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미 민주당 대선레이스에선 ‘대세론’을 앞세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습니다. 하지만 버몬트주 연방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가 현재 돌풍을 일으키며 ‘힐러리 대세론’을 무력화 시키고 있습니다.
샌더스는 15일 몬마우스대학이 내놓은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를 43 대 37로 앞섰습니다. 지난 4월 출마 때의 3%대 지지율을 생각하면 기적에 가까운 지지율 상승입니다. 뉴햄프셔주는 내년 2월 당원이 아닌 일반인까지 참여해 후보를 뽑는 예비 선거(프라이머리)가 처음 열리는 곳으로 이보다 앞서 코커스(당원 대회)를 갖는 아이오와주와 함께 ‘대선 풍향계’로 통하는 중요한 지역입니다.
지난 13일 CBS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는 뉴햄프셔주에서 52 대 30, 아이오와주에서 43 대 33으로 오차 범위를 벗어나 힐러리를 앞섰습니다. 힐러리가 2008년 대선 후보 경쟁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 의원에게 초반 역전을 허용해 후보조차 되지 못했던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전국적 지명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샌더스의 인기 상승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나 CNN 등은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며 민심과 눈을 맞추는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에게 다소 낯선 ‘사회주의자’지만 곳곳에 만연한 차별 문제에 정면 대응하며 공감대를 얻어가는 게 큰 힘이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힐러리도 경제를 일으켜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주장은 하고 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게 문제입니다. 수억원씩 받는 고액 강연을 통해 일반 국민과 다른 세상에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반면 샌더스의 반월가 정책과 친서민 행보는 ‘보통 사람’같다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부자가 아닌 ‘이웃’에게서 한 푼 두 푼 후원금을 모아 선거를 치르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샌더스 인기의 또 다른 이유는 민주당 내 강경 진보 성향을 대변한다는 점입니다. 소수에게 편중된 부를 중산층과 빈곤층에 재분배해야 한다는 주장도 먹히고, ‘99%의 세상’이란 슬로건도 공감대를 얻고 있습니다. 그는 “부자 상위 14명의 재산이 2년간 1570억달러(약 188조원) 늘었는데, 이는 하위 계층 40%가 2년간 벌어들인 소득보다 많다”고 주장합니다.
대형 금융기관 해체와 금융 규제 강화, 공공 의료보험 확립, 자유무역 반대 같은 그의 정책은 다소 과격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인들 불만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도 상승을 견인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같은 아웃사이더로 고속 질주를 하는 공화당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 반대’외에는 공허한 ‘말’로만 개인적 매력에 편승해 인기를 끄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두사람의 차이는 당내 지지층 구성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샌더스 의원의 주요 지지층은 진보 성향의 백인으로, 민주당원이라도 비백인이나 온건파의 지지도는 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 공화당원 중 연령·이념과 상관없이 지지층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각 당의 기득권층에 주는 위협의 정도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명한 여론조사 전문가인 네이트 실버는 트럼프가 조세와 보건, 낙태 등 많은 부분에서 공화당의 정강이나 기존 정책 노선과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공화당에 ‘실존적’ 위기감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샌더스 의원의 입장은 민주당 내 진보파의 정책 노선과 95% 일치한다고 실버는 분석했습니다.
현재 민주당 지지성향 유권자층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샌더스이지만 그의 질주가 실제 표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내년 2월 시작되는 민주당 후보 경선은 당내 지지 기반이 중요한데, 샌더스 지지층이 주로 ‘백인 좌파’인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내 다수인 비백인과 이민자, 여성을 얼마나 자기편으로 삼느냐가 관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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