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인용 판결을 내렸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그 직에서 파면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서 각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셈법도 부산해졌습니다. 당장 지지율에서의 급격한 변동이 예상됩니다. 대선이 60일내로 다가오면서 가장 유리한 대선주자는 당연히 현재 지지율 1위를 나타내고 있는 대세론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입니다.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보수세력이 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또한 오히려 문재인 지지세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우선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 탄핵 결정에 불복하는 보수세력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조기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황 대행이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대행직을 넘기고 나서기에는 부담이 큰 것입니다. 그가 안 나오면 황 대행에게 쏠렸던 보수층 지지가 다른 범여권 후보나 야권 후보들에게 분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대세론’ 굳히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탄핵 선고 후 60일내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대세론을 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보수세력이 집결할 경우 반대급부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반문재인 세력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지만 문 전 대표를 위협할 정도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10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는 32%의 지지율을 나타냈습니다. 2위 안희정 충남지사 17%의 2배가량 높은 수치입니다(7~9일 전국 유권자 1005명, 신뢰수준 95%±3.1%포인트). 그나마 문 전 대표와 양자구도에서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꼽히지만, 일각에서는 양자구도로 대선이 펼쳐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입니다.
이처럼 비선실세 국장농단 사태로 야기된 탄핵정국 이후 줄 곳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가 끝까지 대세론을 유지하며 대선 승리를 쟁취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은게 사실입니다. 일단 2위권과의 지지율 격차가 큰 데다, 당내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큰 틀에서 보면 대세론 유지가 어렵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선이란 승부처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닙니다. 역대 대선에서도 봐왔듯이 수많은 이슈가 새롭게 제기되고 국내외 다양한 사건들이 대선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적도 허다합니다. 문 전 대표에게도 넘어야 할 고비가 적잖이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최근 들어 그에게 부담스런 일들이 겹치고 있습니다. 당장 북한 미사일 발사에 이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술핵 재배치론이 불거지면서 '외교·안보 이슈'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안보 이슈 부각은 아무래도 문 전 대표에게는 반갑지 않은 뉴스입니다. 보수층 결집을 부르는데다 중도층도 안보 이슈에 대해서는 진보진영에게 점수를 높게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미양국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 작업을 전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로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도 악재로 꼽힙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를 당으로 모셔온 장본인인 문 전 대표가 수수방관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게 아니냐는 일종의 '문재인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민주당은 문재인당', '친문 패권주의'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이런 와중에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영선 의원을 멘토단장으로 영입하는 등 당내 '비문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습니다. 안 지사 측은 탄핵 심판 이후 통합 이슈를 적극 부각하며 자신이 주장하는 대연정의 당위성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안 지사 측은 탄핵 인용 후 사회적 갈등 치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면 당내 경선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선후보 예비경선 선거인단 규모가 150만명(7일 기준)을 넘어서고, 200만 돌파가 가시화되면서 변수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문 전 대표 측은 대연정이 아닌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국민의당, 정의당을 포함한 소연정과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하는 등 통합에도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대연정 문제에서 안 지사와의 차이를 줄여 쟁점화를 막겠다는 계산입니다. 선거인단 규모 역시 기본적으로 문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만큼 큰 변수가 안 된다는 판단입니다.
한편 대세론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메머드급 캠프'에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캠프 인사나 당내 친문인사의 발언이나 행보에 대한 논란이 자칫 문 전 대표에게 번질 경우 지지율 하락을 막기 힘든 탓입니다. 실제로 지난 총선에서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일부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 노동자 단체인 ‘반올림’에 대해 "귀족노조들이 자리 차지하는 것처럼 하는데 유가족도 아닌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은 용서가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 문 전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악성 노조' 때문에 민간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힘들다"고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문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양 최고위원 본인이 사과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쨌든 삼성 백혈병 피해자분들, 유족은 저나 우리 당이 늘 함께 해왔다. 그분들께 상처가 됐다면 대단히 죄송스럽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캠프 내에서는 악재에 대한 대응을 미룰 경우 논란이 커진다는 판단 하에 가급적 빠른 대응을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결정으로 진보·보수 양진영 모두에서 변수가 발생한 만큼 이로 인한 영향으로 향후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란 예상 또한 줄을 잇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개편안 가운데 수개월째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문 전 대표를 대응하기 위한 ‘반문(반문재인)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반문연대로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뭉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대통령의 탄핵으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각 당과 각 후보가 단시간에 문 전 대표를 넘어서기에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책적 이념이 가장 가까운 두 당이 후보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경제민주화’ 전도사이자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대표는 민주당 탈당 후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국민의당 손학규 전 의원을 잇따라 만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김 전 의원이 개헌과 ‘경제민주화’를 매개로 후보단일화 등을 통해 ‘반문연대’를 이뤄 문 전 대표와 자웅을 겨룬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문 전 대표가 대선 전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문 전 대표가 대권을 잡을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이 발생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개헌을 매개로 뭉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여기에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이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런 개편안에 힘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계개편시나리오도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반문연대’ 형태로 가시화할 정도로 ‘문재인 대세론’은 말 그대로 대세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불꽃 튀는 대선전에서 1위 주자에 대한 다른 정치세력의 공격은 자연스런 측면이 있습니다. 역대 대선에서도 1위 주자는 항상 주변의 공세에 시달리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문 전 대표도 그와 같은 1위 유지에 대한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를 잘 극복하느냐, 못하느냐의 여부에 대권이 달려 있는 셈입니다. 과연 ‘문재인 대세론’이 수많은 현실의 난관을 넘어 대선승리로 현실화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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