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작 ‘벤허’는 루 월레스의 소설 ‘벤허’를 원작으로, 윌리엄 와일러 감독과 명배우 찰턴 헤스턴에 의해 3번째로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면서 가장 잘 알려진 영화입니다. 1520만 달러라는 당시로선 막대한 제작비로 만들어져 222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임에도 북미에서 7400만 달러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4600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흥행기록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역대 최다인 11개 부문을 석권(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미술상, 촬영상, 의상상, 시각효과상, 편집상, 음악상, 음향효과상 수상, 각색상은 후보에 그쳤습니다. 그러다가 38년 뒤 ‘타이타닉’과 43년 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타이기록을 이룹니다)하여 현재까지도 전설적인 영화로 그 명성이 이어지고 있는 명실공히 영원불멸의 명작입니다. 이것도 배급사는 ‘십계’와 마찬가지로 MGM/UA입니다.
‘벤허’는 굉장히 그리스도교적인 내용이라 종교홍보 영화라고 비판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리스도교적 가치표현이 오히려 이 영화를 명작으로 끌어올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그리스도교적인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영화의 작품성을 무리하게 훼손하기는커녕,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통해 원숙하게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는 평입니다. 실제로 4시간에 달하는 작품 내에서 예수, 그리고 그리스도교적 주제가 등장하는 시간은 채 20분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러한 내용도 억지스럽게 등장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작품 내에 녹아들 듯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효율적으로 완성하는 도구로 작용한 까닭에, 그리스도교적 표현이 작품성을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영화의 메인 주인공은 쥬다 벤허지만 페이크 주인공이고 진 주인공은 예수라는 의견도 있는데, 대사 한마디 없고 언제나 뒷모습이나 실루엣 정도만 나오는 예수지만, 씬 하나하나의 포스는 압도적이며 특히 표정만으로 로마 제국 십부장을 제압하는 장면은 백미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적 가치관을 떠나도 이 영화의 주제는 '폭력에 당한 자가 다시 폭력으로 복수하면 그 폭력의 악순환은 끝이 없을 것이며, 그것을 사랑으로 용서하고 폭력의 끝없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그런 주제를 떠나도 매우 직선적으로 호쾌하게 이끌어가는 선 굵은 스토리, 군더더기가 거의 없고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할 억지복선도 없는 깔끔한 내용전개, 그리고 지금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크고 아름다운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만으로도 이 영화는 명작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특히 전차경주 장면의 스케일(20시간분의 필름을 적절히 편집해서 만든 장면이며 촬영 중 스턴트맨 한사람이 사망하는 불상사도 있었습니다)이나 액션은 굉장해서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스타워즈 1편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나오는 포드레이서 경주 등 다른 영화에서도 오마주/패러디되었습니다. 아무튼 옛날 영화라 CG 없이 전부 스턴트와 진짜 전차를 쓰는 경주 장면의 박력은 후세의 어떤 경주 영화도 감히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로저 미클로시가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는데 이 사람은 이보다 앞서 ‘쿠오 바디스’ BGM도 맡은 바 있습니다. 그래서 두 작품 BGM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평입니다. 참고로 ‘쿠오 바디스’에서 황제로 추대된 갈바가 로마로 향하는 장면의 음악이 ‘벤허’의 마차경기장 선수입장 음악 도입부로 재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사람은 1950,60년대 할리우드 대작 사극들 상당수의 음악을 담당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린 영화 ‘왕중왕’의 영화음악도 이 사람 작품입니다.
1962년 2월 1일에 한국에서 첫 개봉하였지만 그 뒤부터 재개봉을 많이 하였는데 1972년 재개봉, 1981년 재개봉, 1988년 재개봉, 1997년 재개봉, 2007년 재개봉, 그리고 2008년에 다시 재개봉을 하였습니다. 2000년 이전은 재수입된 기록만 집계한 것으로, 극장별 앵콜 상영과 같은 재상영 기록은 제외한 것이라 실제 재개봉은 이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TV로는 1988년 1월 2일과 3일에 걸쳐 KBS 1TV에서 신년특선 영화로 방영된 바 있고, 1997년 3월 1일 KBS 70년 특별기획 시청자가 뽑은 다시 보고 싶은 영화 6위로 선정되어 KBS 2TV에서 방영된 바 있습니다. 2016년판 리메이크작 ‘벤허’ 개봉을 앞두고 2016년 7월 7일에 재 상영했었습니다.
극 중 초중반에 나오는 로마군과 마케도니아의 해적 함대 간의 전투씬에 등장하는 함선들은 전부 무선으로 조종하는 모형입니다. 함선 크기가 사람에 비해 거의 2배나 되는 크기입니다. 그런 걸 하나하나 일일히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더 놀라운 건 모형 함선 주제에 불덩이는 물론 화살도 쏘고 심지어 노를 집어넣거나 빼기까지 합니다. 반면, 아리우스가 사열받을 때와 구출되었을 때 올라탄 함선은 실제 크기로 제작되었습니다. 오류라면 전자는 모형 로마군 갤리선과 같은 흰색 계열인데, 후자는 그냥 칠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 구출장면 촬영 후, 도색한 뒤 사열장면을 촬영했거나, 새로 도색하기가 귀찮았던 것 같아 보입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전차경주 장면 촬영을 위해서 로마 시의 치네치타 촬영소에 세트를 만들었는데, 만드는 데만 3개월이 걸렸고 촬영에는 5주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바로 세트를 철거했다고 합니다. 거대한 ‘BEN-HUR’라는 이름이 콜로세움 벽을 이루고, 전차가 튀어나가는 포스터는 레이놀드 브라운의 작품입니다. 코믹 배우 레슬리 닐슨이 메살라 역 캐스팅 테스트를 받았으나 안 맞는다고 배역을 맡지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상영 시간이 길어서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습니다. 강철 방광이 아니고서야 4시간까지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검은 화면 사이를 기준으로 보면 4분 10초 정도가 됩니다. 이 작품만 그런 것은 아니고, 당시 할리우드 대작들은 오페라의 포맷을 따랐기 때문에 대부분 비슷합니다. 처음에 서곡이 연주되고,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는 형태입니다.
주인공 벤허 역은 당시 모든 할리우드 스타들이 탐냈던 역할인데 처음 윌리엄 와일러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고자 유대계 남자배우에게 이 역을 맡기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그가 점찍어뒀던 배우는 바로 폴 뉴먼이었으나 1955년 시대극 ‘은술잔’으로 크게 실패한 적이 있어서 무산되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당시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사는 신문에 다신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 거란 공개사과까지 해야 했고 이 후유증으로 뉴먼은 이후 죽을 때까지 더 이상 시대극은 단 한 편도 안 찍을 정도였습니다. ‘은술잔’ 감독이던 빅터 사빌(1895~1979)도 수십여 년 동안 감독으로서 여럿 흥행작을 냈지만 이 영화가 망하고 아직 한창인 예순 나이로 감독을 은퇴하고 말았습니다. 이때 와일러 감독 집까지 찾아와 끈질기게 벤허 역을 졸라대던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말론 브란도였습니다. 하지만 윌리엄 와일러 감독은 이전에 이미 ‘십계’에서 모세를 연기한 적이 있는 찰턴 헤스턴에게 벤허 역을 넘겨줬습니다. 그리고 찰턴 헤스턴은 벤허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비록 출연할 뻔하다 말았지만 이게 성사됐더라면 (물론 가정이지만)브란도는 나이 50도 되기 전에 아카데미 3회 수상자가 될 뻔했던 것입니다.
아울러 이 영화는 실제 출시된 것보다 몇 년 전에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할리우드의 몇몇 영화사가 영화계를 독점하자 영화사가 영화관을 운영해선 안 된다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내려졌고, 가정용 TV의 확산으로 영화업이 쇠퇴해서 자금 사정이 나빠진 MGM이 돈 문제로 제작을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1956년에 파라마운트사의 ‘십계’가 성공한 것을 보고 급하게 다시 제작에 들어가 탄생한 것입니다. 만약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다면 파산 위기였던 MGM은 그대로 파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제작비보다 10배가량을 벌어서 그러한 위기를 완전히 역전시켰습니다.
'세상속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태종 이방원’ 말 학대 논란, 2주 연속 결방 (0) | 2022.01.29 |
---|---|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2 편집·조작 논란과 거칠어진 몸싸움 (0) | 2022.01.13 |
영화 ‘십계’ 찰턴 헤스턴 율 브리너, 최고의 성서영화 (0) | 2021.12.15 |
드라마 ‘태종 이방원’ 주상욱 김영철, KBS 대하사극 5년 만의 부활 (0) | 2021.11.29 |
여자프로배구 IBK 기업은행, 서남원 감독경질 김사니 대행체제 논란 (0) | 2021.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