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또 다시 위기에 빠진 ‘야신’

Chris7 2016. 4. 22. 12:39

‘야신’ 김성근(74) 감독과 한화 이글스가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야신’이 위기에 빠진 것입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화 이글스는 당초 올 시즌 개막 이전에 우승후보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4월 현재 이글스는 투수력과 타력 모두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다 내부 불협화음까지 겹치며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만약 5월에도 한화가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연스레 사령탑인 김성근 감독의 거취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1일 롯데를 상대로 9대5 승리를 이끌어내긴 했으나 4월10일 NC전 승리 후 7연패의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현재 3승 13패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 중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큰 문제입니다. 지난 14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한화는 2-17로 패한데 이어 15일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이글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도 2-18로 참패를 당하며 이틀간 한화 마운드는 33안타 17사사구 9홈런을 허용하며 총 35실점을 했습니다. 두산전 두 번째 투수였던 송창식은 4.1이닝 12실점(10자책)을 기록하며 '벌투 논란'까지 불러일으켰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위기는 경기 도중 덕아웃을 이탈한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김 감독은 14일 두산전 5회 말이 끝난 후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껴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송창식이 마운드를 내려간 시점이었습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이상은 없었습니다. 김 감독은 15일 LG전을 앞두고 "병원에서 나가라고 하더라. 있을 필요가 없다고"라며 "뇌, 심장, 피 검사를 다 해봐도 아무것도 안나온다고 하더라. 감기랑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스트레스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초조해진 것"이라며 "왜 안될까. 왜 안될까 계속 생각을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분명 고령의 김 감독에겐 엄청난 부담이 됐을 터입니다. 특히 한화가 큰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 강도는 더욱 컸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 감독이 느끼는 초조함의 근원은 선발 투수입니다. 선발 로테이션이 구축돼 있지 않다보니 김 감독 특유의 마운드 운용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김 감독은 "전에는 일정을 보고 '여기에 누구', '에이스니까 피하고 누구' 그런 계산이 됐다"며 "그런데 지금은 선발로 누굴 내보내느냐 그것밖에 생각을 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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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은 1942년 12월에 태어났습니다. 올해 74살입니다. 현역 지도자 가운데 국내 최고령인 것은 물론 현재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통틀어 가장 나이가 많은 감독입니다. 전임 김응용 감독은 74살에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2013년 시즌부터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2014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습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일본 프로야구의 최고 명장인 노무라 가쓰야 감독도 74살이던 2009년에 그라운드와 작별했습니다. 82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노무라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인물로 유명합니다. 먼저 선수로는 총 3,017경기에 출전해 600홈런을 돌파하며 MVP를 다섯 차례나 차지했습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이른바 'ID 야구'라는 현미경 야구 스타일을 내세워 야쿠르트와 한신, 라쿠텐을 거치며 모두 1,565승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일본 야구가 낳은 최고 인물 노무라도 74살이란 벽에 걸렸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던 감독은 '전설의 명장' 코니 맥입니다. 맥 감독은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거쳐 1901년부터 1950년까지 무려 50년 동안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 지휘봉을 잡다가 87살의 나이로 은퇴를 했습니다. 코니 맥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10년 전만 해도 일본은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60살이 넘은 노장 감독들이 즐비했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조 토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 루사, 70대 고령이었던 플로리다 말린스의 잭 매키언 등 하나같이 쟁쟁한 지도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추세가 바뀌어 노장 감독들이 점점 자취를 감췄습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젊은 피'가 대거 나와 40대와 50대의 젊은 감독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74살에 직접 '펑고'를 하는 김성근 감독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된 것입니다. 지난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특유의 '지옥 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근성을 불러일으키며 한화를 최고 인기 구단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축 선수들의 부상을 비롯해 여러 악재가 겹치며 난파 직전까지 몰리고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17년까지지만 프로야구 감독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팀 성적과 본인의 건강이 좋다면 80살에도 선수단을 호령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되면 바로 오늘 경질될 수밖에 없는 것이 프로야구 지도자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한화의 4월 부진은 김 감독이 예상했던 바입니다. 그러나 부진 속에서도 목표치는 한참 밑돌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4월달 10승이 목표였다"며 "5월에는 로저스가 올 것 아닌가. 심수창도 이제 괜찮다. 앞으로 하나하나 정비가 돼가지 않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한화와 김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합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야신' 김성근 감독이 아시아 지도자들에게 일종의 징크스가 되고 있는 '74살'이란 벽에 주저앉을지, 아니면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난관을 돌파할 지 주목됩니다. 또한 위기를 맞은 김 감독의 앞에 돌파구가 얼마나 빨리 열릴 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