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법원의 결정에 의해 결국 구속됐습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된 지 21일 만입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된 3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 영장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됐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치며 433억원(실수수액 298억원) 상당의 뇌물수수,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 작성 및 집행 주도 과정서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 모두 13가지 혐의를 받았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조사는 약 14시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7시간30분가량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한 뒤 검찰 출석 21시간 30분만인 22일 오전 6시55분께 청사를 나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적용된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수사 기록과 박 전 대통령 진술 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검찰은 지난 27일 박 전 대통령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13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특검 수사 결과를 대부분 수용해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했습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은 막강한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며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어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되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대부분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를 받는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감수하고 전날 법원에 나와 구속수사 부당함을 주장했습니다. 출석 과정에서 '세월호 인양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 등 질문이 나왔지만 박 전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진행했던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 등 검사 6명을 투입해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유영하·채명성 변호사가 나와 사실관계와 법리를 다퉜습니다. 적용된 혐의가 13개에 달하는 만큼 전날 열린 심사는 8시간40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이는 1997년 영장심사제도가 생긴 이래 역대 최장 시간 심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더해 검찰은 대선후보 등록 전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속전속결로 이뤄졌습니다. 21일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고 엿새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따라서 기소 시점도 크게 늦어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박 전 대통령 수사 속도는 향후 대선 일정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결론을 빨리 내리는 게 잡음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검찰 수뇌부의 판단이 엿보인다는 것입니다. 5월 9일 대선에 맞춰 정당들은 다음달 15~16일 후보자 등록을 거쳐 17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늦어도 후보 등록 전, 즉 다음달 14일까지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정치권은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대선정국 한복판에 떨어진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일면서 전통적 보수층의 결집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피의자 수의를 입고 수감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숨죽이던 보수층을 깨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이 '비극의 주인공'으로 나락에 떨어질수록 동정론과 보수응집력은 커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경환·김진태·조원진‧윤상현 의원 등 '골수 친박'들은 정치적 탄압을 주장하며 보수결집을 유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보수의 몰락'을 매듭짓는 피날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옵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구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한 장면으로 각인돼 새시대를 향한 열망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구속 찬성 여론이 높았던 만큼 대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야권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합계가 60%를 넘는 상황에서 '야권표심'이 이탈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역대 세 번째 전직 대통령 구속 수감이라는 불명예를 쓰게 된 박 전 대통령의 미래와 이가 대선전과 향후 국내 정치권에 미칠 파장으로 오늘 새벽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설왕설래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가 지나며 각 주요정당들의 대선 후보도 정해질 것입니다. 위에서 설명하긴 했지만, 과연 박 전 대통령 구속 수감으로 대선 후보들 중 누가 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지 현재로선 섣불리 가늠하기 힘듭니다. 다만 오늘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장면을 바라보며 이번 대선에서 당선 되는 대통령부터는 두 번 다시 저런 불명예스러운 장면을 재현하지 말아주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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