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현지시간)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제45대 대통령에 당선 되었습니다. 미국 내 트럼프 지지자들을 제외하고 수많은 이들이 기대하던 결과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지구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가 그동안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언행과 내건 정책 비전들이 매우 극단적이고 타 진영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것들이어서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된 현재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CNN방송은 지난 3월 2일 트럼프의 '슈퍼 화요일' 승리를 계기로 만약 그가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벌어질 일들을 그의 과거 발언을 토대로 예상했는데, 저 나름대로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변화는 미국과 멕시코를 가로막을 거대한 장벽입니다. 트럼프는 멕시코 이주민들을 마약 범죄자, 강간범 등으로 비하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장벽의 비용을 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멕시코 정부는 그럴 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CNN은 결국 미국 국고에서 수십억 달러가 투입될 사업인 까닭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미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 되며 ‘여대야소’ 정국이 형성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백악관과 의회의 정책 공조가 긴밀해질 것이라 예측하겠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워낙 아웃사이더인데다 강성이라 향후 관계를 예측하기가 쉽진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멕시코 국경장벽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였던지라 일단 추진은 될 것입니다만, 트럼프의 말대로 멕시코 정부에서 그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은 제로이므로 결국 미 의회와 어떤 방식으로 조율될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현실화되기까지 CNN의 분석처럼 비용문제가 가장 큰 장애요입니다.
두 번째, CNN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ISIS와 싸우는 미국의 자세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트럼프는 유정을 폭파해 돈줄을 끊는 것이 이라크 내 ISIS의 혼쭐을 뺄 비결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또 시리아 정부에 ISIS 퇴치전을 위임하겠다며 시리아 정부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지원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트럼프의 입장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축출을 바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입니다. 이전 미국 대선 경선 후보들 중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지원을 찬성하는 후보는 트럼프밖에 없었습니다. 트럼프는 아울러 테러 위협을 제어할 뚜렷한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시리아 난민을 포함한 무슬림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전면 차단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자국우선주의’ 그리고 ‘마초 이미지’로 일면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과연 트럼프와 푸틴 두 사람으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미·러 관계가 형성될지, 그리고 이런 관계가 향후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개인적으로 궁금함과 우려감이 교차되는 대목입니다.
세 번째, CNN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용의자들에 대한 고문도 부활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그는 "물고문이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다"며 "고문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유권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뒤 대테러 정보수집을 위해 체포한 알카에다 요원들을 가혹하게 고문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후인 2009년 이런 고문이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보고 고문을 동반한 정보수집 기법을 금지했습니다. 트럼프는 쿠바 관타나모 테러 용의자 수감시설을 존치하고 수감자 규모도 늘리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관타나모 수용소는 ISIS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의 모병을 위한 선전도구가 된다며 임기 내 폐쇄를 추진 중입니다.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고문부활 역시 여러 부작용과 인권문제 등으로 인해 현실화되기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후보자와 대통령의 입장이 하늘과 땅처럼 다르듯이 고문 부활은 여론 몰이용이라는 인상이 강했던지라 막상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고 난면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네 번째, CNN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중국과는 거대한 무역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 수입품에 45% 폭탄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습니다. CNBC 방송은 트럼프가 극단적인 이민, 관세장벽, 군사화, 지적재산권 보호 등으로 오히려 미국 경제에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가 통상정책으로 이어지면 스타벅스, 제너럴일렉트릭과 같은 미국이 배출한 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거대한 중국 시장의 소비자들이 미국 업체가 생산하는 생필품에 등을 돌리면 피해가 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부분은 현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트럼프의 가장 열렬하고 강한 지지 세력이었던 백인 노동자 계층이 그에게 한 표를 행사한 근본이유가 트럼프의 강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한국으로서도 향후 가장 우려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대외 수출 비중 2위국입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역시 간접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멕시코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것도 역시 큰 타격이 있을 것입니다.
다섯 번째, 트럼프가 경제, 군사력을 앞세워 다른 나라 내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지는 불투명합니다. 그는 2011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해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있습니다. 그는 또한 2003년 이라크 침공 때도 찬성의 목소리를 냈으나 이라크전이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시작됐다는 비판이 일자 최근 입장을 바꿨습니다. 트럼프는 "사실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관련해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한국의 국방비는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과 함께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트럼프는 한국, 독일, 사우디를 비롯한 동맹국들이 미군 주둔에 힘입어 공짜로 안보이득을 누리고 있다고 거듭 주장해왔습니다. 특히 그는 "우리가 미치광이(북한)와 한국 사이의 경계에 2만8천 명의 미군을 두고 보호하는데 그들은 '껌값'만 주고 있다"고 한국 방위비 분담금을 정면 거론했습니다. 미국의 사실검증사이트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한국은 미군 주둔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8억 달러(약 9천800억원) 이상을 주고 있으며 이는 미국 부담금의 30%를 넘는 금액입니다. 트럼프는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그래도 껌값"이라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되풀이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대선 후보자와 당선인 혹은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 다릅니다, 트럼프가 후보자 일 때야 대선 승리를 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격하고 강성 발언들을 내뱉었으나 이제는 사정이 다른 것입니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미국 사회는 물론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미치게 됩니다. 신중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입장에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발생할 여러 가지 변화들 중 많은 부분이 부정적인 것인 사실입니다. 특히 통상부분과 방위비 부담부분이 가장 큰 우려점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이후 상당히 신중한 언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거기간 중 보였던 즉흥적이고 파격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입니다.
문제는 미국 내 상황보다도 우리 국내 상황입니다. 우리의 가장 큰 우방(?)이자 중요한 교역 상대국인 미국의 지도부가 교체되는데 한국은 대통령이 탄핵될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옆 나라 일본의 아베 총리는 이미 발 빠르게 트럼프 당선인을 미국으로 날아가 면담했습니다. 매우 중요한 시기에 문제 많은 대통령으로 인해 국정이 마비된 우리로선 손가락만 빨고 있지는 않은 지 심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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