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이었던 지난 14일 MBC 일요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왕이 또 다시 바뀌었습니다. ‘신명난다 에헤라디오’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남성 보컬이 36대 가왕으로 등극하며 28주, 무려 7개월만의 여성가왕 탄생으로 주목을 받았던 ‘불광동 휘발유’의 집권(?)이 2주 만에 끝나고 다시 남성 가왕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대로 ‘휘발유’의 정체는 여성 그룹 씨야의 전 멤버였던 김연지였습니다.
‘로맨틱 흑기사’ 로이킴을 제치고 참으로 오랜만에 여성 가왕의 자리에 올랐던 김연지는 가왕 결정전에서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를 열창하며 풍부한 감성 표현력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켰으나 강렬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무대 장악력을 선보인 ‘에헤라디오’에게 패하고 말았고 너무도 빨리 끝나버린 그의 가왕시대에 대해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현재도 아쉬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렬한 인상을 풍기며 5주전 ‘불광동 휘발유’가 첫 등장하자마자 그의 정체를 두고 김연지다 아니다 등의 추측들이 난무했습니다. 아울러 ‘복면가왕’ 시자들은 그가 누구냐에 상관없이 “명품 보컬이다”, “들을만한 노래가 생겼다”, “장기집권이 가능한 가왕” 등의 의견을 쏟아내며 기대감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방송 직후부터 ‘불광동 휘발유’와 김연지가 번갈아가며 유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14일 김연지가 가왕결정전후 가면을 벗자마자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불광동 휘발유’의 정체를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의 등장에 많은 이들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던 것입니다. 그러나 김연지의 목소리를 온전히 느끼기에 4주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고, 그러하기에 ‘복면가왕’에서 떠나는 그에게 또한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느낀 것입니다.
이렇듯 김연지의 등장은 마치 혜성 같았습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복면가왕’에 혜성처럼 나타났다고 하기에 김연지가 가요계에서 지내온 세월은 그리 짧지 않습니다. 그는 10년 전이던 지난 2006년 여성그룹 씨야로 데뷔, 꾸준히 명품 보컬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신보가 발매되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그 당시 유행했던 미니홈피에는 씨야의 노래가 가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멤버 남규리의 탈퇴 이후 2인조, 그 이후 새 멤버를 영입해 어렵게 활동하던 씨야는 결국 해체수순을 밟고 말았습니다. 그 뒤 김연지는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홀로서기를 위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졌습니다. 더없이 무대가 간절했지만 한 번 멀어진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4년을 기다린 끝에, 김연지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단 앨범을 발표하며 대중들 앞에 섰습니다. ‘잊었니’로 컴백, 진한 감성이 아닌 그간 시도한 적 없었던 담백하고 깔끔한 사운드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완벽한 라이브로 무대에 서며 ‘역시 김연지’라는 평을 들었지만, 그 평만으로 4년간의 갈증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던 그는 JTBC ‘끝까지 간다’와 KBS2 ‘불후의 명곡’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보컬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후 1년 동안 김연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음악으로 대중들과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지칠 만큼 노래하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김연지는 더 많이 노래로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원했고, 나아가 목소리가 자신의 모든 주변 상황을 초월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김연지는 과감히 ‘복면가왕’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마침내 가왕의 자리까지 접수했습니다. 대중들이 김연지의 바람에 응답한 셈입니다.
비록 예능프로그램의 타이틀이긴 하나 가왕의 자리에 오르며 김연지는 이제 서야 온전히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당당히 설 수 있게 됐습니다. 출신과 배경,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한 채 목소리 하나만으로 자신을 평가해주는 대중들 앞에서 김연지는 원 없이 노래했고, 원하는 만큼 감정을 공유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 담은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처럼 ‘복면가왕’ 출연 소감은 가왕을 있게 한 지난 10년을 고스란히 기억하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남긴 지난 36대 가왕결정전이긴 했으나 어찌 되었든 결과는 나왔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가왕 자리에 등극한 김연지였기에 가왕자리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도 그는 이런저런 이슈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현재 그를 꺾고 새 가왕자리에 오른 ‘에헤라디오’의 정체를 두고 대다수 네티즌들은 부활의 전 보컬 정동하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휘발유’ 김연지가 워낙 오랜만에 여성 보컬로 가왕자리에 올랐다 겨우 다음 방어전에서 남성 보컬 ‘에헤라디오’에 밀려 내려온 까닭에 ‘복면가왕’ 판정단의 해묵은 남성대 여성 보컬 구분(?)논란이 또 다시 수면위로 오른 것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의 주장이긴 합니다. 게다가 연예인 패널 중 한사람인 유영석의 ‘에헤라디오’에 대한 극찬멘트로 인해 ‘음악대장’ 하연우의 팬들까지 발끈한 상황입니다.
‘에헤라디오’의 정체가 만약 정동하라면 그의 가창력은 많은 이들이 일찍이 인정하고 있는 바이기에 ‘복면가왕’의 가왕으로서 손색이 없음은 물론입니다. 김연지의 빠른 하차에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저 자신도 ‘에헤라디오’의 노래에 이견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그저 조금 더 김연지의 감수성 풍부한 곡들을 감상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복면가왕’에서의 김연지의 곡들이 너무 쥐어짜는듯하다고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지난 가왕전에서 정동하, 아니 ‘에헤라디오’에게 표를 주었겠지요!
노래를 듣고 감상하는데 있어 개인차가 존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런이유로 비록 제가 좋아했던 ‘휘발유’ 김연지를 밀어내고 가왕이 되었지만 ‘에헤라디오’가 훌륭한 보컬이라 생각하기에 그가 뜻하지 않게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인 현재의 ‘복면가왕’의 상황이 다소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저 여기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에헤라디오’가 ‘휘발유’를 제치고 새 가왕으로 결정되자 펄쩍펄적 뛰며 표(?)나게 좋아하던 작곡가 유영석의 모습이 다소 과하지 않았나 하는 점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노래만 진리’라 생각하는 일부 시청자들의 생각이 조금만 더 너그러워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비록 생각보다 너무 일찍 끝나버린 ‘휘발유’ 김연지의 가왕시대가 아쉽고 일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던 좋은 목소리(가수)를 다시 찾은듯해서 기분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복면가왕’의 가왕으로서 4주간의 짧지만 황홀한 시간은 끝났으나 김연지의 가왕무대는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더 많은 노래로 공감하며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무대가 김연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받았던 지난 10년에 이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앞으로의 그의 10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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