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일컬어지는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파문, 즉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지난 5월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무산시키기 위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19일 제기됐습니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을 등에 업고 체육계에서 막강 권력을 휘둘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 대한체육회 규정상 리우올림픽 수영 대표팀에 선발될 수 없었던 박태환과의 법정 분쟁이 진행되던 중 박태환과 소속사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박태환 측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 전 차관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를 것이다"며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했다고 합니다. 박태환 측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차관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고, 박태환 측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알려진 대화 내용은 김 전 차관과 나눈 실제 대화 내용이 맞는다"고 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박태환에게 이런 식으로 체육회와 갈등을 빚으면 앞으로 기업, 학계에 외면당할 것이라며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는 "기업 스폰서를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 따도 대한체육회가 인정하지 않으면 어느 광고주가 광고를 주겠느냐"며 박태환을 압박했습니다. 대학교수 자리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그는 "단국대(박태환 모교)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정부랑 앙금이 생기면 단국대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박태환을 회유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도 국민은 환호하다 금방 잊는다"며 "여론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고 했습니다. 박태환에게 직접적으로 '올림픽 포기'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올림픽 안 나가겠다고 하면 체육회 규정을 고쳐 국제적으로(이중 처벌 없도록) 맞춰주겠다. 내가 써준 원고 하나 읽고 끝내버리자"며 박태환을 설득했습니다. 박태환 측은 당시 분위기가 강압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10월 부임 이후 정부의 '스포츠 4대 악 척결'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던 인물입니다. '금지 약물을 한 선수는 징계 후 3년간 대표 선수 불가'로 체육회 규정이 바뀐 것도 김 전 차관 부임 이후인 2014년 7월의 일입니다. 체육계에선 "박태환이 김 전 차관이 주도한 정책에 반발하면서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은 "박태환을 리우에 보낼 권한도 없고, 리우에 가지 말라고 한 적도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박태환 측 관계자는 "조만간 김 전 차관과의 면담 녹취록을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김연아가 2015년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스포츠영웅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도 그 배후에 ‘최순실 사단’이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2015년 스포츠영웅 선정 과정에서 12명의 후보 가운데 인터넷 투표에서 82.3%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도 최종심사에서 스포츠 영웅은 50세 이상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로 배제됐습니다. 이를 두고 팬들의 비난여론이 들끓었고 대한체육회는 뒤늦게 2016 스포츠영웅에 김연아를 선정했습니다.
그러나 김연아가 스포츠영웅에서 탈락한 이유가 나이 때문이 아니라 2014년 11월 최순실의 최측근인 광고감독 차은택이 주도해 정부 예산을 따내 만든 ‘늘품체조’의 시연회에 초청을 받았으나 거절해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김연아의 에이전트사인 올댓스포츠의 구동회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늘품체조 행사 참석을 구두로 제안받았으나 당시 김연아가 평창올림픽과 유스올림픽 홍보로 정신이 없어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는 김연아가 거절했던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뒤 대한체육회에서 3년 연속 최우수상과 대상을 수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이 상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수여된 상이었다는 점에 주목되고 있습니다.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협조 요청이 왔고 새로운 국민체조가 만들어졌으니 체조 스타들이 참석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 간판스타인 손연재에게 협조를 구한 것이다”고 해명했습니다. 손연재 측 역시 '국가대표 선발 특혜 논란', '대한 체육회 3년 연속 수상'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소속사 측은 아직 속시원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선실세’ 최순실로 인한 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장시호, 김종 등 '비선실세' 곁가지들의 각종 영향력 행사가 한국 스포츠계의 영웅들에게 까지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박태환과 김연아는 피해자로 그리고 손연재는 수혜자로 말입니다. 이들 모두 인고의 땀과 노력으로 각종 국제 대회에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였던 인물들입니다. 피해든 수혜든 이런저런 논란들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 또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까면 깔수록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비선실세’ 파문을 우리 모두 어찌 해야 할 지, 난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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