽤 오랜 시간 암흑기를 보내야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희망을 제시한 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울리 슈틸리테 감독이었습니다. 그는 홍 감독이 물러난 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한국 축구를 조금씩 바꿔가기 시작한 듯 했습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을 보이며 한국 축구에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은 그를 '갓틸리케'로 만든 결정적 요소였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팬들의 추앙을 받으며 승승장구 했습니다. 동아시안컵 우승, 그리고 월드컵 2차 예선 전승으로 대표팀을 최종예선에 올려놓자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를 넘어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약체가 아닌 강호들과의 격돌이 대다수인 최종예선에선 부진을 면치 못하고 말았습니다. 2차전 시리아와 졸전 끝에 0-0으로 비기면서 비난의 중심에 들어왔습니다. 이란과 4차전에서 0-1로 패배하자 슈틸리케 감독에 등을 돌리는 팬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2017년 3월. 한국 축구는 다시 한 번 무너졌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최종예선 6차전에서 굴욕적으로 0-1 패배를 당했습니다. 이것은 슈틸리케 감독을 향해 마지막까지 지지를 보냈던 이들의 신뢰마저 빼앗은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중국에 최종예선 첫 승을 선사한 슈틸리케 감독은 역대 중국 원정 첫 패배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 원정에서 8승2무로 압도적인 기록을 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으로 인해 '공한증'이 깨졌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축구팬들과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모은. 꼭 2014년 6월을 보는 것 같습니다.
축구 대표팀은 기타 여느 종목 대표팀들과 비교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절대적 지원을 받으며 귀족(?)스런 환경에서 연습 및 대회출전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 스포츠계에서 축구라는 종목자체가 가진 위상과 대표팀 경기의 상징성 등 또한 여타 종목들과 비교해 압도적우위에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 대표팀의 한심한 결기결과를 접할 때마다 왠지 모를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데엔 타 종목 대표팀들과 비교해 월등한 환경과 조건을 가진 그들이 자꾸만 뇌리에 떠오름도 한몫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비교해 세계 탑 클래스에 위치한 배구 여자 대표팀의 경우만 하더라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의 4강 진출과 2014년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얻었음에도 아시안게임 우승 후 부대찌개 집에서 회식을 했을 정도로 협회와 체육계의 홀대를 받았습니다. 오죽하면 대표팀 김연경 선수가 자비로 고깃집에서 선수들과 식사를 했을까요?! 김연경 선수는 대표팀 부동의 에이스로서 자신의 컨디션 조절에만 신경써도 모자랄판에 해외경기에선 대표팀 통역 역활까지 한다고 합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사전답사를 통해 이번 중국원정에 만전을 기했다고 합니다. 협회 직원들도 처음부터 원정에 동행해 선수단은 물론 30여명 규모 국내취재진의 편의까지 봐주었습니다. 현지에서 일을 해결하는 코디네이터도 있었습니다. 또한 협회는 대표팀 전용조리장까지 고용하고 있습니다. 축구 대표팀이 세계 어디를 가든 따라가 식단을 책임집니다. 식자재를 한국에서 공수하기도 하고, 현지조달도 합니다. 패배를 당한 축구 대표팀 선수들도 최선을 다 했을 것입니다. 슈틸리케 감독도 나름의 변명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눈물나는 홀대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여타 대다수 종목 대표팀 선수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축구 대표팀은 이번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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