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드라마 ‘태종 이방원’ 말 학대 논란, 2주 연속 결방

Chris7 2022. 1. 29. 12:29

KBS에서 5년 만에 부활한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 했으나 뜻밖의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앞서 지난 19일 동물자유연대는 '태종 이방원' 7회 촬영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하며 동물 학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영상에서는 말의 다리가 줄에 묶여 있고, 줄이 당겨지면서 말의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쳐질 정도로 고꾸라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말에 올라타 촬영에 임했던 스턴트 배우도 안전장치 없이 일반적인 보호 장구만 착용한 후 촬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에서 떨어진 후 잠시 정신을 잃었고, 이 때문에 당시 촬영이 잠시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말은 촬영 일주일 뒤 결국 사망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확인 결과 방송에 쓰인 말은 '까미'라는 이름으로 퇴역한 경주마였다""까미는 평생을 인간의 오락을 위해 살아야 했고, 결국 고꾸라지며 쓰러져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는 지난 21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태종 이방원' 드라마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권 단체들은 제작진의 동물 학대 행태를 규탄했습니다. '태종 이방원' 측을 상대로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KBS"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KBS의 사과에도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청원 글은 136000(24일 정오 기준) 이상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각계각층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SNS를 통해 이번 사태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습니다. 배우 유연석, 가수 태연 등 연예계에서도 촬영 방식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의 CNN 방송도 동물 학대를 비판했습니다. CNN은 지난 22"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낙마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말을 위험에 빠트렸고, 말이 결국 일주일 만에 죽었다"고 보도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대중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비난이 끊이지 않자 KBS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습니다. KBS"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시청자 여러분과 국민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면서까지 촬영해야 할 장면은 없다. KBS는 이번 사고를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불러온 참사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제작 관련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태종 이방원'은 지난 22일과 23일 결방에 이어 오는 29일과 30일에도 결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설 연휴 스페셜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2주 연속 결방을 결정하기에 이으렀습니다. KBS 홈페이지에는 문제가 된 장면이 담긴 7회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촬영 역시도 중단됐습니다. 방영 중단·폐지 목소리가 높은 만큼 향후 촬영을 재개, 다시 전파를 탈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앞서 KBS는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수신료 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수신료 인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 등장하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안내지침)을 마련한다고 25일 밝혔습니다.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촬영 현장에서 말 학대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재발 방지책인 것입니다. 프로그램 제작진이 출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촬영 현장에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에는 기본 원칙, 촬영 시 준수사항, 동물 종류별 유의사항 등을 토대로 세부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본 원칙으로는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소품으로 여겨 위해를 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기 위해 영상·미디어 업계와 동물 행동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민관 협의체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방송사의 자체적인 제작 지침에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반영되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식품부는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동물학대행위에 출연 동물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 등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도 검토한다고 합니다. 촬영 등을 위해 동물을 대여할 경우 해당 동물의 보호·관리를 위해 관계자가 준수해야 할 상황을 법령에 명시하는 방안 또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김원일 농식품부 농업생명정책관은 각종 미디어에 출연하는 동물의 보호에 대한 제도적 관심이 부족했다촬영 현장이 동물복지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제도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