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요순위 프로그램 ‘뮤직뱅크’가 순위집계오류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30일 '뮤직뱅크'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순위 집계 오류로 주간 순위가 잘못 방송됐다"고 알렸습니다. 가장 주요한 정정사항은 뒤바뀐 1위였습니다. 27일 '뮤직뱅크' 생방송에서는 AOA가 'Good Luck'으로 K차트 5월 마지막주 1위에 올랐습니다. AOA는 맨발로 앙코르 무대를 펼치며 1위 공약까지 시행했으나 알고 보니 이 1위는 트와이스의 몫이었습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지상파 방송에서도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KBS만 해도 '가요톱텐'이라는 전통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게 바톤을 이어받은 '뮤직뱅크'가 수년째 전파를 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갖가지 악재까지 겹치며 '유지해야하는가'라는 재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 3사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 시청률은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27일 방송한 KBS2 '뮤직뱅크'(이하 뮤뱅)는 전국 시청률 1.4%(이하 닐슨 코리아 집계)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9일 방송한 SBS '인기가요'(이하 인가)는 2.6%에 머물렀고 순위제를 폐지한 MBC '쇼 음악중심'(이하 음중)은 28일 방송에서 2%를 기록했습니다. 단지 신인 가수들이 "나 음악방송에 몇번 출연했다"고 어깨를 '으쓱'할 '스펙 쌓기'용 프로그램이 돼버린 것입니다.
덕분에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방송사에서도 '계륵' 같은 존재가 돼버린지 오래입니다. 시청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예능국 PD의 입장에서는 버리기도 아까운 프로그램이 바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것입니다.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다른 예능에 출연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출연 불가 리스트가 있는 것은 아니자만 공공연히 출연이 힘든 가수들은 많은게 사실입니다. Mnet '프로듀스 101' 출신 걸그룹 아이오아이는 아직 '가시밭길'을 걷고 있습니다. 체감하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인가' 출연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서기도 했습니다. '음중'도 마찬가지였고 가까스로 '뮤뱅'에는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JYJ의 멤버들은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 순위 집계 방식으로 인해 순위는 아이돌 위주로 짜여질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아이돌 이외의 가수들은 이 프로그램들과 멀어지게 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아이돌의, 아이돌을 위한, 아이돌에 의한' 프로그램이 돼 버린 것입니다.
이 가운데 프로그램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순위에도 오류가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지난 27일 방송한 '뮤뱅'에서는 AOA의 'Good Luck(굿럭)'이 트와이스의 'Cheer Up(치어 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방송 후 팬들의 질타가 높아졌습니다. 순위 집계가 잘 못됐다는 것입니다. '뮤뱅'측은 확인에 나섰고 음반 점수에서 오류가 났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순위도 트와이스와 AOA를 바꿨습니다. 덕분에(?) 두 그룹 모두 피해자가 돼고 말았습니다.
네티즌들도 뿔이 많이 났습니다. 한 커뮤니티의 네티즌은 "'뮤뱅'이 암암리에 유명 아이돌 1위 한 번씩은 방송점수나 음반점수 슬쩍슬쩍 조작해서 준다는 건 아이돌 팬들 사이에선 유명해서...이번이 처음 공론화 된 것일 뿐 처음은 아니겠죠"라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이번이 솔직히 처음은 아니죠. 여기저기 난린데 처음으로 '뮤뱅'도 번복한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폐지할 것이 아니라면 순위 선정방식이나 공연 시스템 자체를 손봐야한다는 것입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들, 이제 바꿔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이나 예전 ‘가요톱10’에선 연속5주간 1위를 기록하면 ‘골든컵’이란걸 받고 ‘명예졸업(?)’하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현재 MBC 음악예능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이 9연승을 질주하는 가운데 ‘가요톱10’의 ‘골든컵’처럼 명예졸업제도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사실 음악순위에 있어 ‘가요톱10’의 명예졸업 같은 제도는 굉장히 부자연스러운게 아닐 수 없습니다. 순전히 나눠먹기를 위한 편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복면가왕’은 순위프로그램이라기 보단 예능부분이 상대적으로 강조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야기가 옆길로 샜으나 ‘가요톱10’의 예를 든 이유는 ‘골든컵’이란 명예졸업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8,90년대 당시 이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것은 비교적 높은 근사치로 당시의 실제 인기곡들을 순위에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란걸 말하기 위함입니다. 지금과 같은 아이돌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당대 최고 인기가수들이 자신들의 히트곡들을 직접 출연해 부르기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가요톱10’이 순위와 관련해 당시 전혀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순위프로그램들보다 훨씬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데엔 분명 이 같은 이유가 존재했음을 부인할 순 없습니다.
현재 우리 가요계의 조류가 아이돌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젊은층 위주로 흐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이들처럼 뜨겁게 반응하진 않지만 자신들만의 음악관을 가진 중장년층이나 아이돌이외의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물론 과거 ‘가요톱10’같은 폭넓은 층을 아우를 수 있는 순위프로그램을 만들기란 사실 현재로선 불가능 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요계가 당시완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뮤뱅’이나 ‘인가’ 그리고 ‘음중’같은 가요순위프로그램이 현재의 극심한 시청률 부진을 벗어나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과거의 예를 반면교사삼아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할 때인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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