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을 달성한 안산 선수(20)가 엉뚱한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안산 선수를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면서 개인 SNS를 찾아가 악플을 다는 식의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일부는 "금메달을 줘서는 안된다"며 "대한양궁협회에 전화를 하자"는 글까지 올렸습니다. 안산 선수를 두고 벌어진 페미니스트 논쟁은 숏컷인 헤어스타일과 여대(광주여대)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로 촉발됐습니다. 특히 안산 선수가 SNS에 특정 여초 커뮤니티에서 쓰는 단어를 썼다는 것이 알려지며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미'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안산 선수가 과거 개인 SNS에 쓴 글에서 특정 단어를 짚어가며 안산 선수에 대한 '악플'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페미니스트는 믿고 거른다' '페미니스트는 응원 안 한다'라는 부적절한 비난부터 심지어 양궁협회에 항의 전화까지 하고 있습니다. '일베는 안되고, 페미는 되냐'는 식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야한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산 선수가 근거없는 비방에 시달리고 있고, 협회가 선수를 보호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일부 누리꾼은 '안산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포스터를 만들어 공유하며 양궁협회에 선수 보호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배우 구혜선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도 숏컷 사진을 올리며 안산선수를 지지하는 입장을 냈습니다. 안산 선수는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거나 입장을 내비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숏컷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SNS 통해 '그게 편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외모 등으로 '페미니스트'를 규정한 것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 자체가 공격의 대상으로 의미가 변질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허민숙 여성학 박사(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는 "안산 선수와 관련한 이슈는 페미니즘에 대한 기초 지식이나 관심, 이해가 없는 일부 사람들의 혐오"라고 해석했습니다. 허 박사는 "'페미니스트' 혹은 '페미니즘'을 공격의 단어로 쓰는 것은 수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난 여성들에 대한 혐오의 발현"이라며 "혐오라는 것의 기저엔 '과거에 나와 달리 차별받던 사람들과 동등해지기 싫다'는 정서가 깔려있다"고 봤습니다.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여자가 왜 저래'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한 반감이 페미니스트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부적절한 언어와 콘텐츠를 사용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극단적 표현법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여혐에 대한 미러링으로 탄생한 남혐 커뮤니티의 활동이 다시 역미러링 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허민숙 박사는 "특정 이미지나 워딩를 따다가 평면적으로 비교하면 '극단적 페미 = 일베' 라는 도식이 성립할 수 있다"면서도 "모든 문제엔 맥락과 배경이 중요하듯, 여성혐오의 역사와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양극 간 갈등으로 치닫는 '젠더 논쟁'이 생산적인 토론이 되려면 이 논쟁과 관련한 가짜뉴스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서로 혐오를 위한 혐오를 하고 있다"며 "비논리적인 다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토론의 장을 조금씩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평등지수와 행복지수가 모두 높은 국가들이 부유하듯, 성평등한 사회란 모두를 망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잘 살게 하리란 객관적 근거들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번 논쟁과 관련해 외신과 외신 기자들이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 안산 선수가 짧은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온라인 상에서 혐오 공격을 받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딴 한국 양궁 선수의 짧은 머리가 반페미니스트들을 자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안 선수를 향한 공격이 “온라인 학대”라며 이는 젊은 한국 남성들 사이의 반페미니즘 정서가 배경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BBC 방송도 이날 안산 선수가 “온라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BBC 서울 주재 특파원인 로라 비커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이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하는 소수 인원의 목소리”라며 “한국이 성평등 문제와 씨름하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더러운 의미의 단어가 돼 버렸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서울지부 객원 기자인 켈리 카술리스 조도 자신의 트위터에 “안 선수가 짧은 헤어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며 “헤어 스타일이 아직도 특정 그룹 사이에서 논쟁 거리일 정도로 반페미니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일베(극우보수 커뮤니티)를 떠올리게 한다. 헤어스타일 하나로 혐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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