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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23만 달러 수수의혹, 본격 시작된 후보검증

Chris7 2016. 12. 29. 10:35

새누리당내 비박계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고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한 가운데 보수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여겨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뜻을 사실상 피력했습니다. 그러자 그에 대한 ‘검증 바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후보검증이 본격화 된 것입니다. 반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각종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 총장 검증 태스크포스(TF) 출범을 검토하는 등 검증 공세도 본격화할 태세입니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지난 26일 반 총장의 아들 우현씨(43)가 SK텔레콤(SKT)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뉴욕한인회 관계자들은 “SKT 측이 우현씨가 뉴욕에서 생활하는 동안 고급 프라이빗 골프장 부킹을 잡아주는 등 사실상 집사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반 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면서 (SKT 뉴욕사무소가) 반 총장 일가를 돕는 업무를 했다는 것이 한인사회 시각”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2011년 SKT의 우현씨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우현씨 측은 “골프를 1년에 몇 번 치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SKT 측도 “한인사회에 떠도는 찌라시 같은 내용을 짜깁기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23만달러 수수 의혹’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시사저널은 반기문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23만 달러(약 2억8000만 원)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2005년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20만 달러, 유엔 사무총장 취임 초기인 2007년 3만 달러를 건넸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기문 총장 측은 24일 “반기문 총장은 이날 전까지 박연차 전 회장과는 일면식도 없었으며 이후에도 박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면서 “반기문 총장은 공직자 재임 중에 어떤 금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반 총장의 해명에도 의혹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은 26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반기문 총장은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면서 “‘제2의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우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더해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총괄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반 총장 대선 출마설에 “반기문 웃긴다.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날 텐데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노컷뉴스가 보도했습니다. 이 전 부장에게 직접 말을 들었다는 관계자는 “이 전 부장이 ‘박 전 회장이 반 총장에게 3억원을 줬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부장은 “하지도 않은 말들”이라고 부인했습니다.


반 총장이 유엔에 일부 재산을 누락 신고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는 “반 총장은 최근 9년치 재산신고 중 2010년과 2011년에만 유엔 외 소득으로 한국 정부연금, 즉 퇴직연금을 신고했으나 그외 기간에는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공무원 퇴직금을 중간에 2년치만 수령하고 그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반 총장의 귀국 시점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반 총장 측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재임 중 도와줬던 분들께 인사하고 주변을 정리한 후 내년 1월15일 귀국할 것”이라면서 “당장 기존 정당에 들어가기보다는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제2 도약을 위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반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지지율도 다시 상승세를 탔습니다. 리얼미터가 지난 19~23일 전국 성인 25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반 총장은 지난주보다 2.8%포인트 오른 23.3%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23.1%)를 제치고 8주 만에 1위에 올랐습니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에 대한 검증 공세와 방어막 치기가 얽히고설키는 양상입니다. 민주당은 ‘반기문 검증TF’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여권 대권주자들을 검증하는 TF 출범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반 총장의 23만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 “본인이 직접 해명해야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반 총장과 가까운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반풍 초기 진압을 위한 네거티브 소재가 가소롭기 이를 데 없다”고 썼습니다.


그간 반 총장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측으로선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를 고려한데다 굳이 퇴임하는 유엔 총장을 만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 총장의 귀국이 1월초가 아닌 중순인 15일 경인 것도 트럼프와의 면담을 염두에 두고 일정을 보름정도 뒤로 미룬 탓입니다. 반 총장으로선 국내 귀국 직전 미디어와 대중의 이목을 끌 이벤트를 기획했으나 어긋나버린 모양새입니다. 대신 국내에선 그에 대한 검증바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반 총장의 대선 가도에서 가장 주목한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반 총장은 직업 외교관 출신입니다. 국내에서 아직 그 어떤 선출직에도 출마한 적이 없습니다. 각종 선거를 치르며 여러 방면으로 검증작업을 거친 경험이 전무 합니다. 현재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거론되는 여러 대권잠룡들과는 사뭇 다른 상황인 것입니다. 그가 ‘청백리’라는 옛말처럼 한 점 부끄럼 없는 공무원이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으나 실상이 어떨지는 사실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자신은 깨끗하다 해도 일가친족이나 가까운 측근들의 일까진 반 총장 자신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반 총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는 보수권의 대안이라는 근본적 이유도 있으나 그가 기존의 때(?) 뭍은 정치인들과는 달리 신선한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이유로 사소한 금전적 혹은 도덕적 문제가 여타 잠룡들보다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과연 내년 1월 귀국 후 그를 향한 야권의 검증바람이 얼마나 거셀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