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등에 의한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이에 대한 헌법일치 판결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22일 새벽 14시간 동안의 장고 끝에 우 전 수석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소명부족과 분쟁의 우려가 있다”며,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특검은 수사 만료가 임박한 만큼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JTBC 뉴스룸은 우병우 전 수석이 특검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지시가 내려오면 밑으로 내리고 보고가 올라오면 올리는 가교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개입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한 것으로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취했던 입장과 동일합니다.
실제로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우 전 수석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우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 전 수석은 문화체육부·공정거래위원회·외교부 공무원의 좌천성 인사 개입과 미르·K스포츠 재단 직원 채용 관련 민간인 사찰,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활동 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의 경우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보강 수사 후 재청구해 구속시켰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특검이 제시한 자료가 범죄 혐의를 소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남은 수사 기간에 이를 보강하기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 전 수석의 혐의 중 가장 핵심인 직권남용의 경우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으로 인해 입증이 쉽지 않은 상태에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특검 수사 연장도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 물리적으로 우 전 수석의 영장 재청구는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특검 수사 연장이 무산되면 우 전 수석은 불구속 기소될 전망입니다.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자 여야 각 당은 각양각색의 논평을 냈습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의 치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우 전 수석은 존재 자체가 검찰 조직의 치욕인데, 이런 자가 구속을 면했다"며 "법원의 치욕"이라고 밝혔습니다. 우 전 수석에 대해선 "우병우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묵인하고 방조한데 모자라 적극적으로 가담한 범죄 혐의가 있는 자"라며 "권력에 부역하고 그 권력을 빌어 검찰을 비롯한 정부 조직을 장악해 전횡을 일삼은 혐의가 있는 자고, 대한민국의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고 국가를 파국에 치닫게 한 혐의가 있는 자"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당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특검에 추가 수사를 통한 영장 재청구를 촉구했습니다.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햐 "영장기각과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을 일단 존중한다"면서도 "수사기한이 2월말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특검이 시한에 쫓기면서 급하게 영장청구를 한 것이 기각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박영수 특검은 주어진 시간, 자원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보완수사를 해 우병우 피의자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바른정당은 "구속영장 기각이 면죄부는 아니다"라며 특검에 보강수사를 주문했습니다. 오신환 대변인은 "법꾸라지란 별칭과 같이 우병우 전 수석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고 있는 것인지 여부는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구속영장의 기각이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아닌만큼, 특검 역시 보강수사에 전력을 기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법원 결정에 대해 당이 뭐라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법원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뭐라 얘기하긴 좀 그렇다"며 "법원에서 판단해서 구속 기각이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는 추가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새벽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 인해 향후 우 전 수석은 불구속 기소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때문에 특검으로선 대통령 조사를 제외한 마지막 큰 산으로 여겨진 우 전 수석을 끝내 넘지 못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어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끝난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우 전 수석은 새벽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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