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운동의 등불인 아웅산 수치(70)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 압승으로 단독 집권에 성공할 전망입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얀마 제1야당인 NLD는 9일(현지시간)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70%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미얀마 매체들은 자체 출구조사 결과 NLD가 80-90%의 지지를 받아 군부의 지지를 받는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를 크게 따돌렸다고 전했습니다.
현지 언론인 미얀마타임스의 초반 집계에 따르면 집권 USDP는 텃밭이나 다름없는 행정수도 네피도에서 마저 NLD에 뒤졌습니다. 이날 오전까지 네피도의 디키나티리 지역에서 NLD는 10개 선거구에서 승리하고 3개 선거구에서 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보증 수표'였던 USDP 소속 거물 정치인들이 고전한 것도 집권당에게는 충격적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군 출신으로 대통령 출마가 유력시됐던 슈웨만 하원의장마저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일레븐뉴스그룹 등 일부 현지 언론은 전국 절반 정도의 주에서 실시된 출구조사에서 NLD가 80~90%의 지지를 얻고, USDP가 5%의 지지율을 얻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출구 조사 규모가 1300여명에 불과해 신빙성이 높진 않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엔 도움이 되는 수치로 보입니다. NLD 측의 주장대로 선출직 의석 491석의 70%이상을 얻었다면 단독 집권이 가능하고 군부 지배도 막을 내리게 됩니다. 집권 군부도 선거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투표 결과를 묵살했던 1990년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입니다.
미얀마 총선은 상하원 전체 664석 가운데 4분의 1인 166석을 투표 결과와 관련 없이 군부가 확보하도록 헌법상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총선은 남은 498석에 대한 주인을 찾는 것으로 이 가운데 단독 정부 구성을 위해선 67%의 득표율이 필요했습니다. 실제 투표 결과가 야당과 현지 언론의 전망대로라면 수치 여사는 이번 총선 대승으로 연립 정부 구성없이 반세기 가량 이어온 군부 지배를 사실상 종식시키는 셈이 됩니다. 미얀마는 대통령 중심제이지만 대통령을 상하원 합동 의회에서 선출하며 따라서 상하원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면 대통령을 배출하는 집권당이 됩니다.
비록 선거 잠정집계 결과조차 공표되지 않았지만 수치 여사를 지지하는 1만여 명은 폭우 속에서도 밤새 춤을 추며 미얀마의 민주화를 환영했습니다. 수치 여사는 이날 겸허한 태도로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조심스레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며 "평화롭고 조용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승자는 겸손한 태도로 반대자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치 여사는 단호한 어조로 "진짜 승리는 국가에게 돌아가는 것이며 하나의 그룹 또는 개인을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여사는 그러나 NLD가 승리하더라도 자신의 대선 후보 출마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는 비록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총선 승리로 "대통령 이상의 지도자"가 돼 국가와 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수치 여사는 1947년 살해된 미얀마 민족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1988년 군사정권에 대항해 범국민적인 민주화 운동을 이끌며 30여 년간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됐으며 군부 정권의 모진 탄압을 견뎌낸 인물입니다. 영국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다 모친의 병간호를 위해 미얀마로 귀국하면서 자국의 슬픈 현실을 깨닫게 되고 그로 인해 민주화운동에 인생을 바치게 되었습니다. 미얀마 선관위는 투표 결과에 대해 9~10일 1차 발표를 하고, 검표를 거쳐 11월 중순께 결과를 공표할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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