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이 폐막한지도 어느새 2주가 되었군요! 지난 올림픽의 수많은 종목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깊게 지켜보았던 종목들이 개인에선 골프의 전인지와 리듬체조의 손연재, 그리고 단체 구기에선 여자 배구와 여자 핸드볼이었습니다. 어쩌다보니 모두 여자 선수들과 단체종목들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올림픽에서 우리 낭자군들이 큰 활약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남자 구기 종목에선 축구만 겨우 출전했으니까요.
제가 응원했던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믿습니다. 비록 전인지와 손연재 두 선수 모두 메달획득을 하진 못했으나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손연재 선수는 척박한 국내환경에도 불구하고 세계4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여자 구기 종목들은 참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물론 성적이 부진했음을 책망하자는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의 투혼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픈 마음입니다.
여자배구는 40년만의 메달획득이라는 큰 꿈을 안고 이번 올림픽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8강 진출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김연경이라는 세계적 공격수가 있었기에 메달획득이라는 꿈을 꿀 수 있었으나 역시 배구는 단체종목이었습니다. 그 혼자서 감당하기에 랭킹 상위권 팀들의 벽은 높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한배구협회의 한심한 행태까지 더해져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기까지 했습니다.
한편 2012 런던 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한국 여자 핸드볼은 리우 올림픽에서 24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습니다. 코치 시절을 포함해 4회째 올림픽 출전을 이끈 임영철 감독은 ‘84년 LA 올림픽 이후 최약체’라고 이번 대표팀 전력을 평가하면서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나온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의 재연을 꿈꿨습니다. 영화의 소재가 된 당시 결승에서 한국은 덴마크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은메달을 땄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조별 예선 첫 경기인 러시아 전에서 초반 7골까지 앞서며 첫 승의 희망을 품었지만 후반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며 역전을 허용, 첫 패배를 안았습니다. 이어진 스웨덴 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2연패를 당했습니다. 세 번째 네덜란드 전에서는 불혹의 맏언니 오영란(44 인천시청) 골키퍼가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7m 드로우를 막아내며 드라마 같은 무승부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기적 같은 무승부 이후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프랑스 전에서 6점차 점수를 뒤집지 못하며 8강행이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기다리던 첫 승은 조별에선 탈락이 확정된 아르헨티나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따냈습니다. 전·후반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한 여자 핸드볼 팀은 28-22로 승리를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이렇게 조별 예선에서 1승 1무 3패에 그치며 6개국 중 5위로 일찌감치 올림픽을 마감했습니다. ‘에이스’ 김온아(27 SK슈가글라이더즈)가 런던 대회에 이어 다시 부상으로 조기 이탈하며 슬픈 예감을 일으켰고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노래가사처럼 전력을 다했음에도 유럽의 높이와 힘에 밀려 32년 만에 올림픽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일부에선 이번 대표팀은 전술·전력과 기술 그리고 투지까지 전무한 최악의 팀이었단 악평까지 나왔습니다. 경기 내용만보면 이런 비판이 얼핏 맞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선수들, 즉 한쪽면만 바라보고 내린 평가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선수들 경기내용이 좋았던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했던 유럽팀들의 플레이를 찬찬히 평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핸드볼 선수들은 국제경기에서 기본적으로 열세인 체력과 신장의 핸디캡을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속공과 정확한 슛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투지로 커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유럽팀들은 과거 우리 선수들이 펼쳤던 빠른 스피드의 속공과 슛의 정확도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은 제자리걸음, 아니 매몰차게 말하자면 조금 퇴보한데 비해 그들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입니다. 더 이상 ‘우생순’의 불굴의 투지만으론 그들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리우 올림픽 시작 전부터 핸드볼 대표팀의 예선 탈락이 결정된 후까지도 TV 케이블에선 채널을 바꿔가며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이하 우생순)’을 여러 번 방송했습니다. 영화 주연급 배우 중 한 사람이었던 엄태웅의 사생활 논란이 일기 전까지 말입니다. ‘우생순’은 한국 스포츠영화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서울올림픽과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을 열광시켰던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고투를 그렸습니다. 올림픽 등 큰 국제 대회가 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라 해서 ‘한데볼’이라 자조하는 비인기종목 핸드볼 선수들의 설움과 비애를 담고 있습니다.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새로 결성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이 역경을 이겨내고 올림픽 결승전에서 명승부를 펼쳐내는 과정이 이야기의 뼈대입니다. 핸드볼에서는 세계적인 엘리트인데도 한국사회라는 현실에서는 군내 나는 현실을 견뎌야 하는 주인공들의 사연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제목을 줄인 ‘우생순’이 여자 핸드볼 경기가 열릴 때마다 여러 미디어 보도의 상투적인 수식어가 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아주 잠깐이지만 핸드볼 열기를 불러오는데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앞으론 TV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극중 대표팀 감독으로 출연한 배우 엄태웅이 사생활 논란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32년만의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 결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여타 구기 종목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치 눈부신 결과를 올림픽에서 거둬 왔습니다. 영화 ‘우생순’에서 보여진 실제 체력과 실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불굴의 투지를 우리 선수들은 그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나타난 유럽선수들의 플레이는 우리 선수들이 기량과 전술·전략의 업그레이드 없인 더 이상 극복할 수 없음 을 뼈아프게 보여주었습니다. 더 이상 보기 힘들게 된 영화 ‘우생순’처럼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우리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모습을 앞으로 보기 힘들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건 지나친 기우일까요? 비록 4년 주기의 올림픽에 한정되긴 했지만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던 ‘우생순’ 신화의 여자 핸드볼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서의 부진을 부활의 발판으로 삼길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 대중들 역시 그들을 향한 따뜻한 격려와 관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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