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벤허' 찰턴 헤스턴 스티븐 보이드, 리메이크작이 뛰어넘지 못할 명작의 위대함

Chris7 2016. 9. 9. 08:33

미국 헐리웃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중 하나인 '벤허'가 57년 만에 리메이크 돼 다시 관객들을 마주합니다. 오는 14일 리메이크작 개봉을 앞둔 '벤허'는 로마제국 시대, 형제와도 같은 친구의 배신으로 가문의 몰락과 함께 한 순간에 노예로 전락한 유대인 벤허의 위대한 복수를 그린 대서사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벤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세편중 하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유일하게 극장에서 두 번 이상 관람하기도 했고 현재도 주기적으로 한번 씩 감상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영화는 1880년 출간돼 당시 성경 못지않게 팔려 나갔다는 남북전쟁의 영웅 루 월리스의 소설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가 원작입니다. 1세기 초 로마제국 시절, 예루살렘의 유대인 귀족인 유다 벤허가 형제나 다름없던 로마인 멧살라의 배신으로 노예로 전락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복수를 하고 예수에 의해 종교적으로 구원받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장편 영화로는 1925년 처음 만들어졌는데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만든 1959년 작이 가장 유명합니다. 제작 기간만 10년에 출연진이 10만 명에 달하는 이 작품은 196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상 등 11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와일러 감독은 시상식에서 “오, 신이시여. 정녕 이 작품을 제가 만들었습니까”라는 유명한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는 1962년 처음 상영된 뒤 수차례 재개봉 됐었습니다.

 

이번 리메이크 버전은 네 번째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연출, 모건 프리먼, 잭 휴스턴 그리고 토비 켑벨이 주연을 맡았고 CG를 비롯한 특수효과 등 새로운 장면들이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벤허'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15분간의 전차 경주 장면은 이번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로 손꼽힙니다. 벤허 역의 잭 휴스턴, 멧살라 역의 토비 켑벨은 이 장면을 위해 석 달에 걸친 트레이닝을 받았고, 제작진 역시 32일간 촬영을 진행하며 공을 들였다는 후문입니다.

 

59년 작에서도 이 장면을 위해 제작비 100만 달러가 투입됐고, 엑스트라 5만 명이 참여하는 등 전설적인 수치로 위용을 뽐내었는데, 괴연 이 장면이 리메이크 버전에서 얼마나 더 생생하게 구현됐을 지에 관심이 가고 있습니다. 전차 경주와 더불어 해상 전투 장면 역시 업그레이드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리메이크작의 앞날이 그리 화창해 보이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벤허’처럼 리메이크, 리부트 등 과거 영화를 재단장하는 경향은 몇 해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주요한 금맥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시리즈와 더불어 고전 명작을 리메이크한 영화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되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거대 예산이 투입된 리메이크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속편 기획까지 동시에 진행하며 기대를 모았던 폴 페이그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는 북미에서 1억2천만 달러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쳐, 전 세계 수익을 감안해도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홍보에 적지 않은 힘을 기울인 만큼 소니쪽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리메이크작 ‘벤허’는 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제작비만 1억 달러가 투입됐지만 미국 현지 개봉 첫 주말 114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 북미 박스오피스 6위를 기록,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들 영화들의 흥행 참패가 이후 리메이크영화 제작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매그니피센트 7’처럼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적지 않은 데다 ‘쥬라기 월드’(2015),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와 같은 성공사례도 있어 리메이크영화들의 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리메이크영화들의 잇단 흥행 실패는 단순히 명작의 영광을 반복하는 방식의 무분별한 제작이나 판권 경쟁 등 과열된 분위기에 경종을 울린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1959년 작 ‘벤허’는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제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영화가운데 하나이며 그동안 상영된 수많은 국·내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오래전 초등학교 학생시절 친구와 함께 영화관까지 집에서 먼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가 담배연기 자욱한 극장에서 자리도 없어 복도에 쭈그리고 않아 관람한 추억의 영화입니다. 그런 영화가 57년 만에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사실 기대감 보다는 우려가 솔직히 앞섰습니다. 제 동생과도 이일을 두고 한참을 토론(?)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당시 제 동생은 이번 ‘벤허’의 리메이크작을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발달된 CG와 제작기술이 전작과는 또 다른 맛을 보여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게다가 우리형제처럼 ‘벤허’라는 영화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없는 현재의 젊은 층에겐 나름 어필할 수도 있다는 논지에서였습니다. 물론 영화가 미국에서 상영되기 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전 세상에는 건드려서 안 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고전 명작이고 그 대표작이 ‘벤허’라며 강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었습니다.

 

IT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영화제작 기술도 날로 향상되고 있습니다. CG와 음향 그리고 편집 등 영화 분야 전반에 걸쳐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벤허’같은 수십 년 전 제작된 명작들에겐 단순히 첨단 기술만으로는 모방할 수 없는 묘한 매력들이 내포되어있습니다. 우선 59년 작 ‘벤허’와 이번 리메이크작의 주연배우들의 차이입니다. 59년 작에선 벤허 역에 찰턴 헤스턴이 그리고 멧살라 역엔 스티브 보이드가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펼쳐보였습니다. 거기다 벤허의 연인 에스더 역을 연기한 하야 하라릿이란 여배우의 묘한 매력까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입니다. 이에 비해 리메이크작 속의 잭 휴스턴과 토비 켑벨이 과연 59년 작 속의 주연 배우들만 한 압도적 카리스마를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글쎄요!... 입니다.

 

또 하나 ‘벤허’의 백미 중 백미라 할 수 있는 전차경주 장면입니다. 이신은 촬영 기간만 5주가 걸렸고, 1만 5천여 명이 4개월간 연습했다는 신화적 기록을 갖고 있어,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빠른 속력으로 달리는 말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흩날리는 흙먼지, 전차가 넘어지는 순간의 생생한 장면에는 특수효과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극대화된 리얼리티를 위해 주연배우 찰턴 헤스턴과 스티브 보이드는 오랜 시간 전차 모는 법을 연습했고, 실제 액션신을 소화하는 도중 스턴트맨 한 사람이 사망하는 등 위험천만한 순간을 감수한 끝에, 세계 영화사의 전설로 남을 명장면이 탄생했습니다. 물론 리메이크작도 이 부분에 가장 큰 공을 들였을 것입니다. 앞에서도 서술했듯 ‘전차경주신’을 위해 두 주연 배우들인 잭 휴스턴과 토비 켑벨은 석 달에 걸친 트레이닝을 받았고, 제작진 역시 32일간 촬영을 진행하며 공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거의 실사에 가까운 59년 작 만큼의 압도적 스펙터클과 현실감을 표현해 낼 수 있었을까요? 이 역시 글쎄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한 번 이야기하지만 세상엔 건드려선 안되는 게 몇 가지가 있고 ‘벤허’와 같은 영화사에 기리 남을 명작을 함부로 손대는 것이 그 중하나임을 이번 ‘벤허’ 리메이크작은 확실히 상기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헐리웃 영화계의 소재고갈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수 년 전부터 심심치 않게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엽기적인 그녀’나 ‘쉘위 댄스’ 같은 한국이나 일본 등의 성공한 영화 스토리를 리메이크하는 일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흥행에 성공한 과거의 영화들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지 못할 바엔 아예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좋았습니다. 단순히 많은 돈을 들인다고, 혹은 화려한 CG로 영화를 도배 한다고 해도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습니다. 배우들만 해도 그렇습니다. 과거 5·60년대 헐리웃 황금시대엔 그 시대만의 글래머스한 멋과 우아함이 배우들에게 있었습니다. 단순히 연기력만으로 커버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번 주말,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59년 작 ‘벤허’를 꺼내 감상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