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도쿄 올림픽, 의지도 실력도 기대이하였던 한국 야구대표팀

Chris7 2021. 8. 6. 08:44

한국 야구의 보기 싫은 민낯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국내에서 최고 성적,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대표선수들이였지만 국제 무대에선 무기력했습니다. 철저한 국내용, '우물안 개구리'였던 것입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구장에서 열린 미국과의 준결승전에서 27로 완패했습니다. 4일 일본과의 준결승 25 패배에 이어 마지막 금메달 도전 찬스마저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오는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을 놓고 겨룹니다. 6팀이 본선에 오른 상황에서 동메달이면 만족할 수 있을까요?

 

 

 

 

 

 

이번 도쿄올림픽 야구를 지켜본 국민들은 환호보다 탄식이 훨씬 잦았습니다. 준결승 2경기를 보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마이너리그 출신 미국 투수들의 공조차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한국 타자들의 수준은 80년대 한국 야구를 보는 듯해 할말을 잃게 했습니다. 국내리그에서 4할 타율을 오가던 타격 1위 강백호, 4년간 125억원을 받는 최고몸값 양의지는 준결승에서 철저히 침묵했습니다. 올시즌에 앞서 4년간 50억원에 FA대박을 터뜨린 오재일은 연신 헛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19세 고졸 신인 이의리와 김진욱의 분전을 뒤로한 채 최고 몸값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고개만 숙였습니다. 오재일은 5경기에서 타율 176(17타수 3안타), 양의지는 5게임에서 타율 111(18타수 2안타), 강백호는 6게임에서 273리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일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은 김경문 감독의 전략 부재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전 3경기에서 계속 부진했던 양의지와 오재일을 관성대로 4, 6번 타순에 넣었습니다. 타선 응집력은 사라졌고 점수를 낼 기회가 있었지만 무기력하게 득점권 찬스를 놓쳤습니다. 마운드 운영도 아쉬웠습니다. 4일 일본전에서 8회말 김 감독은 고우석을 그대로 밀어붙여 낭패를 자초했습니다. "내일을 생각했다"는 김경문 감독의 경기후 인터뷰는 허탈하기만 했습니다. 일본전에서 이기면 미국전은 치를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일부 선수들에 집중되는 기용은 결국 탈이 났습니다. 5일 미국전에서 '또상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은 조상우는 6회말 또 마운드에 올라 대량실점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선수 구성부터 문제였습니다. 대회 내내 최악의 컨디션을 보인 선수들도 있었고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뛰지 못한 선수도 있었습니다. 대표팀 소집 직전 터진 방역수칙 위반 파문도 결국은 대표팀 전력에 큰 피해를 줬습니다. 대표팀은 방역수칙 위반 문제로 주전 2루수가 유력했던 박민우와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한현희를 잃었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박민우와 한현희 대신 오승환과 김진욱을 선발했습니다.

 

하지만 오승환과 김진욱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마무리를 맡은 오승환은 오프닝라운드 첫 경기부터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김진욱은 사실상 패전처리로만 등판했습니다. 전성기가 이미 지난 오승환이 조상우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 것은 미국전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 할 것입니다. 가장 부담스러운 순간을 홀로 짊어졌던 조상우는 피로가 누적됐고 결국 미국전에서 무너졌습니다. 경기 후반을 믿고 맡길 불펜투수를 최소한만 선발한 것도 결국 패착이 됐습니다. 선발 자원이지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차우찬은 불펜 역할을 완벽히 해냈지만 불펜으로 이동한 젊은 선발투수들은 만족스러운 피칭을 하지 못했습니다. 선발과 불펜 경험이 모두 풍부한 한현희의 존재가 아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울러 국제대회에서 줄곧 부진해온 양의지의 선발은 결과적으로 가장 큰 패착이 됐습니다. 양의지는 KBO리그에서는 대체불가한 최고의 포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아니었습니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양의지는 두 번의 프리미어12, 한 번의 WBC, 한 번의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국가대표팀 통산 24경기에서 타율 0.180,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도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벌어졌던 일부 선수들의 '술자리 파문'으로 KBO 리그는 강제 중단된 상태입니다. 전 국민이 실망한 가운데도 반전은 없었습니다. 실력 부족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김광현 양현종 류현진 등을 끊임없이 강제 소환하는 것은 부질없는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베스트멤버가 총출동한 일본은 차치하고라도 메이저리거가 쏙 빠진 2군도 아닌 3군 정도의 미국을 상대로도 두번 모두 패했습니다. 리그 전체 수준에 대한 냉철한 자성이 절실해 보입니다.