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늦게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1979년 10·26 사태를 계기로 계엄령이 내려진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계엄은 대통령실 주요 참모도 계획을 알지 못했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특별담화에 나선 것은 오후 10시 23분입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오후 9시 40분을 전후로 윤 대통령이 긴급 브리핑을 준비 중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은 긴급히 청사로 복귀하기 시작했습니다. 참모들은 언론과 접촉을 피하면서도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한다"라고만 했습니다. 오후 10시가 다가오면서 방송사들에는 방송 중계가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대통령실 문의가 들어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방송사는 유튜브에 긴급 브리핑이라는 제목과 함께 오후 10시 15분 시작 예정으로 영상 송출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에 대통령실 출입기자들도 긴급히 청사로 복귀하는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특별담화는 사전 언론 공지도 없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엠바고를 전제로 출입기자단에 알려주는 브리핑 계획 공지도 이번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긴급 특별담화는 방송을 통해서만 생중계됐습니다. 대통령실이 브리핑룸을 개방하지 않으면서 기자들은 브리핑룸 밖 복도에서 방송을 보며 윤 대통령 담화를 들어야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빨간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브리핑룸 단상 위 의자에 앉아 책상에 놓인 담화문을 약 5분 40분에 걸쳐 읽어 나갔습니다. 윤 대통령은 감액 예산안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며 '입법 독재', '예산 탄핵', '민주주의 체제 전복 기도',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 '패악질', '망국의 원흉' 등 원색적 표현을 대거 동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담화를 마친 뒤 곧바로 담화문을 종이봉투에 넣은 다음 자리를 떠났습니다. 대통령실은 이후 오후 11시에 담화문을 출입기자단에 배포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국방부는 전군에 비상경계 및 대비태세 강화를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뿐 아니라 국방부 직원들도 속속 청사로 돌아오면서 인근 삼각지역 일대에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도 교통 체증이 일었습니다. 대통령실 경내로 올라오는 언덕길에는 경찰 병력이 대거 깔려 출입 인원을 통제하면서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101·202경비단 등 대통령실 내·외각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 병력들에게도 출근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로 가는 주요 출입로인 서문 안내소는 청사로 들어가는 직원들로 붐볐습니다. 한 직원은 어린 자녀를 데리고 급하게 청사로 향했다. 직원들은 모두 긴장된 얼굴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령은 4일 해제됐습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계엄 해제를 총리(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통고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계엄 해제에 필요한 모든 절차는 완료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7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밝혔습니다. 계엄 해제는 윤 대통령이 전날 오후 10시25분쯤 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이뤄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어젯밤 (오후)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정부는 오전 4시30분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국회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4일 새벽 1시쯤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령에 대한 해제 결의안을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으로 사회에 혼란이 발생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4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했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의원 40여명이 모여 지난달 출범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윤 대통령 탄핵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됐다”며 탄핵소추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임의 공동대표인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사실상 내란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한시도 대통령 직책에 둘 수 없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급하게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각 당이 신속히 협의해 오늘 중으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탄핵안 발의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이를 가결해야 하므로 가장 빠르게 탄핵안을 가결해 대통령의 직무를 즉각 정지시키는 데 국회가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공동대표인 민주당 박수현 의원도 “‘탄핵의원 연대’는 처음 가졌던 마음 그대로 탄핵안을 가결하고,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길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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