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총장 대권도전 20일 만에 불출마 선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어제(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런 일이었습니다. 반 전 총장은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가짜뉴스로 인해 개인과 가족, 그리고 유엔에 큰 상처만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부 정치인들의 편협한 태도도 실망스러웠고 이들과 함께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습니다.

반 총장의 이번 불출마 선언은 지난달 12일 귀국하면서 "권력욕이 '오로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다'고 하는 거라면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지 꼭 20일 만입니다. 그러나 귀국 당일부터 시작된 이른바 '1일 1사고' 행보가 반복되면서 지지율이 갈수록 추락하자 반 전 총장은 결국 대권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20일 동안 '대권 소동'을 피운 반 전 총장에게 남은 건 그 스스로 밝힌 것처럼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 국민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되었다"는 뒤늦은 후회뿐입니다.

한편 반 총장의 사퇴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은 큰 혼란에 빠졌고 민주당과 국민의 당도 짤막한 논평만 내놓은 채 향후 대응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글 서두에서 반 전 총장의 대선 중도 낙마를 누구도 예상 못했던 일이라고 서술하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 이 시점’이라는 것에 방점이 찍히는 말입니다. 사실 선거와 정치권생리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정치권 상황을 보며 ‘과연 반 전 총장이 이번 대선을 완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분명 가졌을 법했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후에는 더더군다나 말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탄핵정국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반 전 총장인 것입니다. 그 도 그럴 것이 탄핵정국 이전가지만 해도 큰 차이는 아니나 반 전 총장은 야권의 문재인 전 대표를 누르고 줄 곳 여론조사 1위를 지켜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온 나라가 촛불집회의 열기로 뒤덮이고 정국이 대통령 탄핵으로 요동치자 반 전 총장의 지지율도 따라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그의 귀국직전 반짝 상승을 제외하곤 계속 하향곡선을 탔던 것입니다.

현재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이런저런 배경과 이유에 대해 분석들이 나오고 있으나 실상은 회자되고 있는 그 모든 이유들이 서로 얽히고 섥혀 그를 불출마 선언까지 몰고 갔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지지율 하락이나 근본적으로 그는 대선 후보로서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조기대선으로 인해 유엔 사무총장직 퇴임 후 바로 대선판에 뛰어들어 준비기간이 부족했다고 변명할 수 도 있겠으나 그가 유력 대선주자로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린게 거의 2년 전부터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지난달 반기문 전 총장을 두고 설 연휴이후 중도 사퇴할 것이라 예언 아닌 예언을 했습니다. 그 자신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비정치인에서 갑작스레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 대표적 인물입니다. 때문에 그 누구보다 정치 초보자의 어려움과 고충을 잘 알았을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반 전 총장의 대선행보는 이로서 막을 내렸습니다. 애당초 대선판에 뛰어들지 말고 전임 유엔 사무총장으로써 우리사회의 존경받는 명사로 남았으면 좋았겠지만, 이 또한 결과론적인 넋두리일 뿐일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국제적 명사로서의 반 전 총장의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