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이하 ‘조들호’)에 주연으로 출연중인 박신양의 연기가 화제입니다. 박신양은 국내배우들 사이에서도 감정이입 연기의 달인으로 통합니다. 흔히 ‘연기에 메소드가 있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의 연기가 바로 그런 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소드 연기(감정 이입 연기)는 연기자가 극 중 인물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기법으로, 정신과 육체 등 모든 면에서 드라마 속의 인물에 이입돼 연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도의 감정 이입'이 필요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다는 점이 '메소드 연기'의 특징입니다. 특히 ‘조들호’에서 보여지는 박신양의 메소드 연기는‘ 염미동 재개발 명도 소송’ 에피소드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이날 박신양은 앞선 소송에서 승소한 뒤 회식 장소로 단골 가게를 찾았다가 텅 빈 가게와 건물주를 만났습니다. 건물주는 감자탕집을 상대로 계약이 2년 남았지만 재건축할 예정이니 나가라고 협박을 했고, 박신양이 항의하자 용역을 불러 무력으로 그의 일행을 제압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박신양은 할매 감자탕집을 지키기 위해 '감자탕집 변호사'가 됐습니다.
박신양은 승소를 위해 할매 감자탕집 인근의 시장 상인들을 모아 상황을 설명한 뒤 법원에 와서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시장 상인들은 난감해하며 거절했고, 박신양은 상인들에게 화를 내며 홀로 법정에 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할매 감자탕집 인근 세입자들이 할머니에 대한 도움을 갚기 위해 법정에 모두 출석하면서 박신양의 변호에는 탄력이 붙었고, 건물주를 변호했던 금산로펌 측은 대화그룹을 향한 여론 악화를 지켜보다 소송에서 발을 뺐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박신양은 철저한 캐릭터 연구를 거친 '동네 변호사 조들호'였습니다. 박신양 자신이 변호사 조들호로 완벽히 빙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그의 활약에 '조들호'는 첫 방송 이후 현재까지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들호’에서 박신양은 서민을 위한 변호사를 연기하며 정의 구현으로 감동을 안기고 있습니다. 그는 감각적이고 틀에 박히지 않은 감정 표현으로 조들호를 생동감 넘치게 전달합니다. 언제나 약자들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조들호의 든든한 행보는 박신양만의 연기로 그려지는 것입니다.
아빠로서 딸에게 자랑스러운 일을 하고자 힘쓰다보니 오히려 딸에게 서운하게 만드는 못났지만 멋진 아빠. 사회 거악과 맞서 싸우다보니 좌절할 일도 많지만 어떻게든 진실을 사실로 만들고자 하는 선의의 편에 있는 변호사. 박신양은 이 같은 드라마에만 있을 법한 멋있는 캐릭터를 현실로 느껴지게 생생하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박신양의 연기는 드라마를 현실로 만드는 자연스러움 속에서도 극적이어서 몰입도를 높입니다.
‘조들호’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대박’과 ‘몬스터’ 등과의 경쟁에서 동시간대 1위를 하는 것은 박진감 있으면서도 담백하게 그리는 연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박신양의 연기가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연기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면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를 연기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그의 연기에 대해 모든 이들이 칭찬만 하는건 아닙니다. ‘뭘 해도 박신양’이란 말이 있는데, 연기가 좋긴 하나 영화나 드라마속 여러 캐릭터들의 차별화가 없고 왠지 일률적이란 뜻일 것입니다. 이런 평을 받는 이가 또 있으니 바로 ‘국민배우’로 통칭되는 배우 안성기입니다. 안성기의 연기에 토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뭘 해도 안성기’다는 평을 듣습니다. 박신양과 똑같은 경우입니다. 연기에 있어 베테랑들인 두 사람이지만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외적인 이야기지만 아주 오래전 지금은 폐지된 ‘체험 삶의 현장’이란 프로그램에서 목욕탕 굴뚝청소를 하게 된 박신양을 본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도심에서 그런 굴뚝이 거의 사라졌지만 80-90년대까지만 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인데, 그런 굴뚝을 청소하기위해선 독가스흡입을 방지하기 위해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후 높은 굴뚝 끝에 줄로 매달려야만 했습니다. 누가 봐도 좀 과하게 열악한 작업환경이었지만 당시 박신양은 힘들고 싫은 기색하나 없이 묵묵히 자심이 맡은 일을 완수해내었습니다. 프로그램 성격상 출연자들이 힘든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할 수 도 있었겠으나 당시 어린마음에도 ‘굴뚝청소’는 솔직히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힘든 일을 배우인 그가 일말의 주저도 없이 해내는걸 보며 ‘참 저 사람은 인간성이 꽤나, 아니 상당히 좋은것 같다’라고 감탄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그 뒤 오랜 시간 ‘인간성 좋은 배우’로 생각해 오던 배우 박신양이 ‘조들호’라는 자신을 위해 재단된 맞춤옷을 만난것 같아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몬스터’는 물론이고 드라마 방영 초반 선두를 치고나갔던 ‘대박’마저 제치고 인기몰이 중인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현실적이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박신양의 메소드있는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월화드라마 경쟁에서 선두를 굳힌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앞으로 안방극장에 안길 재미와 감동이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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