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년 대선에 과연 출마할 것인가?

Chris7 2016. 9. 19. 10:31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19대 대선이 1년3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 잠룡들의 행보에도 서서히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추석 전 언론사들의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또 다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아직 대선출마에 대한 가타부타 공식입장 표명이 없는 반 총장이지만 대중의 여론은 여전히 그를 지지율 최 앞자리에 올려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 총장은 대년 대선에 과연 출마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출마 한다’ 입니다. 정치권의 일반적 분석이 그렇고, 제 개인적 소견 또한 그러합니다. 지난 5월의 방한에서 보여준 그의 행보에 근거한 결론입니다.





그동안 반 총장은 대선 출마와 관련해 이도저도 아닌 아리송한 언행과 입장을 표하며 ‘반반총장’이란 별명까지 얻어왔습니다. 그랬던 그가 5월에 한국을 방문한 뒤엔 뭔가 작심한 듯한 발언들을 내놓았습니다. 방한 첫 일정인 ‘관훈클럽 간담회’에서부터 전에 없던 강한 톤으로 국내 정치권을 비판하고, ‘통합’ 화두를 제시했습니다. 게다가 충청권 맹주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예방했고, 안동·경주 등 대구·경북(TK) 지역도 찾았습니다. 그야말로 대선후보처럼 행동하고 말한 셈입니다.


정치권에서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우선 반 총장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2년 가까이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에 없던 이례적인 일입니다. 반 총장이 대통령이 되느냐 여부를 떠나 이미 내년 대선은 반 총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선 가능성에 앞서 그의 출마여부에 따라 대선판 전체가 요동 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권, 특히 여권 상황도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권 전반에선 현재 대선후보로는 차기 대선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김무성·오세훈·유승민 등 여권 잠룡들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얻은 채 야권 후보들에게 밀려 5위권을 맴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친박’ 일부 의원들은 공공연히 반 총장 영입을 주장하고, 이정현 당대표는 ‘슈퍼스타 K’ 방식의 대선 후보 선출을 거론해 안팎에서 반 총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차기 대선의 주요 의제가 북한을 비롯한 외교안보 문제, 국내의 지역·세대·이념 갈등을 통합할 리더십이 될 거라는 점도 ‘반기문 대망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인해 외교안보가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국제분쟁 중재에 많은 경험이 있는 그가 적임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게다가 충청도 출신이라는 지역적 특색도 영·호남의 지역 대립에 있어서도 자유로운 것입니다.


물론 대선출마와 관련해 정확한 ‘답’은 반 총장 자신만 알고 있을 겁니다. 반 총장은 지난 5월말 방한을 마치면서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 많이 추측들 하시고 보도하시는데 제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저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일 테고, 제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방한 기간 행보를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 수위 조절을 시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야말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 다시 거리를 두는 ‘치고 빠지기식’ 전술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반 총장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납니다. 그동안 그는 국내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반반’ 전략을 또다시 사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가 내년 1월1일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2년간 반 총장이 보여준 애매모호한 언행들은 그가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것에 기인했다고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확실한 정치적 입장과 차기 대선에 대한 생각을 반드시 밝혀야만 할 것입니다.


‘반반총장’이란 별명은 대선 주자로서 절대 바람직한 호칭은 아닙니다. 과거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18대 대선 초반에 보여준 흐릿한 행보로 인해 하늘높이 치솟았던 지지세가 급전직하한 예가 있습니다. 그 뒤 ‘철수 정치’란 명예롭지 못한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물론 수년에 걸친 정치적 시행착오(?)들이 그를 좀 더 독하고 강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게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반 총장은 어떨까요? 그의 눈앞에 있는 대선은 겨우 1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경험할 여유가 없습니다.


한때 야권에서도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영입하려는 분위기가 일부에서 있었으나 지난 총선에서의 승리로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입지가 강화되며 현재는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따라서 반 총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 바탕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정치적 성향 또한 보수정당에 가깝기도 하고요... 지난 5월에 보여진 그의 행보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하겠습니다.


현재 반 총장이 마음속에서 그리고 있을 대선 시나리오 중 최상의 그림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옹립’되는 것일 것입니다. 당내경선 없이 단일 후보로 꽃가마를 타고 등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제아무리 당권을 장악한 ‘친박’세력이 그를 원하고 대선후보로 옹립하려 해도 ‘비박’주자들은 물론 일정 수 이상의 일반당원들과 대중들의 민심이 이를 용납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정당들의 대선 당내경선은 그 과정자체로 당의 최대 축제이고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을 대중들이 본선에 앞서 1차 검증할 수 있는 과정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특정후보가 제아무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당의 주류세력이 후보로 선호한다 해도 단1%의 비주류라도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면 당내경선은 반드시 치러져야만 합니다.


반기문 총장은 평생을 직업공무원으로 살아온 인물입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선출직에 출마한 경험이 없습니다. 물론 유엔 사무총장직도 선출직이긴 하나 사전에 어느 정도 정지작업과 국가간 혹은 대륙간 이해관계가 작용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엄밀히 말해 국내에서 치열하게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과는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대선에 출마함은 말 그대로 대권을 두고 ‘건곤일척’의 피 튀기는 일전을 상대후보와 치러야함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고 발가벗겨지다시피 할 정도로 강한 검증과정도 거치고 국가 지도자로서 대한민국을 향후 5년간 어떤 비전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도 국민들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현재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반기문 총장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엔사무총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국내 정치권에서 일정거리이상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나온 지지율일 뿐입니다. 내년 1월 이후 대선레이스에 본격적으로 참가했을 땐 어찌 변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수개월 뒤 유엔 사무총장직을 명예롭게 마치고 국내에 귀국할 반 총장이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는 전제조건하에, 새누리당 내의 경쟁자들과 야권의 문재인 안철수 그리고 손학규 전 고문까지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호랑이 같은 상대들을 감당할 만한 정치적 내공이 있을지 현재로선 의문사항입니다. 내년 19대 대선의 가장 중요하고 파괴력 큰 변수인 반기문 사무총장이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