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라는 이름이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큽니다. 그 자체만으로 미모의 대명사이니까요! 여기에 '서울대 출신 여배우'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습니다. 남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이 여배우는 그러나 데뷔 15년 동안 '연기력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래서 속앓이도 심했을 것입니다. 적어도 '용팔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용팔이'는 올해 SBS가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수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극 중반을 넘어서며 스토리 전개에 대한 시청자 불만도 있었지만 20%가까운 시청률은 이 드라마가 꽤 '성공한 드라마'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주원의 연기도 좋았지만 김태희도 드라마 성공의 일등공신 중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에 대한 대중의 의문을 상당부분 씻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3년이나 식물인간처럼 누워지내다 김태현(주원 분)의 도움으로 깨어나 복수에 성공한 한여진이 그랬듯 김태희도 연기력 비판의 늪에서 깨어 일어섰습니다. 스토리 전개에 대한 논란은 있을지언정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한 지적은 크지 않았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할 것입니다.
김태희는 '용팔이'로 지난 9일 열린 2015 코리아드라마어워즈에서 여자 최우수연기상까지 수상했습니다. 지난 2009년 '아이리스'로 KBS 연기대상 우수연기상을 수상한지 꼭 6년 만입니다. 배우 김태희에게 2015년은 배우의 인생을 다시 꽃피우게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미디어도 온통 김태희 칭찬 일색입니다. 이젠 드라마의 히트에 힘입어 영화로 까지 성공을 이어갈거란 이야기가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팔이’ 방영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습니다. 여기저기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동네북처럼 여기저기서 얻어터지는 배경엔 소속사의 미숙한 매니지먼트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때 김태희의 친언니는 동생이 전속 계약된 나무엑터스 직원으로 2년 넘게 일했습니다. 전담 매니저들과 함께 한해 50억이 넘는 매출을 찍는 광고 퀸 동생의 업무를 어머니의 심정으로 도운 것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두고 여러 잡음이 돌았습니다. 연예인 업무에 가족이 개입해 끝이 좋았던 적이 확률적으로 희박했던 게 그 이유였습니다. 작품 선택과 광고 개런티 등 민감한 결정을 할 때마다 혈연 가족이 얼마나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액수를 양보해야 될 때도 있고 영화의 경우 송강호 설경구 같은 검증된 배우에게 묻어가야 할 일도 생길 텐데 이때 가족들이 ‘우리 태희가 왜’를 외치며 끼어든다면 일이 곱게 진행될 리 없을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속적인 매출이 필요한 회사 입장에선 김태희에 신인을 패키징으로 묶어 작품에 꽂아야 할 때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가족에게 컨펌과 양해를 구해야 한다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이겠습니까?
김태희 언니는 동생이 나무엑터스와 계약이 만료되기 전 사표를 냈고 김태희 형부가 새 소속사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회사를 나온 김태희가 주위의 영입 제안을 모두 마다하고 가족 중심의 1인 기획사를 차린 것입니다. 김태희 외에 유일하게 소속된 연예인은 그의 동생 이완뿐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선 ‘언니가 후일을 도모해 인맥 파악과 영업력을 익히기 위해 나무에 취업했던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돌았습니다.
만약 김태희가 나무엑터스나 동급의 소속사에 몸담고 있었다면 ‘누워만 있는데 회당 4천만 원이나 받는다’같은 악플 유도 기사의 주인공이 되진 않았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때리는 쪽이 아둔하지 않은 이상 계산기를 충분히 두드려보고 실익이 예상되거나 최소한 피해 볼 게 없다고 판단될 때 연예 기획사와 선을 긋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김태희 소속사 대표는 연예계에 뒤늦게 들어온 증권맨 출신이라 합니다. 불합리한 계약 관행과 투명하고 공정한 룰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혼자 힘으론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는게 업계의 평입니다. 연예계가 흥행 비즈니스 성격이 강하다보니 내공 있는 매니저들의 촉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인데 SBS ‘장옥정’과 이후 중국 활동상을 보면 작품 선택 안목도 아직은 고수가 되긴 멀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또한 ‘장옥정’ 때 반짝 효과를 본 방송 전 언론사 투어도 ‘용팔이’에선 발품에 비해 빛을 못 봤다는 평입니다. 온에어 전 사나흘 동안 수도권의 30여개가 넘는 언론사를 돌았는데 방문 순서와 녹화가 겹쳐 연기와 재방문 일정을 다시 잡는 과정에서 잡음을 낳으며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자초한 것입니다. 한 곳에서 고작 10분 남짓 머무르며 기자들과 눈도장을 찍기 바빠 ‘대체 인터뷰도 아니고 이게 뭐냐’ ‘왜 우리 순번이 뒤에 잡혔느냐’ 같은 힐난이 잇따랐습니다. 드라마 방영 전과 초기에 김태희를 향했던 부정적 여론엔 연예부 기자들의 이런 감정도 한몫 했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김태희는 '용팔이'로 다시 한 번 배우 인생에 꽃을 피우게 됐고, 그녀는 자신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용팔이'에서 보여준 선과 악,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 연기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 했습니다. 자신 스스로 예전보다 한층 성숙된 연기력으로 동네북에서 탈출한 것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연기력이 일회성이 아닌 내공 있는 실력이란 걸 증명해야 합니다. 과거 드라마 '아이리스'(2009년)를 통해 KBS 연기대상에서 중편드라마부문 여자 우수상 수상,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면서 연기력 문제를 일단락 하는 듯 했지만 다음 출연작 '마이 프린세스'(2011년) 및 '장옥정, 사랑에 살다'(2013년))을 통해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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