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간의 임금협상이 4개월이 넘도록 타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29일 또다시 12시간의 전면파업을 강행했습니다. 이처럼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손실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자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의 경쟁력 악화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임금협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론 현대차 노조 내부의 갈등이 파업까지 치닫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시각이 나오면서 정부는 물론 경제·사회단체 등에서도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명분 없는 파업을 중단하라는 비판과 압박이 전방위로 시작됐습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22차례 파업을 진행한데 따른 매출손실은 2조7000억 원, 수출 차질은 13억 달러, 1차 협력업체 380개사의 매출 손실은 1조3000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8일 11년 만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정부가 조속히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하는 조치를 말합니다. 공익사업장이나 대규모 사업장에 적용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가 금지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개시합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대차 파업은 수출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고 어려운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파업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현대차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결국엔 힘없는 중소·소상공인과 일반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같은 비판여론에도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임금협상 투쟁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최장기간 파업과 최대의 파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노사는 지난달 24일 기본급 5만8000원, 개인연금 1만원, 성과일시금 350% + 330만원(상품권 20만원, 주식10주)의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고 이후 계속 파업이라는 강경조치로 사측 압박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잠정합의안 만으로도 조합원들은 평균 1535만원의 성과금을 받아가게 되는데 이를 부결시킨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다른 업종 근로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큰 상황입니다. 1535만원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평균연봉 2938만원(2015년 기준)의 52.2%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실제로 현대차 노사가 지난해 기본급 8만5000원에 성과일시금 400% + 400만원(상품권 20만원, 주식 20주)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한 것에 비하면 올해 인상률이 낮긴 합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5.8% 줄어든 6조3579억 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는 전년보다 7% 가량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비교해도 현대차의 임금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1인당 인건비는 9600만원인데 반해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각각 7951만원, 7841만원입니다. 하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더 낮은게 사실입니다. HPV(차 한대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총 시간)은 현대차가 26.8시간인데 반해 도요타 24.1시간, 폭스바겐 23.4시간입니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2014년 기준으로 퇴직급여, 복리후생 비용 등 간접인건비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9.9%이고, 직접인건비 비중이 14%가 넘습니다. 이는 경쟁력 측면에서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서는 것으로 심각한 위협 요인이라는 게 경영계의 지적입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파업에 대한 각계각층의 비판에도 불구, 29일 12시간 파업에 이어 30일에도 추가 파업투쟁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과거 노동자들의 권리가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이 억압받던 시절, 현대차 노조가 노동운동을 주도하며 노동자들의 입지 개선에 절대적인 기여를 해온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 노조는 당시와는 다른 입장에 서 있습니다. 세상이 달라져 있다는 말이다. 그들이 귀족 노조로 불리는 이유를 정녕 그들만 모르는 것일까요!
노조는 회사가 노동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 내 생산물량을 줄이는 상황에서도 억대에 육박하는 연봉에 1000만원이 넘는 일시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노조 스스로가 사측과 합의했던 1차 잠정합의안보다 더 나은 조건도 만족하지 않은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만 20차례가 넘는 파업으로 생산차질은 3조원에 육박합니다. 이로 인해 '을'인 협력사들은 매일 9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감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23년 만에 현대차 파업을 두고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박유기 노조지부장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불매운동'까지 일컫는 상황에서도 파업을 이어가는 현대차 노조의 강경일변도의 행동들이 과연 어떤 명분에 근거한 것일까요?
예전 국내 경기가 절정을 달릴 때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밀집해 있던 울산에선 동내 개들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습니다. 울산의 근로자들은 술을 마셔도 여자가 있는 룸살롱이나 최하 단란주점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말까지도 들렸습니다. 물론 꽤 오래전 일입니다. 하지만 현대차나 현대 중공업 등 강경 노조가 큰 힘을 발휘하는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좋은 여건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만큼 노조가 제 기능을 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니 바뀌었습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 기조의 어두운 터널에 들어선 상태입니다.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일한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널려있습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예 일자리 자체를 못 찾는 청년실업자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것이 예전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금도 꽤나 괜찮은 보수를 받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더해 더 큰 보수를 받겠다고 파업에 나선 현대차 노조... 거기다 만약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조 지도부내 파워싸움이 전면 파업으로 전개된 것이란 논란이 사실이라면 이는 결코 가볍게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수많은 대중의 눈이 차가운 것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님을 노조 지도부는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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