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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대표 민주당 탈당, ‘제3지대’와 개헌논의 탄력 받나?

Chris7 2017. 3. 9. 09:09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탈당을 선언한지 하루만인 어제 8일 탈당계를 내고 당을 공식적으로 떠났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야기된 분당사태 직후인 지난해 1월 당의 ‘구원투수’로 영입한 지 14개월 만의 일입니다. 현재 정치권에선 비주류·개헌파 수장이었던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비패권(비문)연대’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나는 민주당에 혼자 왔다가 혼자 떠난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행보에 관해선 당분간 독자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 전 대표는 민주당의 개혁입법 의지 미비를 탈당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모두 개혁을 외치고 있음에도 개혁 입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상당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한 측근은 “총선 승리로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만 부활시켰다는 자괴감도 탈당의 한 원인”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전 대표도 “남이 써준 공약을 읽는 대선주자는 그런 일(국정 운영)을 할 수 없다” 문 전 대표를 우회 비판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탈당 후 당분간 기존 정당 합류나 창당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정치적 입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중도성향 세력과 함께 비패권(비문)연대 구성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전 대표가 비주류 및 다른 정당 의원을 규합해 교섭단체 구성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도 “두고 봐야 알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김 전 대표는 7일 오전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만난자리에서 “(이번 대선은) 민주당과 개혁세력의 양자대결이 될 것이다. 차기 정부는 180∼200석의 안정된 연립정부 구도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민주당을 개혁 입법과 개헌에 소극적인 패권주의 정당으로 규정하고, 자신이 주도하는 비패권(비문)연대를 통합·개혁세력으로 세워 대결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 김 전 대표의 구상으로 보입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일단 둑에 구멍은 뚫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도 김 전 대표와의 ‘반패권·개헌연대’를 언급했습니다.


다만 현실은 김 전 대표의 바람만큼 그리 녹록치는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동반 탈당하겠다는 민주당 의원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영 이언주 최명길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이들은 김 전 대표의 이후 행보와 민주당의 개헌 움직임을 지켜본 뒤 결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직접 만류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탈당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김 전 대표가 탈당하더라도) 우리는 경제민주화라는 정신만큼은 어떤 경우라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희정 충남지사 대변인 박수현 전 의원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힘을 모으자고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고 했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는 비례대표로만 5선을 한 참으로 특이한 경력의 인물입니다. 1981년 11대국회와 1985년 12대 국회에서 집권 민정당의 공천으로 연거푸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뒤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을 직접 작성하고 관철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1992년 14대 국회에선 민자당으로 그리고 2004년 17대 국회에선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를 지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5번째 비례대표를 한 것입니다.


이처럼 김 전 대표는 주로 보수 진영에서 핵심적인 경력을 쌓아왔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신념과 고집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희귀한 인물입니다. 거기다가 독립운동가 집안입니다. 한국 근대 법조계의 대부로 존경받는 가인 김병로 선생이 그의 조부가 됩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초기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자문역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문재인 전 대표의 권유에 의해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돼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내 제1당으로 부상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처럼 총선 승리에 대한 환호도 있지만 공천과정에서 비례대표 상위권에 측근을 올린데 더해 자기 자신을 2번에 올리는 등 ‘셀프공천’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탈당으로 1년 2개월에 걸친 민주당과의 인연에 결국 종지부를 찍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