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이 토요일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2위를 기록했습니다. 17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은 전국기준 시청률 19.6%를 기록했습니다. 동시간대 1위이자, 토요일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2위의 기록입니다. 드라마 '결혼계약'은 재벌 2세와 가난한 여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여인은 심지어 아프고, 아이도 있습니다. 둘은 처음에는 돈으로 얽혀 만났지만, 이제는 마음이 얽혀버렸습니다. 까칠했던 재벌 2세는 아무것도 볼 것 없는 애엄마 때문에 가슴이 무너집니다. 전형적인 신파 멜로에, 구도도 한참이나 구식입니다. 같은 내용을 30년 전에도 봤던 듯 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지금 주말 밤에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트렌디'한 배우 이서진(45)과 유이(28)를 통해서입니다. 진부한 이야기에 새로울 것 없는 신파지만, 영화같은 매끈한 화면과 빠른 전개, 요즘 청춘들에게 경쟁력이 있는 이서진과 유이가 빚어내는 하모니가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이서진과 유이는 무려 17살 차이가 나는 비주얼, 앞뒤가 꽉 막힌 각자의 답답한 상황에도 신데렐라 스토리, 최루탄 신파의 전형성과 경쟁력을 극대화해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장르의 공식에 충실하지만 최루성 신파처럼 억지로 시청자의 눈물을 빼지 않습니다. 두 남녀가 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그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집니다. 이들의 내면을 포착하면서 왜 서로를 원하게 되는지 시청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묘사하는 감정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혜수(유이)는 지훈(이서진)을 사랑하지만, 두 사람은 늘 엇갈립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안타까움이 이 드라마의 최대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주인공 이서진, 유이의 연기는 지나치게 밝지도, 지나치게 어둡지도 않습니다. 연기 톤이 드라마의 색에 잘 스며든 느낌입니다. 두 배우가 자신들의 캐릭터에 빠져들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특히 주연 여배우 유이의 연기가 눈길을 끕니다. 어린 딸을 둔 아픈 싱글맘의 출구 없는 상황을 절절하게 소화해내며 연기적으로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울음을 삼키고 토해내고, 슬픔을 감추고 감정을 속이는 연기가 매회 새롭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분명 성장했습니다. 정확한 발음 등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지만 감정의 결이 전보다 훨씬 더 깊어졌습니다. 이제 유이에게서 걸그룹의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여러 작품으로 부딪히더니 제법 성장한 모습입니다. 걸그룹 에프터스쿨 멤버인 유이는 일찌감치 연기에 발을 디뎠지만, 호평이 따랐던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돌의 이미지가 강했고 연기력 논란이 따른 적도 있습니다.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에게 관심을 양보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이는 늘 도전하며 조용히 자신의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고집이 이번 '결혼계약'에서 어느 정도 결실을 맺는 듯합니다. 유이가 홀로 키우는 딸 차은성(신린아)를 바라보는 눈빛은 애틋해 가슴이 시리기까지 합니다. 아역 배우를 다루는 손길도 실제 엄마들의 그것처럼 능숙해 놀랍습니다. 캐릭터를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한 것이 이 같은 디테일한 손짓에서도 보입니다. 혜수는 유이가 소화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닙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고, 시한부 인생까지 선고 받은 여자입니다. 산전수전을 겪은 여자지만 그 안에 풍기는 은근한 순수함이 매력인데 유이는 이런 혜수의 색을 정확히 짚어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점점 캐릭터에 녹아 들더니 이제 시청자를 완전히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혜수를 바라만 봐도 눈물이 난다는 열성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결혼계약’이 마성의 드라마라는 기분 좋은 평가 속에 20%를 넘는 시청률을 얻으며 종영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결혼계약’은 자극적인 이야기만 통한다는 MBC 주말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깨뜨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풀어놓고 있는 사랑과 가족애는 감동적이고, 슬픈 이야기 속에서 때때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편안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 저와 가까웠던 이와 많이 닮은 관계로 유이를 볼 때마다 뭔가 묘한 감정이 들긴 하지만, 이번 드라마로 걸그룹 소속 연기돌만이 아닌 진짜 연기자로 한 단계 도약한 유이가 배우로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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