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김우빈 수지의 ‘함부로 애틋하게’ 사전제작 드라마의 딜레마

Chris7 2016. 9. 2. 09:15

KBS2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이하 '함틋')가 김우빈 수지라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초라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허무적 거리고 있습니다. '태양의 후예'보다도 비싼 값에 중국에 판권이 팔리고, 현재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송 중인 '함틋'은 김우빈과 수지라는 청춘스타와 멜로에 일가견이 있는 이경희 작가의 조합으로 '태양의 후예'의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전제작 드라마의 함정까지 노출하며 방송가에 또다시 숙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지난 7월 6일 12.5%로 시작한 '함틋'은 줄곧 10% 초반대 시청률을 나타내다 동시간대 경쟁작 MBC 'W'가 시작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급기야 'W'가 3회 만에 '함틋'을 꺾고 수목극 1위에 올라서고 말았습니다. 이후 '함틋'은 시청률 하락세를 이어갔고, 최근 자체 최저 시청률인 7.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동시간대 공중파3사 드라마 중 최하위입니다. 반면 'W'는 매회 시청률 상승세를 이뤄내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극 정상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함틋'의 부진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초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를 이을 작품으로 꼽혔었습니다. 100% 사전 제작, 100억원대 제작비, 스타 김우빈 수지의 이름값, 이경희 작가 등 흥행 요소를 두루 갖췄으니 실패를 예상한 이는 드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살펴 본 '함틋'에는 시청자들의 구미를 '확' 당길 만한 요소가 별로 없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일단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어야 시청자, 관객들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막장이라고 욕할지라도, 재밌으면 시청자는 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함틋'이 보여주는 로맨스는 이미 10년 전 보여준, 철 지난 로맨스였습니다.


멜로에 강한 이경희 작가가 보여주는 '함틋'의 로맨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부자 남자와 가난한 여자를 주축으로 흘러갑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옵니다. 이 작가의 히트작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당시 소지섭과 임수정의 로맨스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미사 폐인'을 양산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습니다. 미드, 영드를 접한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에서 '함틋'의 로맨스는 '올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년 전 이야기가 먹히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에 출생의 비밀과 관련해서 얽히고설킨 관계는 새로울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신준영(김우빈), 노을(수지), 최지태(임주환), 윤정은(임주은)이 만들어내는 사각관계도 전혀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복수를 위해 지태와 일부러 사귀기로 한 노을의 행동에선 '고구마 100개 먹은 느낌'이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이야기가 진부하니 캐릭터의 매력도 떨어졌습니다.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캐릭터와 이야기가 신선하면 배우는 빛나는 법입니다. 그러나 '함틋'은 시청자들로부터 이야기, 캐릭터 모두 수술 불가판정을 받았습니다. 극 초반 노을에게 소리를 지르는 준영은 전형적인 나쁜 남자 캐릭터였습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나랑 살래, 밥 먹을래?", "밥 먹을래, 나랑 죽을래?"라며 소리 지르던 소지섭 같은 캐릭터가 여전히 통할 거라고 자신한 걸까요? 나쁜 남자 캐릭터가 인기를 얻었던 시대는 지났는데 말입니다. 수지 캐릭터는 가난한 캔디형 여주인공입니다. 이것도 오래전 많이 봐왔던 캐릭터입니다. 준영의 친부가 노을의 아버지 죽음과 관련된 건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예고합니다. 클리셰 덩어리인 드라마엔 신선함도, 재미도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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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틋'은 100% 사전 제작 드라마라 방송이 이어지며 논란이 발생해도 손댈 길이 없습니다. 앞서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 제작의 성공 사례로 남았지만 '함틋'은 실패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 전망되고 있습니다. 시청자와의 소통이 불가능해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해 내용을 수정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배우는 연기에 대한 피드백도 받지 못하고, 드라마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던 수지는 나아진 연기력도 보여주지 못한 채 또다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발음과 발성이 부정확해 수지가 연기할 때는 몰입이 힘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수지의 미모만 돋보인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캐릭터라도 톡톡 튀면 부족한 연기력은 가려지기 마련이지만, 수지의 캐릭터는 연기력을 메워주기엔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에 두꺼운 겨울옷을 입은 주인공을 보는 것 자체가 답답하다는 비판도 일었습니다. 겨울에 찍은 사전 제작 드라마의 '함정'입니다. 드라마가 재밌으면 참을 만한데, 이도 저도 아니니 채널은 자연스럽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잘생기고, 예쁜 한류스타를 써도 탄탄한 이야기의 상대작엔 속수무책일 뿐입니다. '함틋'의 경쟁작 'W'가 3회 만에 수목극 1위로 올라선 원동력은 웹툰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독특한 소재와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참신한 이야기 덕분입니다. '함틋'과 'W'는 스타 이름값에 기댄 작품보다 트렌드에 맞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속도감 있는 연출, 검증된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종영까지 이제 2회만을 남겨두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위에 언급한 사전제작드라마의 딜레마는 ‘함틋’이 시청률에서 부진하기에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태양의 후예’때만해도 온통 칭찬일색이었습니다. 사전제작이 드라마 성공의 필수조건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부진하자 여기저기서 태클을 걸고(저를 포함해서...) 사전제작까지 물고 늘어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함틋’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토리가 재미없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이야기는 10년 전과 그대로인데 이야기를 받아들일 시대(시청자)는 변했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10년이면 강산을 넘어 세상이 변하는 시간입니다. 드라마의 뼈대인 스토리가 진부한데 더해 일부 연기자들의 연기력가지 거슬리니 드라마가 부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일부에선 ‘생방송 드라마’라고 한국 드라마 제작의 현실을 비판하곤 합니다. 그동안 현장에선 살인적인 밤샘 촬영으로 배우들이 응급실 신세를 지는 것도 다반사였고 심지어 배우가 촬영장을 무단이탈해 드라마가 결방돼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도 벌어졌습니다. 모두 다 한국 드라마의 '생방송 제작 시스템'이 만들어낸 폐해입니다. 이러한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 병폐인 ‘쪽대본’에 이은 ‘생방송 제작’ 상황은 분명 개선되어야할 부분입니다. 이를 위해선 사전제작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전제작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선 시대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가 선제되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