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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백만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Chris7 2016. 11. 13. 07:47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외치는 백만의 성난 민심이 어젯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운집했습니다. 경찰은 촛불 집회가 시작할 무렵인 저녁 7시 반 기준으로 26만 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했지만, 주최 측은 촛불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제3차 촛불집회에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파문으로 야기된 현 정국에 화난 시민 100만 명이 모였고 남북으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숭례문까지, 동서로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종각까지 거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경찰은 애초에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동상에 차벽을 설치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으로 내자동로터리까지 행진이 가능해졌습니다. 시민들은 차벽 사이를 통과하며 "박근혜 퇴진"을 외쳤습니다.





어제 집회에서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 마련된 대형 무대를 중심으로 각종 문화예술공연과 시민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며 최순실 게이트 등에서 비롯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본 행사가 끝난 뒤에는 곳곳에서 소규모 토론회나 공연 등을 이어갔고, 일부 시민들은 텐트를 치고 철야 농성을 했습니다. 광화문 촛불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끝났지만,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61건의 구급 출동이 있었고, 이 가운데 집회참가자와 경찰 등 30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청와대는 한광옥 비서실장 이하 전체 수석비서관들이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한 채, 당혹감 속에서 수습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촛불집회 당일도 한 실장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이어가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했다고 합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촛불시민들의 청와대 인근 행진이 허용되면서, 대통령 관저로부터 1km대 거리까지 '대통령 하야'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이 접근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시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의 당혹감은 하야 민심이 100만 명까지 확산된 점은 물론, 그동안 박 대통령의 수습 노력이 아무 효험을 보이지 않았다는 데에서 나옵니다. 두 차례 대국민 사과, 청와대 측근 경질, 야당 출신 국무총리후보 내정, 다시 총리 추천권 국회 이양 등의 조치가 그동안 이뤄졌습니다. 주초 청와대는 "이번 한 주는 굉장히 중요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절박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결과적으로 불신임 당했습니다.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악재도 청와대의 당혹감을 키우는 점들입니다. 당장 13일 오늘 여당 비박계가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압박할 예정입니다. 여당 비박계 의원들은 촛불집회에도 참석하는 등 청와대·친박계와의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아울러 오는 17일쯤에는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도 받을 것으로 예고돼 있습니다. 서면조사 대신 헌정사상 유례없는 검사의 직접 대면조사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민심의 향배를 확인한 데다, 앞선 '우병우 황제조사'로 비난에 시달린 검찰이 '원칙대로' 강공을 펼 소지가 있어서입니다.


청와대는 촛불집회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뜻을 아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청와대는 이제 그 무거운 민심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후속조치로 내놔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촛불민심은 '대통령의 하야 혹은 2선 퇴진'이지만 그동안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행보를 볼 때 100% 수용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청와대는 줄기차게 위헌론을 거론하면서 '2선 퇴진' 요구를 묵살해왔습니다. 대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신속한 통화,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실시 등 외교행보를 강화하면서 국정주도권 유지에 애써왔습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탈당이나, 3차 대국민 사과 등 제한적 수준의 '일보후퇴'를 거듭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십 수 년간 우리 정치권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노무현 정부에선 야당의 1인자로서, 이명박 정부에선 여당 내 대세 주자로서 말입니다. 당시 유행했던 말중에 ‘수첩 공주’라는 것이 있습니다. 뭐든지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부터 눈치 빠른 분들은 간파 했었겠지만 박 대통령은 콘텐츠(전문적 지식과 교양 등등)가 빈약한 사람입니다. 수첩은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던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제가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일국을 운영하는 대통령이나 최고 지도자는 그 자신의 자질이나 능력보다 그 사람의 주변인물들이 어떤 사람이냐가 더 중요하다’입니다. 물론 똑똑하고 인성 바른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도 개인의 자질이나 능력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부족한 콘텐츠를 보완해 줄만한 사람들을 그가 원하기만 했다만 얼마든지 곁에 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 드러난 현실은 최순실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근본도 모르는 얼치기 인간을 가장 의지해 왔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국민들의 비운이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