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영화 ‘곡성’ 흥행 질주 속 스포일러와의 전쟁

Chris7 2016. 5. 22. 09:32

개봉 후 무서운 기세로 흥행가도를 질주하던 곽도원, 김환희 주연의 스릴러영화 '곡성'이 21일 4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이날 하루 56만687명을 들여 12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 405만3350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개봉 18일째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5월 개봉작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기록했던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2007년 5월 23일 개봉, 최종 496만 6,571명)를 훌쩍 뛰어 넘으며 역대 5월 개봉작 중 최단 기간 400만 돌파의 기록을 경신한 성적입니다.


그리고 천만 영화인 '변호인'(최종 1137만 4,610명)의 개봉 11일째 돌파와 같은 흥행 속도이자 '국제시장'(최종 1425만 7,115명), '7번방의 선물'(최종 1281만 1,206명)의 개봉 12일째, '광해, 왕이 된 남자'(최종 1232만 3,408명)의 개봉 16일째 400만 돌파 기록보다 더 빠른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곡성'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스크리닝을 연 뒤 세계적인 영화인들과 글로벌 미디어의 극찬을 한 몸에 듣기도 했습니다.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 ‘곡성’은 ‘추격자’와 ‘황해’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곡성'이 이처럼 나라 안팎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지만 엉뚱한 문제로 골머리를 앍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 결말부의 ‘스포일러’(Spoiler; 영화나 드라마 등의 주요 내용을 공개하는 행위) 때문입니다. 특히 반전이 생명인 ‘스릴러물’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의도적으로 영화 관람전 리뷰를 읽지 않는 것은 물론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도 애써 외면하곤 합니다. 하지만 ‘곡성’의 경우 여기저기서 무차별적으로 올라오는 스포일성 글들로 인해 영화관람을 포기하는 이 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본방송을 통해 전국의 모든 시청자가 동시에 이야기를 접하는 TV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는 남보다 먼저 관람하는 사람이 먼저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심지어 결말까지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은 바로 이런 점을 악용해 영화, 특히 스릴러물의 내용이나 결말을 공개해버리기 일쑤입니다.


물론 그런 스포일러가 요즘 새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예전에는 해당 영화 관련 뉴스에 스포일러성 댓글을 달았지만, 이를 우려해 관련 뉴스를 보되 댓글을 피하는 네티즌이 늘어나자 이들도 달라졌습니다. 바로 포털사이트 내 정치, 사회, 경제 등 영화와 전혀 동떨어진 분야 주요 뉴스에 스포일러성 댓글을 달아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도 영화와 관련한 글이 올라오기는 하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고의로 올린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것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할 수 있습니다.


타깃이 된 영화 투자·배급사에서도 당황해하지만, 모든 뉴스 댓글을 일일이 체크할 수 없는 일이다 보니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형편입니다. 그저 그런 댓글을 다는 일이 최대한 없기를 바라고,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본 다른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측에 신고해 일분일초라도 빨리 삭제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과거 극소수 몰지각한 연예 매체 기자가 기사 조회 수를 높이려고 의도적으로 영화를 스포일러해 문제가 돼곤 했으나 언론을 적대시할 수 없어 냉가슴만 앓았던 그들이니 관객이기도 한 네티즌과도 역시 정면으로 맞설 수 없는 처지입니다. 게다가 스포일러를 금지하는 법도 없는 데다 피해액을 산정하기도 힘드니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영화는 감독,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 스태프,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극장 관계자들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정성에 의해 최상의 상태로 관객 앞에 펼쳐집니다. 이를 고른 관객은 적잖은 관람료와 시간을 들여 온전한 채로 감상한 뒤 호평하거나 악평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영화 관계자의 피땀을 헛되이 하거나 그 영화를 선택한 관객의 즐거움을 망칠, 무소불위의 권력은 없는 것입니다.





사실 이번 ‘곡성’의 경우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영화 스포일러가 양산되는 면도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곡성’을 관람했지만 막상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고 이 바람에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곡성'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영화의 영상미와 잘짜여진 스토리 등을 칭찬하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찝찝한 내용이다",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과 엔딩에 대한 의견도 엇갈려 관객들 사이에서 토론이 벌어지며 이 과정에서 영화의 반전과 결말이 언급되는 '스포일러'가 넘쳐나고 있는 것입니다. 연출자인 나홍진 감독 자신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곡성'은 서로 다른 해석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영화"라고 밝힌 바 있기도 합니다. 의도적인 악성 스포일러도 있지만 워낙 영화에 대한 반응과 해석이 엇갈리다보니 의도치 않게 생긴 스포일러도 상당부분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본의 아닌 스포일러성 글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악의적 스포일러들은 근절되어야할 부분임은 분명합니다. 가능하다면 법적 제재도 가해져야한다고 봅니다(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만...). 만든 이와 보는 이 모두의 권리가 보호되어야함은 물론 불특정다수를 향한 일종의 테라라 할 수도 있는 행위를 지양하는 건전한 윤리의식 확립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