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옥중화’ 정준호 박주미,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Chris7 2016. 5. 22. 12:19

MBC 사극 ‘옥중화’가 20%정도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 속에 순항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극중 주요배역인 윤원형 역의 정준호와 정난정 역의 박주미가 연기력논란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방송 시작 전만 해도 주연배우인 진세연의 연기력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으나 뜻밖에 복병을 만난 격입니다.


연출은 맡은 이병훈PD는 좀처럼 사극에 등장하지 않았던 고수, 진세연, 그리고 주인공 옥녀의 아역을 맡은 정다빈 등 이색적인 캐스팅을 선보이며 드라마의 기대치를 끌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연 드라마 ‘옥중화’ 속에서 각자의 배우가 제 몫을 해내며 드라마의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는 와중에 윤원형과 정난정 역의 정준호와 박주미의 연기가 도마 위에 오른 것입니다.





정준호와 박주미는 20여년이 넘는 탄탄한 연기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 배우로 ‘옥중화’에서 압도적인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윤원형, 정난정 역에 각각 캐스팅돼 큰 화제가 됐었습니다. 윤원형, 정난정은 2000년에 방송된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이덕화와 강수연이 연기한 캐릭터로 드라마 방영 당시 연기자들의 탐욕스럽고 독기 넘치는 연기가 드라마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기에 코믹 영화의 대표배우 정준호와 단아하고 선한 이미지의 선두주자 격인 박주미가 평소와는 정 반대의 이미지를 연기한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큰 주목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청자의 기대가 부담으로 다가왔는지 정준호와 박주미는 ‘옥중화’에서 캐릭터와 동화되지 못하고 기존 본인들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드러내 캐릭터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했습니다. 야망 가득해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어내야 할 윤원형은 너무도 가볍고, 독기 가득한 얼굴로 강한 눈빛을 품어야 하는 정난정은 박애주의자의 온화한 얼굴로 등장합니다. 특히 박주미의 연기에 대해 사극에 어울리려 애쓰는 톤과 지나치게 센 발음 등이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연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두 배우의 노력은 높이 살만 합니다. 그렇지만 드라마의 ‘옥의티’로 남지 않으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연기 틀을 과감히 깰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윤원형은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의리넘쳤던 조폭이 아니며, 정난정은 온화한 성품의 단아한 여성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특히 박주미의 경우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세간에선 SBS 사극 ‘대박’의 윤진서와 '옥중화‘의 박주미중 ’누가 누가 더 못하나‘의 대결이라고까지 혹평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정준호의 연기는 처음부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왜?...’라며 의아해 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정준호 본인이나 그의 팬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평소 정준호라는 배우가 딱히 연기파라곤 생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사극이라니...(물론 저역시 그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특히 코믹연기엔 일가를 이루었다는데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박주미의 경우엔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예전의 그의 연기가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옥중화’에서의 박주미는 전혀 사극 속 인물과 동화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앞서도 언급되었던 예전 ‘여인천하’에서의 박주미 외엔 그다지 제가 그의 사극연기를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막연히 박주미가 사극연기를 꽤 할 것이란 선입견을 가진 걸까요? 개인적 미스터리(?)입니다(참, 그러고 보니 예전 ‘허준’에서 광해군의 생모인 공빈 김씨역으로 출연했었군요! 음... 그때도 과히 연기가 좋았던건 아니었습니다. ). 박주미와  관련해 제 뇌리속에 강하게 남아있던 단아한 이미지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딱히 배우 진세연의 안티는 아니지만 전 여전히 ‘옥중화’에서의 그의 연기에 우려의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여주인공인 진세연의 연기가 과하다는 지적과 이 정도면 안정적이라는 반응으로 엇갈리고 있어 앞으로 드라마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폭발하는 감정 연기 때 대사가 잘 들리지 않고 발음이 뭉개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진세연이 완벽하게 안방극장을 끌어당기지 못할 것 같기에 남주인 고수의 연기가 중요하다고 이전 포스팅글에서 서술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극중 악역의 중심인 윤원형과 정난정의 활약 또한 두 주인공인 진세연과 고수에 대칭해 극의 중심을 이루어야 합니다.


예전 ‘허준’속 유도지역의 김병세와 ‘대장금’속 최상궁역의 견미리가 얄미울 만치 리얼한 연기로 주인공들을 괴롭히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듯이 이번 ‘옥중화’에선 윤원형과 정난정이 그런 역할들을 해주어야 합니다. 이병훈PD식 사극의 전형중 하나인 뚜렷한 ‘선과악의 대결’이란 관점에서도 선한 주인공들의 연기만치 악인들의 연기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혹자들은 이런 이병훈표 사극 속 단편적 ‘선와악’의 대결을 시대에 뒤떨어졌다 평하기도 합니다. 선과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하는 최근 영화나 드라마 트랜드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그런 이유에서 시청하기 편한게 아니냐는 반론 또한 존재하긴 합니다만...


어찌되었든 ‘옥중화’에서 진세연과 고수의 연기만치 정준호와 박주미의 연기가 중요하단 점엔 다른 이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향후 본격적으로 두 남녀주인공들과 격한 대결을 벌여야할 윤원형과 장난정의 연기가 하루라도 빨리 제 괘도에 오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하나의 명품사극 드라마 탄생을 예고하며 화려하게 막을 올린 ‘옥중화’가 정준호 박주미 두 베테랑 배우의 연기 폭을 넓힐 계기가 될지 앞으로도 두고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