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중도 하차하자 누가 그 반사이익을 얻을 것인가로 설왕설래가 많은 상황입니다. YTN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단 안희정 충남지사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지율 면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 지사는 반 전 총장과 같은 충청권 인사라는 점에서, 그리고 황 권한대행은 보수권 인사라는 점에서 반 전 총장 지지표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많은듯해 보입니다.
YTN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직전과 직후에 긴급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설 연휴 이후 반 전 총장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급부상했습니다.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하루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33.9%로 1위를 달린 가운데 반 전 총장이 20%포인트 이상 뒤졌습니다. 이재명, 안희정, 안철수, 황교안, 유승민 순서로 10% 아래에 형성돼 있었습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 하루 동안 다시 여론을 물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1위는 변함없지만 2위권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2위로 뛰어올랐고, 황교안 권한대행이 3위로 바짝 따라 붙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약간 올라 4위,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지율에 변화는 없었지만 5위로 밀렸습니다.
반 전 총장의 중도 포기 영향을 후보별로 정리해보면,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 안희정 지사는 4.1%포인트 올랐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1.1%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보수 진영의 황교안 대행과 유승민 의원의 상승폭이 컸습니다. 각각 4%포인트와 1.2%포인트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원래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마음은 누구에게 쏠렸을까요? 반 전 총장 지지자는 황교안 대행에게 30.4%, 유승민 의원 9.4% 등 보수 진영 후보로 많이 움직였습니다. 또 진보진영에도 지지율이 나뉘었는데 안희정 충남지사에 8.9%, 문재인 전 대표에게 7.7%, 안철수 전 대표도 7.6%를 가져갔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보수권 주자로 여겨지던 반 전 총장 지지표 중 일정부분이 진보권의 대표주자인 문 전 대표에게로 이동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아마도 갈 곳 잃은 표심 중 일부가 1위 주자에게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 탓으로 보입니다.
한편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으로 가장 패닉에 빠진 곳은 아무래도 보수진영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반 전 총장이 ‘진보적 보수’라는 애매모호한 말을 귀국 일성으로 내뱉긴 했으나 그가 보수권 후보라는데 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중도 사퇴해 버리자 가장 유력했던 보수권 주자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급부상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 진영인 진보권이라고 혼란스럽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타깃으로 삼아야할 가장 유력했던 상대 후보가 공중으로 사라진 탓에 선거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진 탓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19대 대선은 여야 대결이 아닌 야권주자들 간의 야야대결이라는 성급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가 야권의 ‘문재인 대세론’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화 시킬 수도 있다는 데에 기인한 분석입니다. 반 전 총장이든 누구든 간에 확실한 보수권 후보가 존재한다면 이에 대항하는 진보권에서 문 전 대표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형성되지만 뚜렷한 보수권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현 시점에서 굳이 야권의 후보가 문 전 대표이어야 하는 당위성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가 바로 안희정 지사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율이 하향세인 데다 김부겸 의원 지지율도 안 오르는 상황에서 민주당 경선이 문재인 대 안희정 구도로 단순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당내 경선 룰이 당원이 배제된 완전 ‘국민경선제’라는 것도 안 지사가 한번 해볼 만한 점입니다. 사실상 당을 장악한 문 전 대표가 자신의 기득권을 경선에서 극대화 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반 전 총장의 지지표를 가장 많이 이어받은 이가 황 권한대행이긴 하나 현실적으로 그가 대선에 직접뛰어들기엔 여러 가지 장애물들이 많습니다. 우선 그가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야기된 이번 탄핵정국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과 반 전 총장처럼 자신만의 세력이 없는 직업 공무원이라는 점도 그렇습니다. 때문에 결론적으로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가장 실질적 이득을 본이는 안희정 지사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철옹성 같았던 야권의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이제는 한번 붙어 볼만해 졌기 때문입니다.
대선 일에 대해 ‘3말4초’ 이야기가 있는 가운데 3월 초·중순이면 각 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질 것입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이번엔 좀 제대로 대통령을 뽑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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