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방송에서 막장드라마를 완전히 추방하자!

Chris7 2016. 1. 30. 13:32

최근 막장드라마로 지탄을 받으면서도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은 그야말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자신보다 못한 바보 같은 행동의 연기를 보며 우스워하고 ‘그래도 내가 낫지’라는 착각을 일으키며 드라마를 보게 됩니다. 말초신경에만 의지한 이런 드라마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무의식적으로 학습효과를 가져와 습득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막장드라마는 별다른 규제장치가 없었습니다. 사회에 파장을 주는 암초 같은 내용을 버젓이 방영해놓고 죄의식은커녕 곧이어 새로운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를 이어가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그때마다 징계 처분을 내리긴 하지만 이를 비웃으면서 되레 큰소리를 치는 것은 방송국이었습니다.

 

막장드라마는 통속극의 수준을 넘어 사건사고들이 비현실적으로 자주 등장하거나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오후 7시부터 9시 대에 방영되기 때문에 시청등급이 정해놓은 15세부터 청소년들이 이러한 가정파괴 드라마를 공식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한류도 자랑스럽지만 몇몇 막장드라마로 우리나라의 드라마 위상을 떨어트려 놓은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 일부 지방에서는 최근 드러난 이혼과 가출 등 가정불화의 원인으로 드라마를 지목했을 정도입니다.


방송에서 막장드라마가 갖가지 논란과 비난에도 없어지지 않는 것은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논란마저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돼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돼버렸습니다. 게다가 강력한 제제장치가 없어 막장드라마를 퇴출시킬 묘안이 나오기 힘들었습니다. 방송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는 막장스러운 전개를 하는 드라마를 내놓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방송사들은 그동안 방통위의 징계를 비웃으며 가족시간대에 막장드라마를 배치, 시청률을 올리며 재미를 봐 온 게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차행전 부장판사)가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의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방통위 제재는 정당하다”고 내린 판결은 막장드라마 제작의도를 꺾을 수 있는 좋은 판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압구정 백야’는 친딸 백야(박하나)가 가족을 버린 친어머니 서은하(이보희)에게 복수하기 위해 어머니 재혼 가정의 의붓아들을 유혹해 며느리가 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방송 당시 막장적 전개로 연일 구설수에 올랐습니었다. 시어머니인지 친정어머니인지 혼란스러운 막장적 설정도 문제였지만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더더욱 가관이었습니다.


게다가 ‘압구정백야’를 청소년 보호 시간대에 편성해 일일극으로 방송하자 방통위는 지난 4월 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방송사는 이례적으로 드라마 심의에 불복해 소송을 냈습니다. 이 소송에서 재판부가 가족구성원의 정서와 윤리수준 의무를 위반한 드라마를 편성한 방송국에 책임을 물은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MBC는 지상파 방송사 중에서도 막장드라마를 자주 방송해 왔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뜬금없이 죽어 데스노트 논란이 일었던 ‘오로라공주’와 ‘압구정백야’(이상 임성한 작가)나 연민정의 악행이 도를 지나쳤던 ‘왔다 장보리’(김순옥 작가)를 방송한 곳도 모두 MBC이었습니다.


드라마의 위기를 자극적인 막장드라마로 돌파하겠다는 건 너무나 시대에 뒤처진 발상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이를 담아내는 연출의 새로움이 없이는 대중의 시선을 붙잡기 힘들 것입니다. 자극적 내용 없이도 시청자들의 큰 반향을 이끌어낸 ‘응답하라 1988’이나 과거와 현재가 무전기로 연결돼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판타지적 설정을 차용한 ‘시그널’ 같은 참신한 드라마로 승부해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은 드라마는 모두 tvN 같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한 프로그램 들입니다. 공중파 방송사들의 자각이 필요한 때입니다. 막장드라마는 이제 완전히 추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