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아베의 대항마 이시바 시게루와 고이즈미 신지로

Chris7 2015. 10. 12. 10:30

10월7일 윤곽을 드러낸 제3차 아베 내각 각료 19명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경제, 외교 등 핵심 자리에는 9명의 기존 각료들을 유임해 '안정'을 꾀하면서도 10명의 각료를 보수우익성향 측근들로 교체했습니다.

 

 

그 중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상의 유임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시바는 '아베 대항마' '포스트 아베'로 불리는 아베 총리의 라이벌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아베가 자신의 라이벌을 다시 끌어안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시바는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와 접전을 벌였습니다. 그 후 이들은 당내 최대의 라이벌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무투표 재선으로 총재 재선을 하기까지, 아베 총리는 물밑에서 이시바 의원의 출마 움직임을 봉쇄했고, 의도했던 대로 아베 총리는 무투표 재선돼 2018년 9월까지 새로운 임기를 얻게 됐습니다.

 

 

게다가 아베는 제1차 내각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을 이시바가 추궁했던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시바는 지난 9월 강행 통과된 안보법률을 둘러싸고 "국민들이 안보법을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견제했습니다. 아베에게 있어서 이시바는 언제든지 '아베 자르기'의 도화선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라이벌이 됩니다. 함께할 수 없는 숙적인 것입니다.

 

 

또한 이시바는 지난 9월 아베의 자민당 총재 재선이 확정된 그 날로 자신의 파벌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자민당 내에서 자신의 힘을 기르겠다는 것입니다. 아베 총리가 향후 3년 간 자민당 총재직을 지키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년 참의원 선거, 2017년 4월에는 소비세 인상(8%→10%), 2018년에는 일본 은행 총재 인사도 있습니다. 산 넘어 산인 것입니다. 아베 총리가 아무 문제없이 이 산을 통과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시다는 파벌을 구성하여, 언젠가 아베 총리가 실수라도 하면 "다음은 내 차례다"라며 자민당 총재 자리를 거머쥐기를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베는 왜 자신의 숙적 이시바를 내각에 포진시킨 것일까요? 이시바는 지방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그가 지방창생상 보직에 있으면, 내년 참의원 선거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보다는, 아베 총리가 이시바와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 보다는 그의 자리를 보장해 경쟁을 피했다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그렇다면 이시바는 또 왜 자신의 숙적인 아베의 손을 잡은 것일까요? 이시바파 19명중 다수도 유임에 반대했습니다. "두목은 내각 밖으로 나오는 것이 파벌의 기치를 선명히 제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가 강했습니다.

 

 

포스트 아베를 노리며, 이번 인사에서 아베에게 푸대접 받아도 별 도리가 없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던 의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시바 본인은 최근 "내각 각료가 돼서 괴롭힘 당하는 것은 나 하나로 족하다"며 내각 입성 취지의 말을 주변에 흘렸다고 합니다. 이시바파19명의 의견도 제각각인 상황입니다. 부총리 자리를 기대하고 이시바에게 오히려 유임토록 건의하는 중견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아베 대항마' '포스트 아베'는 이시바 뿐만은 아닙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소속 전 부흥 정무관이 있습니다. 그는 이번 개각에서 입각이 예상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사회에서는 과장 할 나이도 아니다"며 고사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한 아베 정권을 비판하며 아베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아베 내각에 입성하기 보다는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포스트 아베를 노리겠다는 계산입니다.

 


 

 

올해 34세의 중의원 3선인 고이즈미 신지로(이하 고이즈미)는 재임 시절 높은 지지율을 누렸던 아버지의 후광 속에 '차세대 총리감' 소리를 들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있는 일본 정가의 '아이돌'입니다. 아베 총리는 정권의 요인 9명을 유임시키는 등 안정을 지향한 이번 개각의 '흥행성'을 높일 '깜짝 카드'로 고이즈미를 낙점했던 것입니다.

 

 

닛케이에 의하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고이즈미에게 "가능하면 내각에 들어오면 좋겠다"며 입각을 제안했지만, 고이즈미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합니다. 아베 총리는 이후 정부 고위 관리를 통해 총리 보좌관 자리로 '수정 제안'을 했지만 고이즈미는 "아직 총리 관저에 들어가기는 이르다"고 재차 거절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제안을 거절한 뒤 고이즈미는 9월말 강연에서 입각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며 "아직은 걸레질을 할 기간(자신을 더 가다듬어야 할 시간)"이라며 공개적으로 입각 가능성을 부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닛케이의 취재에 응한 한 각료 경험자는 "고이즈미가 총리로부터 도망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이즈미는 이미 재작년 9월 아베 총리에 의해 내각부 정무관 겸 부흥담당 정무관(차관급 정무직)으로 발탁돼 정부에 몸을 담아왔습니다. 그런 고이즈미가 굳이 입각을 거절한 것은 자신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용 '치어리더' 정도로 소모되는 상황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또 아베 정권은 각종 선거에서 압승하며 연전연승하고 있지만 최근 집단 자위권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여론의 심각한 반대를 힘으로 돌파하면서 상당한 '내상'을 입었습니다. 그런 만큼 고이즈미로선 지금 정권의 핵심부에 들어가는 것보다 '주변부'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고이즈미가 지난달 30일 강연에서 집단자위권 법제화 과정에서 보인 아베 정권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입니다.

 

 

고이즈미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전 총리도 자신의 '정치제자'격인 아베 총리와의 관계가 미묘한 상태입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며 작년 도쿄 도지사 선거때 '탈 원전'을 내건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의 선거운동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마스조에 요이치 현 지사를 민 아베 총리와 '대리전'을 치른 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