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이 17일간의 뜨거운 열전을 끝내고 막을 내렸습니다. 한국은 당초 금메달10개로 종합순위 10위내 진입이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실제성적은 금메달 9개, 종합순위 8위를 거뒀으니 반은 성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메달획득 여부와는 상관없이 출전선수들 모두 열심히 훈련했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습니다. 대표 선수 모두들 너무 고생 많았고 수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몇몇 종목의 경기 결과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여자배구가 있습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당초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0년만의 메달획득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이번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현재 터키리그에서 활약 중인 세계적 공격수 김연경을 주축으로 4년 전 ‘런던 올림픽’ 4위와 지난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상승세를 업고 힘차게 올림픽을 시작한 대표팀은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영원한 숙적 일본을 꺾으며 쾌조의 스타를 끊었고 3승2패의 성적으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16일 벌어진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1-3으로 패하는 바람에 A조 3위로 8강에 올랐던 한국은 준결승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와의 경기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박정아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말았습니다. 경기 후 팬들은 박정아의 SNS 계정에 들어가 인신공격을 퍼부었고 결국 박정아는 자심의 SNS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와중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8강전 경기 다음날인 17일 '욕하지 마세요, 그게 한국 여자 배구 현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국제성적은 남자 배구보다 여자배구가 훨씬 월등한데 대한배구협회는 프로리그 하면서 돈 좀 더 받는 남자배구만 지원합니다"라며 "매년 열리는 국제대회에 여자배구는 세계 1등급 국가만 참가하는 그랑프리 1그룹인데도 돈 없다, 스폰 없다 하면서 출전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글쓴이는 또 “반면 몇 년째 올림픽도 못 나가고 국제대회에선 이미 변방으로 밀린 남자는 매년 열린 월드리그 2그룹 경기도 꼬박 후원하고 지원하고 있다. 남녀 배구팀이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14년 여자배구 아시안게임에 금메달 땄을 때 회식을 김치찌개 집으로 잡아 화난 연경 선수가 자비로 고급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긴 적도 있다”고 말해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실제로 대한배구협회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직후 인천 송림체육관 인근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뒤풀이를 해 많은 지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배구대표팀이 8강까지 올라갔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17일 대한배구협회 공식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항의로 서버가 다운돼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언론매체를 통해 밝혀진 여자배구대표팀의 실상은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배구대표팀은 리우에 감독, 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그리고 선수 12명까지 단 16명만 들어왔습니다. 이유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배정된 AD카드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통역이나 매니저가 없었던 대표팀은 대회기간동안 당연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버스가 이상한 곳으로 가서 정해진 훈련 시간에 늦는가 하면 버스 사고가 나서 차 유리가 깨져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통역 없는 배구 대표팀을 대신해 경기에만 집중해도 부족할 김연경 선수가 이리자리 뒤며 통역 역할을 했는가 하면 중계방송을 위해 현장 답사를 왔던 모 아나운서가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1명뿐이던 전력분석은 조별리그 5개 팀과 네덜란드의 조별리그 전 경기를 비디오로 촬영하고 분석해야 했습니다. 전력분석관은 AD카드가 없어서 선수단 버스에 함께 탑승하지 못해 치안이 불안한 브라질 시내를 홀로 다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기본 전력분석 2명에 보조분석 3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트레이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1명의 트레이너가 12명의 선수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이렇듯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열악한, 아니 최악의 환경에서 시합을 치른 것입니다. 8강전이 끝난 직후 아쉬운 플레이를 보여준 박정아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렸지만 정작 비난 받아야할 대상은 대한배구협회였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0년 만의 메달 도전에 나선 여자 배구대표팀은 8강에서 네덜란드에게 1대 3으로 패했습니다. 이날 패배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4강 진출 또한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을 비난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을까요? 그리고 비난을 한다면 그 대상이 대표팀이 아닌 협회가 아닌가요?
개인적으로도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관심을 가진 종목이 여재핸드볼과 여자배구였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종목모두 직전 대회였던 ‘런던 올림픽’ 성적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특히 핸드볼의 경우 지난 1984년 ‘LA 올림픽’이후 처음으로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 성적을 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선수들에게 과연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요? 구기 종목의 경우 남자팀들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 팀이 축구를 제외하곤 전무한 상태입니다. 특히 겨울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남자농구와 남자배구대표팀은 언제 올림픽에 출전했었는지 기억도 안날 판입니다. 국내에선 높은 연봉을 받으며 온갖 폼을 잡지만 국제 대회만 나가면 줄줄이 패하기 바쁜 이들이 그들입니다. 이에 비해 여자 핸드볼과 배구팀은 꼬박꼬박 올림픽 본선에 출전함은 물론이고 여자핸드볼대표팀은 메달까지 따기도 했던 것입니다. 남자대표팀에 비하면 올림픽 본선 출전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것인데 말입니다.
겨우 며칠간의 짧은 올림픽 기간 동안 보여준 국민의 관심에도 대표팀은 감사함을 표현했습니다. 이들에게 경기 내용을 지적하며 비난하기에 앞서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가를 대표해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는 말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40년 만의 메달 도전이 실패로 돌아간 여자배구 선수들과 이정철 감독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하지만 정작 죄송해야할 주체는 대한배구협회였다는데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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