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41)씨가 음주 상태에서 차를 몰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문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지난 5일 입건해 조사를 시작 했습니다. 문씨는 이날 오전 2시51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에서 운전하던 중 차선을 변경하다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혔습니다. 경찰 음주 측정 결과 문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문씨를 경찰서로 불러 보다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적시돼 조사를 앞두고 있고 이와 관련해서 문씨도 전주지검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상황에서 문씨의 음주운전에 더욱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택시기사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술자리에 동석한 이들에게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물을 수 있을지 등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문씨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캐스퍼를 몰고 나타난 것은 접촉 사고 7시간 전인 10월4일 오후 6시57분께입니다. 이면도로에 차량을 주차한 뒤 인근 소고기 전문점에서 식사를 한 문씨는 2시간여 후 식당을 나왔습니다. 남성 2명과 동행했던 문씨는 10월5일 0시40분께 이들 중 1명과 추가 술자리를 이어가기 위해 주점으로 들어갔다가 2분 만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문씨는 종업원에게 "술을 갖고 오라"며 반말을 하고, 테이블을 내리치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다 쫓겨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문씨는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귀가하지 않고 세 번째 주점에 들어가 술과 안주를 주문했습니다.
새벽 2시께 마지막 식당을 나온 문씨는 홀로 비틀거리며 걷다 정차 중이던 다른 차량의 문을 잡아당기기도 했습니다. 2시20분께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 앉은 문씨는 2시30분께 돌이킬 수 없는 음주운전을 시작하게 됩니다. 인도에 서있던 행인 3명을 가까스로 피한 문씨는 골목길을 빠져나가 대로에 진입했습니다. 우회전 차선에서 신호 위반 상태로 좌회전을 시도한 문씨 차량은 교차로를 겨우 빠져나갔지만, 2시43분께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 변경을 시도하다 옆차로에서 주행하던 택시와 결국 부딪쳤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문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9%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면허취소 기준인 0.08%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이태원 파출소로 임의동행되는 과정에서 여경의 팔을 뿌리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1시간가량 신분 확인과 기초 조사를 받은 문씨는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했습니다. 문씨가 문제의 술자리를 시작한 10월4일 당일 문 전 대통령은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 참석차 상경했습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공식 일정 이후 문씨를 따로 만나지 않았고, 딸의 음주운전 행각도 이튿날 언론보도가 나온 시점에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론은 크게 출렁였습니다. 그날의 행적이 담긴 CCTV 영상이 나올 때마다 문 전 대통령도 함께 소환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재등장한 문씨는 '문재인'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담고 있던 상징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문씨가 몰던 현대차 캐스퍼는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인 2021년 10월 국내 첫 노사 상생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 홍보를 위해 구매한 것입니다. 차량은 올해 4월 문씨에게 양도됐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딸에게 양도한 차량에는 2010년식 쏘렌토도 있습니다. 쏘렌토는 2022년 5월 문씨에게 명의 이전됐다가 올해 4월 다시 문 전 대통령 소유가 됐습니다. 두 차량은 최소 11차례 과태료를 부과받았는데, 이를 체납하면서 경찰서로부터 압류 처분되기도 했습니다. 상습적인 법규 위반을 한 운전자가 문씨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문씨의 음주운전 전까지 '상생'과 '검소함'을 상징했던 문 전 대통령의 캐스퍼는 순식간에 '음주운전'과 '불법', '과태료'와 '압류'라는 불명예를 짊어지게 됐습니다. 사건은 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소환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을 '살인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재임 기간 그리고 퇴임 후에도 끊임없이 '내로남불' 공격을 받았던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곧장 "자식의 살인 행위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이 집요하게 따라붙었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문씨가 인사불성 상태로 운전하며 행인을 위협했고, 신호 위반을 하다 택시기사를 다치게 하는 사고까지 낸 만큼 음주운전보다 형량이 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는 음주 등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확보된 증거와 진술 등을 바탕으로 문씨에 대한 적용 가능 혐의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소환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문씨가 공인이 아닌 만큼 비공개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문씨가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부모와 사실상 경제공동체 생활을 이어왔다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전 사위의 특채부터 각종 돈거래 의혹, 부친의 책 출판과 관련 상품 출시까지 곳곳에서 딸 문씨 이름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인사와 가족, 측근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던 문 전 대통령이지만 유독 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거리두기'와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했고, 결국 음주운전이라는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는 탄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 준비를 위해 '집권플랜본부' 가동을 시작한 민주당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문 전 대통령 '탈당'을 압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10월2일까지 SNS 활동을 했던 문 전 대통령은 딸이 입건된 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를 저격하던 문씨 역시 소환조사를 앞두고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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