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5부작 사극 '임진왜란 1592'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반응 속에 23일 금요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임진왜란 1592’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팩츄얼 드라마’로 또한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KBS와 중국 CCTV 합작으로 제작된 ‘임진왜란 1592’는 조선왕조 최대의 국가적 위기였던 임진왜란 당시 한, 중, 일 삼국의 상황을 5부작 드라마로 재구성한 시극으로, 당초 방영 전만 해도 많은 이들이 의아함을 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이순신 장군이나 임진왜란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많았던 데다가, ‘팩츄얼 드라마’란 생소한 장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방송을 시작한 '임진왜란 1592'는 46전 46승, 세계 해전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 일대기와 막전막후의 치열했던 평양성 전투를 모두 담아내며 드라마의 감동과 재미, 다큐멘터리의 진실성과 정확성이란 토끼들을 모두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사극 '임진왜란 1592'가 이토록 호평을 받았던 비결은 뭘까요?
먼저 '임진왜란 1592'는 그동안의 사극과 달리 실제 역사 속 인물, 사건, 이야기를 실감나는 전쟁의 하이라이트로 재구성, 기존 드라마들과 차별성을 보였습니다. 특히 ‘임진왜란 1592’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중·일 삼국의 역사적 진실과 전쟁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인물들의 삶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다큐보다 더 사실적인 연출을 통해 그날의 역사적 진실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무엇보다 3편(부제: 침략자의 탄생, 도요토미 히데요시)에서는 기존 사극에서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김응수 분)를 한 편의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시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방송 직후엔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이같이 '임진왜란 1592'는 여타 드라마처럼 스토리만 좇지 않고, 삼국의 국제적인 이해관계까지 조명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또 '임진왜란 1592'는 이순신 장군이 장계에 남겼듯 전쟁에 나선 작은 영웅들의 이름도 한 명 한 명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책이나 드라마, 영화로 많이 접하긴 했지만,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입니다. 이로써 '임진왜란 1592'는 역사에 관심이 적은 성인들이나 청소년들에게는 꼭 봐야할 '유익한 교육 드라마'로 남게 됐습니다.
또한 '임진왜란 1592'가 더욱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창출해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임진왜란 1592'는 제작비도, 출연료도 기존의 드라마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은 드라마였습니다. 제작진도 "기적이다"고 칭할 정도로 '임진왜란 1592'의 제작비는 고작 13억 원에 불과합니다. 연출을 맡은 김한솔PD는 KBS 대하사극의 노하우를 활용, 대본까지 직접 써가면서 무려 2년 만에 '임진왜란 1592'를 완성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요배역의 회당 출연료도 현저히 적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최수종, 김응수, 이철민, 정진, 조재완, 백봉기 등 이름이 알려진 이들부터 한·중·일 3국의 단역까지 모든 배우들은 영광스러운 마음가짐으로 '임진왜란 1592'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합니다. 특히 ‘왕건’, ‘김춘추’, ‘대조영’, ‘장보고’ 등 수 많은 역사 속 왕과 영웅들을 섭렵해온 사극 베테랑 최수종은 4년의 공백을 깨고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또 하나의 인생작을 추가했습니다. 임진왜란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을 맡은 김응수 역시 소름끼치는 일본어 연기로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극찬을 이끌어냈습니다.
배우들의 명품연기와 관련해 김한솔 PD는 “가장 고민했던 게 캐스팅 문제였다. 드라마를 찍기 전 생각한 게 ‘배우보다는 그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수종 선배님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에게 ‘실제 그 사람들처럼 보이도록 연기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최수종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김 PD는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희생을 많이 한 분이 바로 최수종 배우다. 기존의 사극톤, 왕의 위엄 등을 다 버리고 드라마에 녹아든 연기를 해주셨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인 배우, 무명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것에 대해서는 “팬이 많은 아이돌을 캐스팅했으면 저도 영광이고, 시청률에도 큰 도움이 됐겠지만 뭔가 몰입이 끊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 장군 역할에는 직접 일본인을 캐스팅했고, 그러지 못한 경우에는 연기를 ‘잘’ 하는 무명 배우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임진왜란 1592’는 임진왜란 당시의 한·중·일 삼국의 역사적 기록들을 기반으로 한 ‘팩츄얼 드라마’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팩트’와 ‘고증’이 중요했습니다. 김한솔 PD는 “드라마 극본을 쓰면서 팩트를 발굴하고, 그 팩트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고 고증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짜고 다시 자문과 고증을 받기를 반복했다”면서 “얼마 전에 작업 폴더를 열어보니까 대본 버전이 228번까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PD는 “초보작가의 무능력함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말 팩트 체크를 강하게 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며 역사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당초의 의아함을 떨쳐내고 국내최초로 시도된 ‘팩츄얼 드라마’로서의 신선함과 묵직한 감동까지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은 ‘임진왜란 1592’는 당시 실제 벌여졌던 사실만이 전해줄 수 있는 가슴 저린 느낌을 전해 주었습니다. 최근 밑도 끝도 없는 퓨전 사극들이 판을 치는 가운데 기존의 그 어떤 사극들 보다 현장감과 생동감 있는 재미와 역사적 교훈까지 함께 선사한 ‘임진왜란 1592’로 인해 사극 매니아로서 오래 만에 드라마 보는 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제대로만 만들면 시청자들은 절대 왜면하지 않는다는걸 이번 ‘임진왜란 1592’는 다시 한 번 확인 시켜 주었습니다. 그간 KBS는 대하드라마라는 타이틀로 ‘태조 왕건’과 ‘용의 눈물’ 등 명작드라마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공영방송국만이 할 수 있고 또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내년 제작·방송이 예정되었던 대하드라마 ‘다산 정약용’이 편성 취소되며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했었던 드라마인데 말입니다. 제가 조선시대 수많은 인물들 중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가 바로 정약용 선생이기 때문입니다. 주관적 평가이긴 합니다만 조선시대 3대 천재로 정도전과 세종 이도 그리고 정약용을 꼽고 있는데 그중 1인이기도 합니다. 정약용 선생만 생각하면 왠지 모를 애잔함과 마음껏 만개하지 못한 천재의 비운 등이 느껴져 한없는 멜랑콜리에 빠지곤 합니다.
드라마 ‘다산 정약용’은 배우 연정훈이 주인공 정약용역에 그리고 류진이 조선왕조 르네상스 군주로 일컬어지는 정조역에 캐스팅 확정되었다는 뉴스 까지 접했었는데 돌연 편성 취소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측은 연정훈 등에게 문자로 편성 취소 소식을 전해다는 말이 알려지면 또 한 번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실 이번 ‘임진왜란 1592’를 보며 역시 사극은 KBS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냥 이들을 칭찬만 할 순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방송국 상층부(?)에서 생각을 바꿔 예정대로 내년 편성을 추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주중 목금으로 방영시간이 편성되었던 ‘임진왜란 1592’의 시청률을 감안해 볼 때 제대로 된 사극이라면 결코 시청률이 배반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가 살짝 옆길로 세고 말았는데요... 어찌 되었든 ‘임진왜란 1592’는 5부작이란 짧은 분량으로 아쉬움을 주지만 역으로 짧은 분량이기에 그 애절함이 더하기도 한게 사실입니다. 안 봐도 뻔한 이야기인 임진왜란과 연기를 잘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사극 속 연기패턴이 보이는 뻔한 연기자 최수종이 그것도 그간 여러 번 극화되었던 영웅 이순신을 연기한 드라마였지만 결코 뻔하지 않았던 ‘임진왜란 1592’... 정말 이런 드라마만 계속해서 제작된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몰입해 시청한 명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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